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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동민, EBS Books, 2022

'경제학사' 최동걸 교수가 추천하는 『9명의 경제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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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의 삶과 사상을 다루는 대중 서적은 이미 차고 넘친다. 이러한 범주의 책들을 ‘대중 경제사상사’라고 하자. 이 범주의 서적들은 보통 유명한 경제학자들의 삶의 여정을 그들이 살던 시대적 배경과 함께 소개한다. 그리고 그들이 주장한 경제학의 내용을 가능한 한 쉽게 요약하고, 후세에 끼친 영향과 오늘날 우리에게 가지는 의미를 제시한다.

이 책도 이런 범주에 들어가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제목 그대로 9명의 저명한 경제학자들을 다룬다. 그 중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를 비롯한 7명의 경제학자들은 보통의 ‘대중 경제사상사’ 서적에서 흔히 다루는 이들이다. 이 책이 여타 서적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마지막에 다루는 두 경제학자, 레닌(Vladimir Ilyich Lenin, 1870~1924)과 박현채(1934~1995)이다. 이는 아마도 저자가 비주류 경제학에 해당하는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고 가르치고 있는 국내 저자라는 점과 관련 있을 것이다.

레닌은 전문경제학자로서 보다는 러시아혁명을 이끈 혁명가로 더 익숙한 이름이다. 저자는 레닌의 정치 활동의 이면에 있던 경제이론가로서의 면모를 소개한다. 당시 사회주의 혁명을 꿈꾸던 이들 사이에서 공유됐던 상식은 산업화가 진행되고 자본주의의 모순이 극에 달한 서유럽의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에서 먼저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하지만 당시 농업의 비중이 압도적이었던 러시아에서도 혁명이 가능함을 보이고자 했던 레닌은 생산재 부문의 우선적 발전을 통해 소비재 부문의 발전을 촉진하여 자본주의 발전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주장을 제시한다.

그리고 이러한 주장은 혁명 이후에 오히려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됐다. 레닌이 지도자 자리에 오르면서 신생국 소련은 사회주의 계획 경제 발전을 위해 중화학공업을 육성하는 이른바 ‘불균형 성장전략’을 채택하게 된다. 저자는 이러한 불균형 성장전략이 1930년대 일본이 건설한 만주국을 경유하여 제2차 세계대전 후 일본, 한국, 대만, 나아가 중국이 추구했던 동아시아 발전국가 모델의 원형이 됐음을 보인다.

박현채는 현대 한국 대학의 경제학과 강단에서 거의 잊힌 이름이다. 1950년대에는 소년 파르티잔으로 활동했고, 60년대에는 군사정권에 비공식 자문 역할을 했으며, 반체제 운동으로 옥고를 치르고, 70년대에는 야당 후보의 집권을 위한 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설계했고, 80년대 중반에는 치열했던 ‘사회구성체’ 논쟁의 실마리를 제공했던 이 다채로운 인물은 이름부터 시대착오적으로 들리는 ‘민족경제론’을 주장했던 인물로 납작하게 단순화되기 일쑤다. 이 책은 박현채의 경제학이 지닌 여러 한계에 대해서도 분명하게 서술하지만, 그가 피압박 계층의 대명사로 사용한 ‘민족’ 개념을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또는 영세 자영업자와 같은 경제적 약자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재해석할 경우, 21세기 한국 경제를 설명하는 담론으로 여전히 유효성을 지니고 있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물론 더 상세한 내용을 보기 위해서는 책을 직접 읽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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