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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대한민국인가, 서울공화국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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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버스를 놓쳐도 몇 분 안에 또 오기에 마음 졸일 필요 없다. 점심시간에는 학교 앞 수많은 식당 중 어딜 갈지 고민한다. 일과 중 갑자기 병원에 가야 할 일이 생겨도 근처에 약 50여 개의 병원이 있기에 문제없다. 영화나 전시가 보고 싶다면 예매하고 인근 영화관과 전시장으로 바로 가면 된다. 자정이 지나도 거리는 환하다. 이곳이 ‘서울’이다. 그리고 이것이 모두가 서울로 모이는 이유이다. 우리는 언제부터, 왜 서울을 갈망해 왔을까. 이번 기사에서는 청년들의 시선으로 바라본 수도권 인구 쏠림 현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 모든 것이 서울에 집중되다 ]

‘서울공화국’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서울공화국은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따위의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된 현상을 비꼬아 이르는 용어다. 기성 언론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만큼 이 단어는 대한민국이 서울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에 처음으로 수도권 인구가 비수도권 인구수를 넘어섰고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2023년 10월 기준 대한민국 전체 인구수는 5,135만 명을 넘어가고, 그중 약 18.3%인 940만 명 이상이 서울에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인구는 2,601만 명 이상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50.6%에 달하는 수준이다. 대한민국 전체면적의 10분의 1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서 전체 인구의 절반이 넘는 수가 모여 살고 있다. e-나라지표의 ‘지역별 인구 및 인구밀도’에 따르면, 2022년 서울의 *지역별 인구밀도는 15,550명이다. 즉, 서울에는 1km²당 15,550명이 살고 있다는 것이다. 수도권으로 따졌을 때는 2,19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다음으로 인구밀도가 높은 지역은 △부산(4,278명) △광주(2,921명) △인천(2,775명) △대전(2,727명) △대구(2,670명) 순이다. 지방의 인구밀도는 서울에 비해 확연히 낮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차이는 지역내총생산(GRDP)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에서 제공한 ‘2021년 지역소득(잠정)’에 따르면, 수도권 명목 GRDP는 1,097조 원으로 전체 GDP의 52.8%를 차지한다. 수도권에서 국가 전체 생산량의 절반이 이루어지는 셈이다. 

 

우리가 서울로 온 이유 

지방에 사는 청년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상경한다. 본지에서는 청년들이 서울로 올라오는 이유를 △학업 △취업 △문화생활이라는 크게 세 가지 원인으로 나누어 살펴보고자 한다.

[학업]

김재민(19세) 씨는 지방에서 거주하다가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에 진학하게 되면서 학업을 위해 서울에 올라왔다. 지방 대학에 비해 상위권 대학이 많고 서울에 위치했다는 이유로 대학을 선택했다.

Q.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고 싶다. 

A. 지방에서 살다가 서울로 올라오니 유동 인구가 많은 것을 체감할 수 있어 신기했다. 다양한 사람들과 만날 수도 있었다. 또한, 서울은 지방에 비해 예술·기술·문화·산업 등 다양한 측면에서 인프라가 잘 구축되어 있어 특히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컸다. 

Q. 지방과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에 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지방 대학을 다니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방에 위치한 대학은 학교 시설, 주변 상권 등 꽤 많은 부분에서 미흡한 요소들이 있는 것 같다. 이외에도 서울은 교통이 잘 되어 있어 이동이 편리한 점 등, 학업 이외의 기타 활동의 측면에서도 이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Q. 추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 있는가? 

A. 학교 졸업 후 어떤 진로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예정이다. 서울에서 생활한 지 그렇게 오래된 건 아니지만 서울에서의 삶에 대해 생각하면 심리적으로 복잡한 마음이 든다. 가능하다면 지방으로 다시 내려가고 싶다.

 

[취업]

김가은(20세) 씨는 올해 2월 말, 서울에 있는 기업에서 일을 하기 위해 서울로 올라왔다. 강남구에 위치한 회사에 다녔으며 매일 왕복 4시간의 출퇴근을 했었다. 

