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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알타미라의 인상',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65×80.5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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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신, '알타미라의 인상',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65×80.5cm
▲문신, '알타미라의 인상', 1966, 캔버스에 유채와 혼합 재료, 65×80.5cm

문신(文信, 1923-1995)은 일본, 한국, 프랑스를 오가며 활동한 화가이자 조각가이다. 월경(越境)과 함께 다양한 형식과 매체, 사조를 경험하며 이를 체득한 문신은 점차 자신만의 시메트리(symmetry) 구조의 추상 형태를 구축하였다. 문신은 좌우균제의 독자적인 방법론과 더불어 기본적인 조형 요소인 원과 선의 미묘한 차이로 드러나는 생명과 자연, 우주에 대한 사유를 탐구하였다.

문신은 일본에서 이주노동자인 한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고, 마산에서 유년 시절을 지냈다. 이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가 1938년 동경미술학교 양화과을 졸업하고 광복과 함께 귀국하였다. 귀국 후, 그는 마산과 부산 등지에서 활동하며 시대상을 드러내는 자연 풍경과 정물, 인물을 그림의 대상으로 삼았다. 1957년 서울로 활동지를 옮긴 뒤 모던아트협회에 참여하는 등의 화가로서 활동하였으며, 이 시기에 대상을 단순화, 평면화하는 시도를 하였다. 이렇듯 상경 이후의 그림에서 대상을 추상화한 경향이 드러나지만, 추상에 대한 실험은 1961년 프랑스로 떠나면서 본격화되었다. 프랑스로 떠난 문신은 추상을 본격적으로 받아들이며 순수 조형 요소를 토대로 한 추상회화 작업을 전개하였다. 이러한 추상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점차 조각의 영역으로까지 확장되었다. 

그의 장르적 전환은 1960년대 후반부터 구(球) 또는 반구(半球) 형태의 조각 작품이 등장하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다. 문신은 생명과 우주에 대한 관점을 구와 같은 조형 요소의 반복과 변주를 통해 드러냈는데, 이 과정에서 ‘시메트리(symmetry)’ 구조의 추상 형태가 등장하였다. 문신의 시메트리는 완벽한 좌우 대칭이 아닌 좌우 형태의 미묘한 변주가 있는 ‘애시매트리(asymmetry)’의 성격을 띠고 있다. 이러한 문신의 추상 세계는 작가가 탐구한 자연과 인간과 같은 생명이 좌우대칭의 구조처럼 보이지만 미시적 관점에서는 완벽한 대칭이 아님을 드러낸다. 문신 조각은 이러한 애시매트리 구조를 구축적인 조각 방식으로 제작하여 수직·수평성과 정면성이 파생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본교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알타미라의 인상>(1966)은 도불 이후 문신의 회화 경향을 보여준다. <알타미라의 인상>에서는 추상에 대한 문신의 태도와 더불어 도불 이전의 구상 회화에서 탐구하였던 마티에르에 대한 실험이 확장되었음을 알 수 있다. 문신은 이 시기의 모래와 아교를 섞은 안료를 나이프로 덧바르고 긁어내는 방법론을 통해 거친 표면의 회화를 만들었다. 또한 점, 선, 면의 조형 요소가 본격적으로 제시되는 점으로 보아 이 시기 이후 문신의 회화에서 구상적 이미지가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문신은 추상회화에서는 거친 회화적 마티에르로 조형 요소를 탐구했으며,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조각에서는 철저한 균제미와 매끄러운 표면을 통해 비정형을 강조했던 점을 알 수 있다. 문신은 이렇듯 여러 시기에 걸쳐 구상과 추상, 회화과 조각, 시메트리와 애시메트리, 거시와 미시세계를 경유하며 자연과 인간, 온 우주를 아우르는 생명력을 조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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