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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핀 해바라기 같은 삶

김계희(서양화8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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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희(서양화86) 동문
▲김계희(서양화86) 동문

해바라기를 떠올리면 어떤 생각이 드는가? 누군가는 만개한 해바라기가 마치 함박웃음을 짓는 얼굴처럼 보인다고 한다. 또 누군가는 활짝 핀 해바라기는 마치 강렬한 태양 같아 열정이 느껴진다고 한다. 여기 해바라기를 통해 희망을, 열정을 전하는 화가가 있다. 그림을 향한 사랑을 전하고 공유하기 위해 오늘도 그림을 그리는 김계희(서양화 86) 동문을 만났다.

 

Q. 본교 미술대학 서양화과(현 회화과)에 진학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4남매의 막내였던 나는 공부를 잘하는 형제 덕분에 공부에 관한 부모의 관심을 덜 받았고 덕분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았다. 그림에 대한 열정은 오래전부터 몸 안에 있었던 것 같다. 어려서는 그림 그리는 사람들을 동경했다. 초등학교 시절, 달력 속 명화를 보며 도화지에 무작정 베끼는 걸 좋아해 예중·예고 진학을 꿈꾸었지만, 사정상 진학하지 못했다. 중학교 입학 후 미술부 활동을 하며 그림에 대해 알아갔고 당시 그림 그리는 방법을 알려주셨던 미술 선생님 덕분에 그림에 대한 열정을 가지게 되었다. 고등학교 3학년 무렵 집안 사정이 어려웠지만 그림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림만 그릴 수 있다면’이라는 간절함으로 입시 미술학원 바닥에 상자를 깔고 잠을 자면서 2~3개월 정도 실기 시험을 준비했다. 8:1의 높은 경쟁률과 10년 넘게 입시를 준비한 쟁쟁한 경쟁자를 보며 주눅 들기도 했지만 그림에 대한 간절함으로 그 모든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 본교 서양화과 합격은 내 평생의 큰 축복이었다. 본교 서양화과는 나에게 그림이었고 삶이었으며, 나의 모든 것이었다.

▲2020 선화랑 서울
▲2020 선화랑 서울

Q. 지난 2월, 프랑스 파리에서 진행된 <ART CAPITAL Grand Palais 2023>에 참여한 소감이 궁금하다.

A. 프랑스 파리에 직접 가지는 못했지만, 같은 학과의 전명자 선배님 덕분에 <ART CAPITAL Grand Palais 2023> 전시에 작품을 전시할 수 있었다. 이 자리를 통해 선배님께 감사함과 존경의 마음을 전한다. 2,000명의 예술가가 ‘예술의 도시’ 파리에서 자신들의 예술 세계를 공유하는 이 전시는 복합 융화 문화 예술 잔치라고 생각한다. 세계의 예술을 느끼고 공감할 수 있는 자리라는 의미다. 다른 작품들을 현장에서 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기도 했지만, 경제적인 부담 등의 이유로 현장 참여가 어려웠다. 하지만 작가로서 ‘작품’이 곧 ‘나’라고 생각하기에 내가 직접 가지 않더라도 작품이 간다면 내가 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또한 아직 나의 작품 세계를 만들어 가는 단계이기에, 나만의 작품 세계가 확고해지고 난 후 다른 작가들과 작품을 나누고 공감하며 작품 세계를 확장하고 싶다.

▲'ART CAPITAL Grand Palais 2023' 전시 작품
▲'ART CAPITAL Grand Palais 2023' 전시 작품

Q. 53세에 첫 개인전 <봄, 봄, 봄을 이루리>를 진행하게 된 계기와 소감을 알고 싶다.

A. 30대에 첫 개인전을 하고 싶었지만, 개인 사정으로 50대에 하자고 다시 다짐했었다. 그렇게 첫 개인전을 진행했다. <봄, 봄, 봄을 이루리>는 봄을 기다리며 나의 작업물이 관람객의 마음에 선물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준비한 전시이다. 전시를 통해 한지, 레진(Resin), *오일스틱이라는 새로운 재료를 만났고 직접 사용하며 재료의 특성을 알아가는 과정은 낯선 곳을 여행하며 느끼는 설렘 같았다. 하나의 다짐을 이뤄내니 또 다른 도전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난 7월에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서양화과 86학번 동기들과 함께하는 단체전 <86 AGAIN전-다시 시작>을 진행했다. 또한, 가랑비에 옷 젖듯 천천히 세상을 바꿔 가자는 목표로 그룹 전시 <그림으로 세상 바꾸기>도 진행하고 있다. 그렇게 나의 도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봄, 봄, 봄을 이루리' 전시장
▲'봄, 봄, 봄을 이루리' 전시장