Q. 지방과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의 직장 생활에 이점이 있는지 궁금하다. 

A. 지방이 아닌 서울에 있는 회사에 취직한 이유는 아무래도 지방보다는 수도인 서울에 일자리가 더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회적인 인식을 따졌을 때 서울에서 일하는 것이 더 인정받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지방에서 직장생활을 할 때와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케이팝 공연이나 전시 관람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취미생활을 할 때만 좋았던 것 같다. 

Q. 추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 있는가? 

A. 지방에서 지낼 때는 가족들도 있고 경제적인 걱정도 없었는데 서울에서는 혼자 해결해야 하므로 걱정이 많다. 하지만 여러 조건을 고려하면, 아직은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 없다. 나이가 들어 경제적으로 안정되면 고향으로 내려갈 것 같다.

 

[문화생활]

송민지(20세) 씨는 서울에 위치한 대학교에 합격하게 되면서 지난해 서울로 올라왔다. 문화생활을 즐기는 송 씨는 지방보다 공연 관람이 용이한 서울로 올라오길 희망했으며, 현재 일주일에 두세 번 정도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Q. 처음 서울에 올라왔을 때, 어떤 기분이었는지 묻고 싶다. 

A. 지방에 비해 서울에는 공연장이나 다른 즐길 거리가 많아서 좋았다. 친구들과 약속을 잡을 때 다양한 장소를 고를 수 있기 때문에 선택지가 더 많이 주어지는 느낌이었다. 

Q. 지방과 비교했을 때, 서울에서의 문화생활은 어떤지 궁금하다. 

A. 지방에서 하는 공연의 경우, 대부분 서울에서 인기를 끌었던 공연이 내려오기 때문에 지방에서 접하는 문화생활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전시회도 마찬가지다. 서울에서는 이러한 제약에서 벗어나 개인의 취향에 맞는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다. 

Q. 추후 다시 지방으로 내려갈 생각이 있는가? 

A. 아직은 없다. 아무래도 지방에서는 서울만큼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처럼 서울로 상경한 청년들의 목적은 각기 달랐지만 서울에서의 삶에 대한 이점은 공통적으로 △편리한 교통 △상위권 대학의 밀집 △문화생활의 다양성 △풍부한 일자리 등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대중교통 서비스의 지역 형평성 평가」에 따르면, 실제로 서울의 대중교통 시스템은 전 세계적으로 상당히 우수하다고 평가된다. 우리나라 전체 면적의 약 0.6%에 불과한 서울에 10개 이상의 도시철도 노선과 600여 개 이상의 버스 노선이 집중적으로 구축돼 있다. 한편, 상위권 대학들도 모두 서울에 밀집되어 있다. 대한민국의 상위권 대학들을 이르는 은어인 ‘서연고’, ‘서성한’, ‘중경외시’, ‘건동홍숙’ 등에 해당하는 학교들은 소위 ‘인서울’이라 불리며 모두 서울에 위치해 있다. 또한, 이러한 대학에 가기 위한 도움을 주는 유명 입시 학원들도 서울의 특정 지역에 밀집해 있다. 서울의 대표적인 학원가인 대치동에 살기 위해 상경한 최지은(21) 씨는 “공부할 때 환경 차이가 크게 나는 것 같다. 현장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다.”라고 말하며 서울의 교육 여건에 대한 경험을 말했다. 문화생활의 경우에도 지방과 서울은 그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지역별 문화기반시설 여건분석』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의 공연장은 총 353개로 전국에서 가장 많다. 또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2021년 문화예술활동현황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총 31,914건의 문화예술활동 중 12,533건이 서울에서 개최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일자리의 경우에도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규모를 기준으로 한 국내 100대 기업의 91%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본지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종합해 본 결과, 위와 같은 서울의 각종 이점에도 불구하고 서울 생활에 긍정적으로만 바라보는 것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 이유로는 △주거 문제 △대중교통 혼잡도 △심리적 불안정 △경제적 문제 등이 있었다.

