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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고, 쓰고, 생각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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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월), 박민 한국방송(KBS) 신임 사장이 취임한 이후 KBS는 모든 언론의 이목이 쏠린 언론사가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문재인 전 정부 시기 임명된 김의철 전 사장을 방만 경영 등의 이유로 해임하고 박 사장을 신임 사장으로 임명 제청했다.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의 반대가 있었지만, 대통령은 이를 재가해 결국 사장으로 취임할 수 있게 됐다. 그런 박 사장의 취임 후 첫 행보는 다름 아닌 ‘대국민 사과문 발표’였다. 사과문에서 그는 “공정성을 훼손하고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국민 여러분께 정중히 사과드린다.”라고 말했다. 이어 검언유착 사건 보도, 고(故) 장자연 씨 사망 사건 관련 허위 주장, 2021년 재·보궐 선거 당시 이른바 ‘오세훈 시장 생태탕’ 보도, 2022년 대통령 선거 직전 김만배 녹취 보도에 대해 사과하며 “앞으로 이런 보도와 불공정 편파방송 보도가 이뤄지지 않도록 공개하고 백서를 발간해서 KBS 보도의 지침으로 삼을 생각이다.”라며 앞으로의 계획도 언급했다. 박 사장은 취임 당일 ‘9시 뉴스’를 비롯한 뉴스 프로그램의 앵커를 전원 교체했다. 또한 최욱이 진행하는 2TV<더 라이브>와 주진우가 진행하는 1라디오<주진우 라이브> 등 주요 시사 프로그램 폐지 또한 예고했다.

이러한 변화에 KBS 구성원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13일 <더 라이브>가 방송 당일 편성 삭제된다는 결정이 발표되자, 이날 최욱은 자신이 진행하는 팟캐스트 <매불쇼>에서 “진행자가 모르는 폐지가 있을 수 있나. 물론 아침에 결방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이건 아니다. 내가 4년을 매일 했다. 행사를 가더라도 끝인사는 하고 간다.”라며 폐지된다는 건 가짜뉴스라고 말했다. 하지만 4일간 결방이 결정되었음에도 이유가 발표되지 않았고, 방영 시간대에 예능과 드라마 재방송이 편성되면서 폐지는 사실상 확정됐다. 박 사장의 취임과 함께 인사 이동한 72명 중 상당수는 지난해 ‘바이든-날리면’ 보도 자체를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던 ‘언론의 정파적 편향성과 정언유착을 개탄하는 KBS 직원들’ 성명에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 본부는 성명을 내고 이 모든 결정은 KBS 구성원들을 향한 선전포고라고 비판했다. 또한 「방송법 제4조」 ‘방송편성의 자유와 독립’, 「KBS 단체협약 제22조 3항」 ‘편성·제작·보도의 공정성과 독립’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지금 KBS 내에 부는 칼바람에 여론 또한 ‘정권의 언론 길들이기’라는 의견이 대다수다. 우리나라의 대표 공영방송에서 단 하루 만에 주요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들과 뉴스 대표 앵커들이 줄줄이 하차하는 게 어떻게 가능하냐는 것이다. 이 사건처럼 권력에 의해 언론이 흔들리고 탄압당하는 일은 기성언론 뿐만 아니라 대학 언론에서도 흔하다. 예를 들어 지난 2021년 숭실대학교 학보사 『숭대시보』는 총장을 비판하는 사설을 실으려다 학생 기자단 전원이 해임당하고 지면 발행을 제지받았다. 한성대학교 방송국 HBS는 교외 기숙사 시설 관리 실태를 보도했다가 보도 영상을 삭제하라는 요구를 받고 현재 활동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외에도 권력을 가진 대학 내 구성원이 학보사에 압박을 가하는 일은 정말 다양한 방법으로 수도 없이 일어난다. 서울권 학보사 편집국장이 모여있는 단체 채팅방에서는 압박으로 인해 학보사가 곤란한 상황에 부닥친 사건이 끝을 모르고 공유된다.

언론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권력 기관 감시다. 사람이 모이는 곳엔 권력이 생기기 마련이고, 그런 권력을 가진 사람은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부정부패를 저지르기 쉬운 법이다. 언론의 기능은 그런 권력이 부패하거나 부정한 짓을 저지르지 않도록 계속 감시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 사람들에게 알리고, 권력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밝혀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바람직한 언론의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보다는 권력에 의해 언론이 흔들리고 심지어 쓰러지거나 본래의 목적을 잃는 모습을 더 많이 봐왔다. 권력의 횡포와 압박에 당당히 맞서는 언론이 아니라, 권력의 앵무새로 전락한 언론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그것이 국민의 자유를 진정으로 보장하는 길이기도 하다.

그러니 이미 죽을 것 같이 숨이 차도 기자의 발은 뛰어야 한다. 피가 나고 굳은 살이 박혀도 기자의 손은 펜을 놀리고 키보드를 두드려야 한다.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더라도 아무 생각 없이 받아 적는 게 아니라 계속 생각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기자는 기자 그 자체로 존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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