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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지는 앨범, 환경을 생각한 구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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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에 기다리던 택배가 쌓여있다. 알라딘, 예스24(YES24), 위드뮤(WITHMUU) 등 여러 음반 판매사에서 온 택배를 한가득 챙겨 집 안으로 들어간다. 포장을 뜯으니 얼마 전 발매된 앨범이 담겨있다. 빠르게 비닐을 벗기고 앨범 가운데 손을 넣어 랜덤(random) 구성품만 꺼낸다. 두근대는 마음으로 포토 카드를 확인하고 *슬리브를 씌워 바인더(binder)에 조심스레 보관한다. 나머지 구성품은 서랍 구석에 넣어둔다. 이는 앨범을 개봉하는 가상 상황으로 랜덤 구성품을 중요시하는 팬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지난 10월 23일(월) 발매된 보이그룹 세븐틴(Seventeen)의 11번째 미니앨범 <SEVENTEENTH HEAVEN>의 선주문량이 520만 장을 돌파했다. 최근 케이팝 앨범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판매된 앨범은 어떻게 사용될까? 이번 기사에서는 케이팝(K-POP) 앨범 시장의 무서운 성장 속 환경을 해치는 앨범 구매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한류의 중심 케이팝과 기록적인 앨범 판매량】

케이팝은 2000년대 전후로 유행하는 한국의 대중가요를 뜻한다. 댄스 장르가 주를 이루는 케이팝은 누구든지 쉽게 따라 부를 수 있다는 점이 주요 특징이다. 2000년대 후반 이후, 케이팝은 SNS와 유튜브(YouTube)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었고 한류 문화 확산의 주역이 됐다. 한 논문에 따르면 케이팝 관련 사업체 수는 2020년 기준 전체 콘텐츠 사업체 수의 약 33.3%를 차지한다. 빠른 속도로 성장한 케이팝은 1992년 그룹 서태지와 아이들의 높은 인기와 더불어 생성된 팬덤(fandom) 문화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케이팝 가수를 응원하는 팬들은 음원 스트리밍·음원 다운로드·앨범 구매·음악방송 투표·음악 시상식 투표 등의 방법을 통해 그들에게 힘을 실어준다.

좋아하는 가수를 응원하는 마음에서 시작된 앨범 구매는 기록적인 앨범 판매량으로 이어졌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운영하는 써클차트에 따르면,  2022년 판매된 앨범은 7,419만 장이다. 2021년 6월 기준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량이 약 1,300만 권인 것을 고려할 때, 2022년 한 해의 판매된 앨범 수만 국립중앙도서관 장서량의 약 5.7배이다.

【살 수밖에 없는 앨범】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장을 위해 앨범을 구매하는 팬들도 있지만, 음반 성적에 보탬이 되기 위해, 포토 카드와 같은 랜덤 상품을 모으기 위해, 팬 사인회 응모를 위해 등의 이유로 앨범을 구매하기도 한다.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자. 앨범 발매 전 예약 구매 건을 기반으로 산정되는 선주문량은 가수의 인기 척도를 나타내는 기준 중 하나이다. 팬덤의 규모가 큰 가수가 앨범을 발매할 때, 선주문량 수치는 역대 선주문량 순위와 더불어 기사 제목에 곧잘 등장하곤 한다. 팬덤 간 경쟁심을 불러일으키는 선주문량은 가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필요 이상의 구매를 하게 만든다. 앨범은 포토북, 엽서, 포토 카드, 가사지 등 가수의 특색에 맞게 구성된다. 하지만 이런 수많은 구성품 중 팬들이 집중하는 건 랜덤 구성품이다. 그중 랜덤 포토 카드는 팬들이 앨범을 구매하는 주요 이유로 자리 잡았다. 인기가수의 앨범이 발매될 때면 판매처와 구매 시기에 따라 수많은 종류의 포토 카드가 출시되며, 출시된 모든 포토카드를 모으는 ‘포카 드래곤볼’이 팬들 사이에 유행이 되었다. 이처럼 랜덤 포토카드는 자연스레 앨범 구매를 부추겼다. 앨범을 구매하는 또 다른 이유로는 팬 사인회 응모권이 있다. 주요 판매처에서 구매한 앨범은 한 장당 하나의 팬 사인회 응모권이 된다. 가수의 인기가 많을수록 경쟁률은 치열해지고 팬들은 당첨 확률을 높이기 위해 많은 앨범을 구매한다. 여러 음반 판매사에서 팬 사인회를 진행하기 때문에, 팬들은 똑같은 앨범을 여러 판매사에서 수십 장씩 소비하게 된다. 심지어 해당 가수의 팬 사인회를 가기 위해 구매해야 하는 최소한의 앨범 장수를 뜻하는 ‘팬싸컷’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질 정도이다. 이 외에도 다양한 버전의 앨범 출시, 공개방송 참여 조건 중 실물 앨범 소지 항목 존재 등도 앨범을 구매하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케이팝 앨범 시장의 판매 전략은 가수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은 앨범을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되어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앨범 쓰레기】