 

[ 지방에서 살아가기 ]

앞서 언급한 서울에서 사는 것에 대한 이점은 반대로 지방에서의 삶에서는 단점이 된다. 수도권과 지방의 인프라 차이는 크게 △교통 △교육 △문화 시설 △일자리로 나눌 수 있다. 먼저 지방은 수도권에 비해 열악한 교통 시설을 가지고 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 중 지하철이 위치한 곳은 부산·대구·광주·대전 4곳뿐이며 수도권에 비해 노선도 매우 적다. 또한, 국내 철도 노선은 서울을 중심으로 뻗어나가는 형태로 놓여져 수도권에서의 이동에 비해 지방 간 이동에 큰 불편이 있다. 경상남도 진주에 위치한 대학에 다니는 문수연(19) 씨는 고향인 전라남도 여수로 이동하는 것에 불편을 느낀다고 전했다. “진주에서 여수로 가는 직행노선이 없어 버스를 갈아타야 하며 배차도 하루에 3~5번으로 매우 적고 시간대가 다양하지 않다.”라며 “지역 내에서 버스보다 택시를 이용하는 게 편리해 교통비에 대한 부담도 크다.”라고 지방 간 그리고 지방 내 이동에 대한 불만을 덧붙였다.

수도권과 지방은 교육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중앙부처의 재정지원은 수도권 대학 1개교당 161억 원, 비수도권 대학 1개교당 130억 원으로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차이는 약 30억 원이다. 지방대의 재정 위기는 연구비 감소·부서 예산 감소 등으로 이어졌으며 입학정원 미달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2021년 기준 입학정원 미달 대학 중 90%가 지방대학이다. 또한, 전국 4년제 대학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은 2019년 기준 △제주 8.1% △전남 6.9% △전북 6% △경남 5.7% 순으로 서울이 2.9%인 것과 비교해 지방 대학의 중도 탈락 학생 비율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대학에 재학 중일 때도 수도권과 지방의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대구에서 태어나 학업을 위해 부산으로 거주지를 옮긴 이다영(20) 씨는 평소에는 지방 거주의 불편을 느끼지 못했지만, 최근 모든 인프라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음을 체감하며 여러 불편함을 마주했다고 전했다. “대학 생활 중 필수 스펙으로 여겨지는 대외활동을 찾아보며 수도권과 지방의 격차를 실감했다. 대부분의 대외활동은 수도권에 거점을 두고 이뤄지며 애초에 서울 소재 대학생만 뽑는 곳도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지방 소재의 대외활동은 비교적 한정적이기에 지방에서 관심 분야의 대외활동을 경험할 기회가 적다는 점 역시 아쉽다. 대외활동을 할 기회가 생긴다 해도 시간과 비용적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올해 지원한 대외활동 4곳 중 3곳의 소재지가 서울이었다. 이동시간을 고려해 하루를 통째로 비워야 했으며 예상치 못한 과도한 교통비 지출로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라며 대외활동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문 씨는 지방의 문화 시설 부족 문제를 언급했다. “지방에 거주하면서 문화 시설의 부족에 가장 큰 불편을 느낀다. 수도권, 특히 서울에서는 흔한 전시회·연극·콘서트와 같은 문화 시설이 지방에서는 매우 특별한 행사이며 접근성이 떨어진다.”라며 문화생활을 즐기기 위해 서울에 올라갈 생각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 씨는 지방의 부족한 일자리 문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취업을 생각할 때 상경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여겨진다. 자신의 모든 연고가 존재하는 고향을 두고 상경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직장이라 생각한다. 실제 대학 동기 중 다수가 ***지역 할당제를 염두에 두고 대학 진학을 선택했다. 이를 고려할 때 일자리 문제가 개선된다면 지역 인재 유출 또한 방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이를 통해 앞서 서울의 장점이라 결론을 내린 △편리한 교통 △문화생활의 다양성 △풍부한 일자리 등이 지방 거주의 치명적인 단점으로 드러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수도권과 다른 지방만의 장점도 존재했다. 서울에 살다가 대학 진학 후 제주도에 거주 중인 남은우(21) 씨는 “교통에 불편을 느끼긴 하지만 서울에서는 느끼기 힘든 자연을 즐길 수 있어 좋다.”라며 지방 거주의 장점을 언급했다. 광주에서 대학을 다니는 김서진(19) 씨는 “수도권에 비해 지방은 사람이 몰리는 현상이 적어서 좋다.“라고 전했다. 본지가 지방에 거주 중인 대학생과 진행한 인터뷰를 종합했을 때 △사람이 밀집된 곳이 적어 혼잡하지 않다 △같은 가격으로 수도권보다 좋은 환경의 집을 구할 수 있다 △수도권에서 보기 힘든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다 △지방 우대 정책이 존재해 취업에 유리하다 등의 의견을 들을 수 있었다.

