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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을 판매하는 청년 창업가

초른 대표 김서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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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경 초른 대표
▲김서경 초른 대표

취업 준비라는 불안한 선택지 앞에 ‘창업’이란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해 본 길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대개 그저 스쳐 지나가는 생각으로 끝이 나고 또다시 취업전선으로 뛰어든다. 언제까지나 ‘내가 좋아하는 일’만 할 수는 없는 법이다. 하지만 여기 본인에게는 행복을, 다른 이들에게는 행운을 전하기 위해 사업에 도전한 청년 창업가가 있다. ‘초른’의 김서경 대표를 만나보자.

 

Q. 심리학과 사회복지학을 전공했지만 현재 진행하는 사업은 전공과 무관하다. 전공과는 다른 사업을 하게 된 계기가 있는지 궁금하다.

A. 대학 시절, 적성에 맞는 진로 선택이란 나와 조금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이로 인해 졸업 후 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는 사회복지학과를 복수전공으로 삼게 됐다. 이에 맞추어 NGO 분야에서 봉사와 서포터즈 활동을 통해 필요한 스펙을 쌓은 뒤, 국내 NGO 단체에서 1년 동안 인턴 생활을 했다. 그러나 현장에서 마주한 업무들은 생각과는 큰 괴리가 있었다. 민원 업무와 반복되는 단순 작업은 점점 나를 우울하고 지치게 했다. 그래서 1년간의 인턴 생활이 끝나갈 무렵에는 진심으로 원하는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들었다. 그 후 뜨개질, 재봉, 비누 디자인, 레진 아트(Resin Art) 등 평소 관심이 있었던 공예 분야의 원데이 클래스 수업을 듣고 직접 물건을 제작해 봤다. 그중 가장 잘하고 흥미로웠던 공예 분야가 레진 아트였고, 관련 상품을 계속해서 만들고 디자인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사업까지 이어지게 되었다.

▲현재 판매 중인 후우링 상품
▲현재 판매 중인 후우링 상품

Q. 사업 구상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하기까지, 브랜드 창업의 준비 과정을 설명해달라.

A. 처음에는 많은 사람들이 제작하는 열쇠고리 종류로 사업을 구상하려고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의 권유로 학교 플리마켓을 준비하게 되면서 흔하지 않은 제품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제품을 찾던 중 ‘후우링’이라는 제품을 접하게 됐다. 후우링은 매우 덥고 습한 일본에서 바람이 부는 것을 소리로 듣고자 걸어 두는 유리 풍경인데, 당시 국내에서는 아직 한정적인 디자인의 제품만 판매되고 있었다. 레진 아트를 이용해서 후우링을 나만의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켜보고 싶었다. 생각이 여기까지 닿은 후, 여름의 어항을 달아 놓은 듯한 금붕어 후우링과 ‘행복, 행운’이라는 문구가 담긴 네잎클로버 후우링을 만들어서 플리마켓에 선보였고 자연스럽게 온라인 판매까지 이어지게 됐다.

 

Q. ‘행운이 울리는 상점’이라는 소개가 인상 깊다. 브랜드에 담고자 한 가치와 이를 제품에 반영하기 위해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는가?

A. 초른의 대표 상품은 후우링이다. 이 후우링에 얽혀 있는 속설이 하나 있는데, 종소리가 울릴 때마다 행운이 찾아온다는 것이다. 이러한 행운의 메시지를 제품에 담아서 초른을 찾아주는 모든 손님에게 행운을 전하고 싶었고, 소개말도 자연스럽게 ‘행운이 울리는 상점’이 되었다. 또한 클로버 비즈와 행운을 상징하는 검정고양이 비즈를 이용한 책갈피를 제작하는 등 행운의 상징을 담아 제작하려고 노력했다.

 

Q. 본격적으로 브랜드를 운영하기 전, 본인만의 제품을 제작해 판매했던 경험이 있는가?

A. 대학교 2학년 때 슬라임에 푹 빠져 있었다. 길을 다니면서 슬라임 영상을 보고 슬라임을 학교에도 가져갈 만큼 정말 좋아했다. 그렇게 취미로만 즐기던 중, 학교에서 플리마켓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고 비싼 슬라임을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하여 학생들이 슬라임을 한 번 접해 보길 바라는 마음에 참여를 결심했다. 하지만 매대에 제품이 올라가기까지의 과정은 정말 어려웠다. 슬라임을 대량으로 제작하다 보니 어깨와 허리에 무리가 갔고, 처음 해보는 스티커 발주와 디자인은 어려웠다. 더운 날씨로 몇몇 제품은 녹아버렸고, 새 제품을 만들어 주거나 환불해 주는 과정도 쉽지 않았다. 이러한 초기 경험을 통해 1인 사업이 녹록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할 때 더 단단한 마음을 가지고 시작할 수 있었다.

 

Q. 레진 아트를 이용한 상품을 제작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궁금하다. 더불어 어떤 연유로 기술을 익혔으며 상품화하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는가?

A. 다양한 공예 분야 중에서도 레진 아트를 선택하고 가장 많이 활용하는 이유는 현재까지 접해본 공예 중에서 가장 흥미있었고 잘하는 분야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레진 아트를 이용하여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나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기술을 익히게 됐다.

