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Viva La Vida! 반짝이는 인생을 위해, '반짝이는 워터멜론'(2023)

정답을 찾고 싶은 일이 생기면 동전을 던져 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tvN) 포스터/출처: tvN 공식 SNS

'코다(CODA)'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코다는 악곡 끝에 덧붙이는 음악 기호를 뜻하기도, 청각 장애인 부모에게서 태어난 청인(聽人) 자녀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tvN)의 주인공 '은결'은 그중에서도 후자의 의미를 지닌 채 태어났다. 드라마는 열여덟 남학생 은결이 우연히 1995년으로 시간 여행을 하면서 겪게 되는 사건과 그의 성장에 대해 이야기한다. 기자는 서로 다른 시공간에서 서로 다른 인물들과 상호작용하던 은결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았다. 

 

비바 할아버지: 이건 음악 하는 사람들끼리 만든 암호 같은 건데, 코다라고 불러. 이 코다를 악곡의 끝에 넣으면 슬슬 아름다운 마무리를 위해서 준비하라는 뜻이지. 비밀 하나 알려줄까? 너도 코다란다. 너처럼 가족 중에서 혼자서만 듣고 말할 수 있는 아이들을 코다라고 불러. 소리의 세계와 침묵의 세계를 이어주는 사람들이지.

 

아버지 '이찬', 어머니 '청아', 형 '은호', 그리고 은결로 구성된 가정에서 은결은 유일한 청인이다. 가족과 세상을 잇는 창구 역할을 해온 어린 은결을 어느 날 우연히 동네에 위치한 작은 악기점 '비바(Viva) 뮤직'에 들어서게 된다. 그곳의 주인인 '비바 할아버지'는 은결에게 코다의 의미와 기타를 연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기타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지닌 은결은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가지만, 집안 사정으로 인해 이사를 가게 되고 비바 할아버지가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잠시 기타리스트의 꿈을 접는다.

그리고 2023년, 열여덟이 된 은결은 아버지 이찬의 자부심이자 어머니 청아의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 좋은 성적과 훈훈한 외모를 겸비한 그에게는 여전히 포기하지 못한 기타리스트의 꿈이 있다. 자신조차도 눈치채지 못할 속도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꿈을 억누르던 그는 이따금 홍대 거리에서 기타를 연주한다. 마스크와 모자로 제 정체를 숨긴 채 현란한 연주 실력을 자랑하던 그는 알게 모르게 홍대에서 유명 인사가 되고, 밴드 '스파인9'의 기타리스트로 영입된다.

▲은결이 공연하던 홍대 거리 버스킹존

기자는 은결이 종종 공연하던 홍대 거리에 찾아갔다. '버스킹 존(Busking Zone)'으로 알려져 있는 이 거리에는 해가 뉘엿뉘엿 질 때면 어김없이 기타나 건반을 들고 찾아와 작은 공연을 하는 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기자는 언젠가 은결의 기타 선율이 얹어졌을 이 공간에 한참을 머물렀다. 저 많은 사람 중 은결이 있지는 않을까?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멈춰 세우는 저마다의 음악에 담긴 각자의 꿈이 궁금해졌다.

홍대 거리에서 벗어나 지하 공연장에서 음악을 이어나가던 은결은 결국 이찬에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은결은 결국 이찬에게 모든 것을 들키고 만다. 자신을 실망하게 하지 말라는 이찬의 다그침에 마음고생하던 은결은 악기점에 가 아끼던 기타를 판다. '라 비다(La Vida) 뮤직'의 주인 '마스터'는 은결에게 길을 잃을 수도 있으니 나가는 길을 조심하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건네고, 고개를 갸웃하던 은결이 나온 곳은 홍대 거리가 아닌 1995년 춘천의 한 골목이었다. 갑작스러운 시간 여행에 놀란 마음을 다잡기도 잠시, 은결의 앞에 고등학생 시절의, 그것도 농인이 아닌 이찬이 등장한다.

 

이찬: 내 고등학교 시절은 내 마지막 학창 시절이고, 나는 아주 아주 반짝이게 빛나야 한단 말이지. 할 수 있는 건 다 해볼 거다. 사랑이든 밴드든, 내가 반짝일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1995년의 이찬은 옆 학교의 '세경'을 짝사랑해 그를 위한 세레나데를 불러주기 위해서 교내 밴드를 결성하고 있었다. 사랑에 눈먼 소년의 앞에 등장한 은결은 나이 불명, 출신지 불명, 그야말로 정체불명의 불청객이다. 자신의 정체를 차마 사실대로 말할 수 없던 은결은 계속해서 이찬의 곁에 머무르며 이찬이 무사히 밴드를 결성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와중에 이찬은 대학에 가는 것을 포기하고 돈을 벌어 할머니에게 한식당을 차려줄 것이라고 선언한다. 세경만을 따라다니며 머릿속엔 온통 밴드를 꾸릴 생각뿐인 이찬을 보고 답답했던 마음도 잠시, 은경은 갈 곳이 없어 한동안 밖으로 나돈다. 