 

[ 지방에도 사람 산다 ]

앞서 살펴 본 수도권 집중화와 그에 따른 지역 간 불균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21년 한국리서치 측에서 진행한 정기조사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1,000명)의 90%가 지역 간 불균형을 심각한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답했다. 지역 불균형이 야기할 문제에 대해서는 △수도권 과밀 현상으로 인한 부동산 과열이 심화될 것(90%) △소외된 지역의 경쟁력 약화가 국가 전체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85%) △지역 특색과 다양성 소멸(79%) 등의 의견이 있었다. 지역 균형발전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93%로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 가능성에 대해서는 61%가 부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점점 심화해 가는 지역 불균형 문제의 심각성에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18년 개정된 「국가균형발전 특별법」에 따라 정부는 국가균형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5년 단위로 부문별 발전계획안과 광역경제권발전계획을 기초로 하여 지역발전계획을 세워야 한다. 지난 2023년 3월 27일(월), 제5차 국가균형발전 5개년 계획 수립을 위한 협의회가 개최된 바 있다. 혁신도시를 형성하여 수도권 인구 집중을 해소하고자 하기도 했다. 지역 특화 발전을 통해 지방 경제를 활성화함에 따라 국가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했다. 또한, 1차 공공기관 지방이전을 통해 2012년부터 2019년까지 총 153개의 공공기관이 혁신도시 및 세종시 등으로 이전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지역 균형발전 정책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높고 인지도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언급한 한국리서치의 정기조사에 따르면, ‘지역 주도성 강화’, ‘삶의 질 향상’, ‘지역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 영역에서 각각 43%, 44%, 50%가 ‘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응답자의 79%는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을 위해 역할이 중요한 주체로 ‘중앙정부’를 꼽았다. 

 

우리가 서울을 떠나는 이유 

지역 불균형 속에서 서울을 떠난 이들도 있다. 본지는 그 중 '꿀꺽하우스'와 '완망진창'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꿀꺽하우스>

꿀꺽하우스는 우리술을 빚는 양조장과 바가 합쳐진 브루펍(Brewpub)이다. 꿀꺽하우스는 서울시 거주 청년 창업가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방면에서 지원하는 '넥스트로컬(NEXT LOCAL)'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후 부산 광안리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직접 빚은 우리술과 그와 관련된 문화를 소개하며 각기 다른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서로 한데 연결시킨다. 현재 그들은 ‘우리들만의 가치를 빚어내는 공간, 문화를 양조해 내는 곳’을 만들어 가고 있다.

Q. 서울시 주관 넥스트로컬(NEXT LOCAL)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A. 지역 양조장 창업 준비를 고민하고 있을 때 이 사업을 알게 됐다. 넥스트로컬은 서울시 거주 청년 창업가가 지역과 함께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비즈니스 교육과 지역 네트워크를 지원해준다. 때마침 관심을 두던 지역이 후보지로 선정돼 해당 프로젝트에 지원했다. 지역에서 창업을 한다면 막막할 부분이 많은데 단계별로 필요한 활동과 교육이 이뤄진다는 점이 좋았다. ‘자원조사’ 기간 때, 유관부서 담당자, 지역 농부, 지역민들을 직접 만나 들은 현실적인 이야기가 사업화에 큰 도움이 됐다.