지난해 2022년 11월 17일(목), 환경운동연합은 케이팝 실물 앨범 대량 구매를 부추기는 엔터사 판매 전략을 비판하는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랜덤 구성품은 값을 지불하고도 원하는 제품을 얻을 수 없으며 나아가 소비자의 사행심을 불러일으킨다고 주장했다. 랜덤 구성품은 특정 값이 매겨지지 않기에 시가에 따라 판매되며 인기 정도, 희소성, 주관적 취향 등이 시가를 결정한다. 즉, 랜덤으로 가격이 결정되는 포토 카드가 부가적인 가치 창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는 사행적 요인을 충족하며 과소비 가능성, 지출 감당을 위한 비행 가능성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과거에는 CD 플레이어를 활용해 음악을 들었기에 앨범의 CD는 ‘실사용하는’ 구성품 중 하나였다. 하지만 전자기기의 발달, 음원 스트리밍 사업의 발전으로 현재 CD를 이용해 음악을 듣는 경우는 드물다. 즉, 작년 한 해 CD 제작을 위해 사용된 1,394.9t의 플라스틱 중 제 쓰임을 다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언급한 환경운동연합의 보도자료에서도 앨범 시장의 쓰레기 문제가 드러난다. 앨범 케이스 중 분리배출에 관한 내용이 분명히 표기되지 않은 플라스틱 소재의 앨범 케이스가 많으며, 코팅지로 이루어진 커버와 구성품은 재활용이 어렵다. 종이류로 분류되는 구성품은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에 적용되지 않는다. 이 제도는 생산·판매 단계에 한정된 생산자의 재활용 의무를 생산, 판매, 소비, 폐기, 재활용 전 단계로 확대하는 것이지만, 케이팝 앨범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쓰레기통으로 가지 않은 앨범은 판매되거나 기부되기도 한다. 중고 거래사이트에 접속하면 최근 발매된 앨범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 자신이 원하는 구성품을 취하고 나머지는 싸게 팔거나 개봉조차 하지 않은 미개봉 앨범을 팬 사인회 응모 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감당할 수 없는 앨범은 헌혈의 집, 지역아동센터 등에 기부된다. 좋은 상태의 앨범을 기부하는 기부자도 존재하지만, 포장이 뜯어지거나 온전한 상태가 아닌 앨범 또는 굿즈를 기부하는 경우도 많다. 청소년폭력예방재단인 푸른나무재단은 2019년부터 앨범 기부 규칙을 밝히고 있다. 그 내용은 앨범 재고의 안정적 관리를 위해 많은 양의 앨범 기부는 지양하며, 구성품이 다 갖춰져 있거나 미개봉 앨범만 기부 물품으로 받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바꿔보자! 환경을 위한 움직임】