▲1995년의 은결이 잠시 머물었던 신촌 굴다리
▲1995년의 은결이 잠시 머물었던 신촌 굴다리
▲신촌 굴다리 내부
▲신촌 굴다리 내부

기자는 1995년 은결이 머물렀던 굴다리로 발걸음을 옮겼다. 해가 중천에 떠 있는데도 어두컴컴한 내부는 먼 과거로 불시착해버린 은결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했다. 사진을 찍기 위해 잠시 지나치는 와중에도 빛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아 그곳에서 은결이 얼마나 답답하고 외로웠을지, 잠시나마 그 마음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은결은 이곳에서 자신에게만 들리는 전화음을 듣고는 굴다리 바깥에 위치한 공중전화로 향했다.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마스터의 음성은 왜 자신을 이곳에 보냈냐는 은결의 물음에도 그저 자신의 청춘을 위한 여행을 즐기라는 말을 전할 뿐이었다. 

과거에는 나갈 방법이 보이지 않자, 은결은 자신의 명석한 두뇌를 살려 이찬의 과외 선생을 하는 조건으로 명석한 두뇌를 살려 이찬의 과외 선생을 하는 조건으로 그의 집에 머무른다. 이찬이 세경이 아닌 자신의 진짜 엄마 청아를 만나게 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미래의 이찬이 청력을 잃고 음악을 그만두지 않도록 예측 불허의 사고에 대비한다. 축제 직전 겨우 모인 멤버들은 '워터멜론 슈가'라는 밴들르 결성한다. 청아가 좋아하는 작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 1907~1954)'의 작품에서 따온 이름으로, 이찬은 청아와의 대화를 통해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라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운명에 이끌리는 것인지 아니면 은결의 노력 덕분인지, 이찬은 점차 청아와 가까워지게 된다.

 

은결: 반짝이고 싶대요. 마지막 청춘일지도 모른대요. 졸업하면 돈 벌 거래요, 졸업하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거 다 해보고 싶대요. 그래서 빛나게 해주고 싶어요. 일단은 무대 위에서.

 

이제 제법 과거에 익숙해진 은결은 어릴 적 자신이 받은 사랑을 다른 이들에게 돌려주기로 마음 먹는다. 과외를 하고 대학생 형들의 과제를 대신해 주면서 돈을 벌던 은결은 이찬을 무대 위에서 빛나게 해주고 싶다면서 그에게 기타를 사주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된다. 또한, 선천적 청각 장애인이지만 집안의 반대로 수어를 배우지 못한 청아를 위해서 몰래 수어를 가르친다. 은결은 그렇게 부모의 사랑을 제대로 받지 못한 채 자란 이찬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가 되어 주고, 21세기의 은결에게 수어를 가르쳐주던 청아는 20세기의 은결에게 처음 수어를 배운다.

기자는 1995년의 은결이 처음으로 온전히 자신을 위한 시간을 쏟는 '마로니에 공원'으로 향했다. 미래의 부모를 만나게 해주겠다는 목표도, 아버지의 사고를 막겠다는 비장함도, 청아를 다른 세상과 만나게 해주겠다는 포부도 없이, 은결은 이곳에서 친구와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시간 여행을 한 이후로 줄곧 운명을 바꾸겠다는 의지 하에 움직이던 은결은 아마도 유일하게 이곳에서 위안을 얻었을 것이다. 2023년의 마로니에 공원 역시 저마다의 휴식을 즐기러 온 이들로 가득했다. 은결이 본 1995년의 풍경은 아니었지만, 일상의 권태나 짐을 잊은 채 쉴 수 있는 곳이었다. 그렇게 은결은 자신만의 청춘을 보내며 마스터가 말했던 '여행'에 대한 의미를 차츰 깨달아 간다. 

▲혜화역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
▲혜화역에 위치한 마로니에 공원

결론부터 놓고 말하자면, 은결은 결국 이찬의 사고를 막지 못한다. 이찬은 큰 사고를 당해 청력을 잃고, 시간이 다 됐다는 마스터의 말에 다시 2023년으로 돌아온 은결은 좌절한다. 그러나 마스터의 말마따나, 인생이란 것은 바라는 것을 다 주지는 못해도 가끔 작은 선물을 숨겨놓기도 한다. 이찬과 청아의 운명은 바뀌지 않았지만 그들에게는 이전과 달리 친구들이 있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주는 가족이 있고, 반짝이는 미래가 있다. 그리고 은결은 이제 남의 인생이 아닌 자신의 인생을 바꿔보려 한다.

양손을 귀 옆에 대고 반짝반짝 흔들면 수어로 '박수'가 되고, 박수를 거꾸로 뒤집으면 '수박'이 된다. 드라마 <반짝이는 워터멜론>의 작가 진수완은 "이 작품이 청춘들에게 보내는 무언의 응원과 박수가 됐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이 작품의 결말이 당신이 바랐던 결말과는 조금 다를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정답이란 건 없다. 마스터가 말했듯 인생은 온갖 은유로 가득 차 있고, 해석은 각자의 몫이니까. 그러니 이 정답 없는 삶을 충분히 음미해 보길 바란다. 정답을 찾고 싶은 일이 생기면 결과가 어떻게 되든 간에 동전을 던지고, 당신이 반짝일 수 있는 일이라면 그게 뭐가 됐든 해보길 바란다. 그렇게 던진 동전이, 당신이 선택한 모든 일들이 어느샌가 당신을 생각지도 못한 멋진 곳으로 이끌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그리하여,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