Q. 서울이 아닌 부산에서 사업을 시작한 이유가 궁금하다.

A. 우리술과 각 지방의 문화는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단순히 지역 농산물만 쓰는 것만 아니라 문화, 자원, 사람 등이 술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부산은 창업 멤버 모두가 인연이 있던 곳이다. 꿀꺽하우스가 다양한 경계를 넘나들면서 술을 빚고 문화를 만드는 곳이길 바랐고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와 예술, 인종 등이 교차하고 지역만의 색깔도 뚜렷한 부산이 제격이라고 판단했다.

Q. 서울과 비교해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A. 부산의 바다와 자연이 주는 해방감이 있다. 그러면서 도시로서의 매력도 잃지 않는다. 우리술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여전히 수도권에 비해선 낮은 편이지만 점점 관심이 늘어나고 있고, 교육과 이벤트를 진행할 때마다 빠르게 마감되는 걸 보면 ‘이런 걸 경험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곳이 부족했구나.’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그 수요를 만들고 문화를 정립해 가는 시작점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이 더 많다. 지방엔 일자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데, 기업 입장에선 그만큼 채용할 인재가 부족하다고 한다. 후에 꿀꺽하우스의 규모를 확장하려 직원을 추가로 채용해야 할 때 많은 고민이 들 것 같다.

Q. 지방의 특색을 살리기 위해 고려한 부분은 무엇인가?

A. 익숙한 것도 다시 들여다보고, 지역의 유·무형 자원을 많이 발굴해서 술에 접목하려고 한다. 그래서 편견 없이 다양한 영역에 관심을 두고 찾으려 한다. 지금의 사업 방향과 결이 맞다면 협업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Q. 앞으로도 지방에서 사업을 지속할 것인지 궁금하다.

A. 부산에 터를 잡은 지 이제 막 1년이 흘렀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지역을 대하고, 사람들을 대하느냐에 따라 오는 기회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앞으로 부산을 중심으로 다른 지역, 그리고 서울과도 꾸준히 교류할 예정이다. 그래서 계속해서 사람과 이야기가 모여드는 곳, 우리만의 문화를 빚어가는 꿀꺽하우스를 만들고 싶다.

▲꿀꺽하우스의 두번째 가을 걷이 행사/출처: 꿀꺽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꿀꺽하우스의 두번째 가을 걷이 행사/출처: 꿀꺽하우스 공식 인스타그램

 

<완망진창>

완망진창은 완도의 다채로운 발전을 도모하는 청년단체다. 완도 토박이들이 모여 사회 기반 시설의 부족함과 같은 문제점을 깨닫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행동한다. 나아가 많은 이들이 즐길 수 있는 행사를 기획해 더 많은 청년이 완도로 내려오길 바라는 마음에서 구성됐다.

Q. 서울과 비교해 완도 생활의 좋은 점과 나쁜 점은 무엇인가?

A. 완도의 가장 좋은 점은 조용하고 안락하다는 것이다. 어딜 가든 소란스럽고 사람이 많은 서울과 달리 완도는 조용하고 사람들도 적다. 덕분에 서울에서 느낄 수 없었던 차분함과 고요함을 만끽할 수 있다. 나쁜 점은 여러 문화, 교육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에선 당연하게 누릴 수 있는 전시회, 팝업 스토어, 콘서트 등이 완도엔 없다. 학원 종류도 적어서 취미나 배움에 제한이 있다. 그런데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서 뭘 만들어도 우리가 처음이고, 새롭다는 장점도 있다. 그래서 완도에서는 한계 없이 많은 활동을 하게 된다.