Q. 스위스 바젤에서 진행한 <Rhy Art Basel 2018>을 비롯해 여러 차례 단체전에 참여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단체전은 무엇인가?

A. <Rhy Art Basel 2018>은 정말 행복한 전시였다. 당시 첫째 아이가 교환학생으로 독일에 있었기에 두려움 없이 자신 있게 진행할 수 있었다. 딸이 전시를 관람하러 스위스 바젤까지 찾아와 매우 기뻤다. 2019년 5월에 진행했던 <카르텔 드 루브르(Carrousel de Louvre) ART SHOPPING> 전시 또한 기억에 남는다. 상업적 목적을 지닌 이 아트페어(Art Fair)는 여러 나라의 갤러리들이 소속 작가들을 모아서 참가하는 방식이다. 내가 소속된 미쉘 갤러리의 여러 작가의 작품 중 나의 작품이 대표로 아트페어 도록에 실리기도 했다. 전시 동안 전 세계 관람객들의 관심에 행복했다.

 

Q. 작품에서 해바라기를 주요 소재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본인에게 해바라기란 무슨 의미인지 궁금하다.

A. 나에게 해바라기는 그림을 다시 그릴 수 있게 해준 희망이다. 나의 그림에서 해바라기의 꽃잎이 춤을 추듯 꿈틀거리고 사각 캔버스 위로 튀어 오르는 것은 나를 구속하는 세상에서 벗어나고 싶은 나의 본능을 표현한 것이다. 해바라기를 소재로 작업할 때 나는 큰 행복을 느낀다. 해바라기를 통해 희망을 얻고 열정을 가지며 사랑을 느낀다. 그렇기에 나의 해바라기를 보는 관람객 또한 행복과 희망, 열정과 사랑을 느꼈으면 좋겠다.

▲2019 '김계희 개인전'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
▲2019 '김계희 개인전' 경인미술관 제5전시실

Q. 현재 홍익여성화가협회 홍익 루트(HONGIK ROOT) 회원으로 활동 중인데 기억에 남는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진행했던 모든 정기전이 소중했지만, 40회 정기전 준비는 더욱 완벽하게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으로 진행해야 했고 많은 회원의 참여를 바랐기 때문이다. 목표를 가지고 임원과 노력한 덕분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평소 참가 인원보다 두 배가 넘는 인원이 전시에 참여하였다. 또한 오히려 비대면으로 진행해 해외에 거주하는 회원들도 함께할 수 있었다. 특히 본교 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해 더욱 뜻깊었다. 개인적으로는 전명자 선배님께서 전시 작품을 구매해주셔서 작품 판매금 전액을 홍익루트에 기부할 수 있어 행복했다.

▲홍익루트 41회 정기전 출품작
▲홍익루트 41회 정기전 출품작
▲2015 'Asia Contemporary Art Show' 전시 작품

Q. 마지막으로 본교 학우들께 전하고 싶은 말이 있는가?

A. 자기 삶에 주인공이 되어라. 열정을 다해 살아라. 지금, 이 순간은 평생 한 번뿐이다. 성공에 자만하지 말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매 순간이 마지막인 듯 열정적으로 도전해 보자. “어제가 행복했듯이, 오늘이 더 행복하고 내일은 더 많이 행복할 것이다.” 나는 나에게 이런 말을 한다. 31년 전 졸업한 나는 지금도 학교에 가면 다시 20대가 된다. 20대의 추억은 30여 년이 지난 지금도 나를 20대처럼 살아가게 해준다. 여러분의 앞길에 행복한 순간들이 계속 이어지기를 바라며 항상 응원하겠다.

 

*오일스틱: 막대 형태의 유화 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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