현 케이팝 앨범 시장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새로운 형태의 앨범이 있다. 바로 ‘플랫폼 앨범(Platform album)’이다. 플랫폼 앨범은 포토 카드 등 굿즈만 실물로 배송되며 함께 배송된 QR코드를 스캔하면 앨범을 들을 수 있는 앱으로 연결된다. 이를 통해 휴대전화로 편하게 노래를 들을 수 있고, 불필요한 CD를 생산하지 않을 수 있다. 플랫폼 앨범은 △위버스 앨범 △키노 앨범 △META 앨범 등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다. 지난 2022년 1월 18일(화) 빅톤(VICTON)의 <Chronograph>가 META 앨범의 형식으로 발매됐다. 소속사 IST엔터테인먼트는『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사인회 이후 처분되거나 반품되는 앨범이 많다는 사실과 CD로 음악을 듣는 대중들이 줄어드는 추세에 따라 플랫폼 음반을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META 앨범 제작사 ‘미니레코드’는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빅톤의 플랫폼 앨범 접속자와 구매자 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고, 더불어 플랫폼 앨범이 차세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주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기존 앨범과 똑같은 앨범 판매량으로 집계된다는 점 또한 앨범 판매량을 늘리기 위한 팬들의 과소비를 환경친화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청하, TREASURE(트레저) 등의 아티스트들은 친환경 소재로 음반을 제작해 선보였으며 블랙핑크는 데뷔 5주년 MD를 친환경 소재로 제작했다.

▲NCT DREAM(엔시티 드림) 'Hello Future' 키노앨범
▲NCT DREAM(엔시티 드림) 'Hello Future' 키노앨범

 

물론 플랫폼 앨범에 대해 좋은 의견만 있는 것은 아니다. 8년 동안 케이팝 팬 활동을 한 A씨는 “CD가 포함된 기존 앨범에 추가로 플랫폼 앨범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기에 쓰레기가 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구매 선택지가 증가하기에 쓰레기가 늘어날 수 있다.”라며 플랫폼 앨범을 구매 유도를 위해 사용하는 엔터사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팬 사인회와 같이 대량 앨범 구매가 필요한 곳에는 플랫폼 앨범으로 응모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라며 플랫폼 앨범에 관한 미흡한 부분을 언급했다.

▲이창섭 'SURRENDE' META 앨범 재생 화면
▲이창섭 'SURRENDE' META 앨범 재생 화면

 

케이팝 시장과 앨범 시장의 성장은 정말 빠른 속도로 이뤄졌다. 모든 것에 명과 암이 존재하듯 과도한 앨범 시장에서 기인한 소비의 환경문제 또한 존재한다. 앨범 시장의 성장은 현재진행형이기에 우리의 관심은 계속될 환경오염을 줄이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플랫폼 앨범, 친환경 소재 사용과 같은 환경을 위한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모두가 즐거운 K-POP을 즐기기 위해서 말이다.

 

 

 

 

*슬리브: 포토 카드의 손상을 막기 위해 씌우는 비닐

**폐기물부담금: 폐기물의 발생을 억제하고 자원의 낭비를 막기 위하여 유해물질을 함유하고 있거나, 재활용이 어렵고 폐기물관리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제품, 재료, 용기의 제조업자 또는 수입업자에게 그 폐기물의 처리에 드는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제도.

***재활용분담금: 재활용을 장려하기 위해 환경부장관이 재활용의무생산자에게 재활용되지 아니한 폐기물의 재활용에 드는 일정비용을 부과시키는 제도.

****생산자책임재활용(EPR)제도: 제품 생산자나 포장재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자에게 그 제품이나 포장재의 폐기물에 대하여 일정량의 재활용의무를 부여하여 재활용하게 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재활용에 소요되는 비용 이상의 재활용 부과금을 생산자에게 부과하는 제도.

[참고문헌]

정세영,「친환경 음반에 대한 K-Pop 팬덤의 인식도 및 구매 행동 연구」, 경기대학교 석사학위논문, 2022.

「‘하이브만 연간 900t’…최근 6년간 ‘K팝 플라스틱’ 14배로 늘어」, 『연합뉴스』, 2023.10.22. https:// m.yna.co.kr/view/AKR20231020154900530

「‘앨범깡’ 달라질까...친환경 맞춰 진화하는 K팝 앨범」,『뉴스1』, 2022.02.13. https://www.news1.kr/ articles/45815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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