상품화하기까지는 여러 과정을 거친다. 첫 번째로 신제품을 개발한다. 이 과정은 짧으면 하루 이틀, 길면 6개월까지도 소요된다. 신제품이 완성됐다면, 제작 과정을 체계화한다. 마치 베이킹 레시피를 만드는 것처럼, 한 제품당 레진과 조색제의 정확한 무게를 적어둔다. 마지막으로는 제품을 촬영하고 상세 페이지를 작성하면 판매할 준비가 완료된다.

▲상품을 제작하는 과정
▲상품을 제작하는 과정

Q. 상품의 아이디어를 주로 어디에서 얻는지 궁금하다.

A. 오프라인에서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자연물, 디저트, 소품들을 보면서 후우링이나 열쇠고리로 만들 수 있을지 상상한다. 또한, 액세서리 부자재를 파는 상점과 유명한 소품샵들을 다니면서 상품의 아이디어를 얻기도 한다. 온라인에서는 주로 오프라인에서 생각했던 아이디어를 구체화한다. 핀터레스트(Pinterest)나 구글(Google) 검색창에서 원하는 자연물이나 음식 이름을 검색한 뒤 다양한 참고 자료를 보며 작업대에서 새로운 제품을 제작해 보곤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실패할 때도 정말 많다.

 

Q. 홀로 브랜드를 운영하며 어려웠던 점, 또 기억에 남는 점은 무엇인가?

A. 세금 문제와 SNS 관리가 가장 어렵다. 직장인이 아니다 보니 연말정산이 아니라 1월 부가세 신고 및 6월 종합소득세 신고를 해야 하는데, 혼자 해결해 보려다 결국 세무사의 도움을 받아서 진행했던 기억이 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세금 공부도 사업자에게는 필요한 공부라고 느꼈다. 그리고 사업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홍보까지 잘 이루어져야 하는데, 처음에는 혼자 SNS를 관리해 나가는 것이 아주 벅찼다. 제품을 제작한 뒤 포장하고, 고객 응대까지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보니 SNS 관리가 소홀했었다. 그래도 지금은 열심히 인스타그램 릴스(Reels)도 제작하고, 게시글들도 자주 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

 

Q. 온라인 매장이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등에서 구매자들이 다양한 후기를 남기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구매자 혹은 후기가 있다면 소개 부탁한다.

A. 원래 여름을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후우링을 구매하고 난 후 여름이 조금이나마 좋아졌다는 후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여름의 행복한 기억을 선물해 드린 것 같아서 기분이 정말 좋았고, 이 후기를 오래 기억하고 싶다. 이러한 후기들을 보면서 사업을 계속해서 이어 나갈 힘을 얻는다.

▲모교 축제 참여 현장
▲모교 축제 참여 현장

Q. 서울 핸드메이드 페어나 모교 축제 등 여러 행사에도 참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행사 준비 과정과 비화, 혹은 그러한 행사를 통해 얻는 점 등이 궁금하다.

A. 보통 오프라인 판매는 2~4일 정도 진행한다. 행사 전 대량으로 제품을 생산하고, 매대를 어떻게 꾸밀지 계획한다. 이와 관련된 비화를 짧게 말해보자면, 핸드메이드 제품을 대량으로 만들어야 하다 보니 가족, 친척까지 모여서 후우링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다. 이틀 내내 만들다가 나는 목에 담이 오고, 이모는 몸살이 나셨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힘든 점도 많지만, 오프라인 행사장에서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고, 어떤 제품이 가장 빠르게 판매되는지도 알 수 있다. 이러한 경험은 주력 상품을 몇 가지 정해서 SNS에 더 많이 업로드 하는 등, 마케팅 전략의 기반이 되기도 한다.

 

Q. 현재 온라인 매장 말고도 부산과 대전의 소품샵에 입점한 것으로 알고 있다. 온라인 매장과 오프라인 매장의 차이점이 무엇인지, 사업을 더 확장할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A. 온라인 매장은 SNS 마케팅과 홍보가 판매량의 대부분을 결정하는 것 같다. 하지만 오프라인은 직접적인 홍보보다는 지역에 따른 관광객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각기 다른 제품을 납품해야 한다. 예를 들어 부산은 바다가 근접해 있어 ‘여름바다 후우링’이 더 잘 나가는 편이고, 대전은 유명한 빵집이 있다 보니 ‘메론빵 후우링’이 더 인기있는 편이다. 입점처 확장은 아직 고민 중이나, 초른의 제품과 잘 맞는 소품샵이 있다면 추가로 입점하고 싶은 생각은 있다.

 

Q. 자신의 전공과는 무관한 혹은 창업의 꿈을 꾸는 학우들에게 조언 부탁한다.

A. 전공과 무관한 직업이나 창업에 뛰어드는 것은 정말 두려운 일이다. 지금까지 쌓아왔던 학력이 아깝게 느껴질 때도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일단, 작게나마 시작해 보는 걸 추천한다. 작은 규모라도 사업과 시스템을 운영하다보면 생각하지 못했던 힘든 점들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할 때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교내 플리마켓, 행정구역에서 진행하는 행사, 창업 공모전, 박람회 등에 조금씩 도전해 나가다 보면 분명 자신만의 사업 운영 노하우가 생기고, 부족한 점도 조금씩 채워 나갈 수 있다. 언제나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곁에 두고 도전하며 살아가길 바란다!

 

*모든 사진은 인터뷰이 본인에게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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