Q. 완망진창을 운영하며 특히 기억에 남았던 활동이나 완도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 활동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A. ‘전남형 청년마을 사업’을 통해 수도권에 거주하던 예술인들과 함께한 전시회가 가장 기억에 남고, 큰 도움이 됐다. 사업 준비 기간 동안 모든 팀원이 매일같이 부딪히며 몸과 마음이 지치기도 했다. 하지만 예술인 분들을 한 달간 완도에 초대해 우리가 사랑하는 완도의 모습을 소개해 드리는 시간이 즐거웠고, 그들이 느낀 완도의 모습을 다양한 작품으로 만들어 전시회를 열던 날에는 ‘어쩌면 그동안의 고생은 오늘을 위해서였을 수도 있겠다.’라고 생각할 만큼 행복했다. 전시회에 방문한 많은 주민들이 잠시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 대한 애정을 다시금 느끼게 된 계기를 제공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또, 예술가들 중 절반은 완도에 계속 거주하기를 선택했다. 도시에서의 삶을 포기하고 시골에 정착한다는 것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 인재가 필요한 완도에 정말로 큰 도움이 됐다.

Q. 수도권으로의 이동을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A. 완도에서 태어나 완도에서 자랐지만 모두 짧게는 몇 달부터, 길게는 3년 이상 수도권에서 지내봤다. 도시에서의 삶이 얼마나 즐거운지 알기에 그리울 때도 많지만 다시 완도에서 살기 시작한 몇 년간 우리는 이곳에서 대체하기 어려운 사람이 됐다. 서울에서와 달리 이곳에서는 산다는 것 자체로 특별한 사람이 될 때가 많다. 또한, 그 특별한 삶에 따라오는 책임들이 아직 남아있기 때문에 완도에서 우리가 필요하지 않은 순간이 올 때까지는 이곳에 남아있지 않을까 싶다.

Q. 앞으로 계획된 사업이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지금은 종료됐지만, 전남형 청년마을 사업을 보완하고 발전시켜 타지 청년들이 계속 완도를 경험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운영하는 것이다. 완도라는 지역을 겪어볼 기회가 적은 청년들에게 “완도에서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라는 여지를 만들어주고 싶다. 청년들한테 부담을 주지 않고 떠나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만한 곳이 되게끔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할 예정이다.

▲완망진창이 진행한 플리마켓/출처: 완망진창 공식 인스타그램

 

‘서울공화국’ 현상이 심화되는 가운데 한국의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부분이 서울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다. 국토연구원의 ‘세계도시정보’에 따르면, 서울의 인구밀도는 1㎢당 1만 7,219명으로 30개 OCED 국가의 제1도시들 가운데 1위다. 이는 2위에 오른 멕시코의 수도 멕시코시티(8,400명)의 2배이며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룩셈부르크의 10배가 넘는다. 개인적 차원에서 서울의 인구 밀집도를 감소시키기란 어렵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인프라를 누리던 사람들이 편리함을 포기하고 자발적으로 지방으로 갈 확률은 적다. 그렇다고 지방에서 나고 자라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상경한 사람들을 비난할 수도 없다. 지역 불균형 해소를 위해서 정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구체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기대해 본다.

 

*지역별 인구밀도: 각 지역의 인구를 그 지역의 면적으로 나눈 값으로 1㎢당 거주하는 인구가 몇 명인지를 의미한다. 

**김공수, 이국용. 「지역별 문화기반시설 여건분석」. 『한국콘텐츠학회 종합학술대회 논문집』. 2019. 

***지역할당제 : 선발인원의 일부를 지역별 인구비례로 선발하거나 특정 지방 대학 출신자를 채용하도록 하는 제도 

****소멸위험지역: 20~39세 여성인구 수를 65세 이상 고령인구 수로 나누어 산출한 소멸위험지수가 0.5 미만인 지역

 

김세원 기자(pwq1127@g.hongik.ac.kr) 

김유민 기자(yummijh5@g.hongik.ac.kr) 

김혜빈 기자(sunbean@g.hongik.ac.kr) 

이지원 기자(easyone001@g.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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