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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감자 ‘AI 그림’, 슬기로운 활용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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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원하는 이미지에 관해 설명만 하면 그 설명대로 대신 그림을 그려주는 기계가 있다면 믿을 수 있는가? 그림 실력이 뛰어나지 않더라도, 구체적인 명령어를 입력하지 않더라도 제법 괜찮은 결과물을 출력해 내는 기계 말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뜬구름 잡는 소리로 받아들여졌을 이 말이 거짓말 같이 실현되기 시작했다. AI(인공지능)가 그려주는 그림을 보고 그 편리함과 유용성에 매료된 사람도 많지만, 이를 둘러싼 논란 역시 뜨겁다. 최근 떠오르기 시작한 생성형 AI 열풍, 그 중심에 놓인 ‘AI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바야흐로 생성형 AI 전성시대】

인공지능의 발달에 따라 인간 대신 글, 이미지, 음성 등을 생산해 내는 생성형 AI가 등장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몇 개의 명령어를 입력하면 그럴싸한 결과물을 내놓는 편리함에 주목받기 시작한 생성형 AI의 종류는 나날이 늘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생성형 AI로는 △미드저니(Midjourney) △스테이블 디퓨전(Stable Defusion) △노벨AI(NovelAI) △ChatGPT 등이 있다. 다양한 생성형 AI 중에서도 이미지를 생성해 주는 AI가 유행함에 따라 어도비(Adobe)의 ‘포토샵(Photoshop)’ 역시 ‘생성형 채우기’와 ‘생성형 확장’이 포함된 새로운 기능을 공개했다. 아래 사진은 기자가 직접 본교 운동장을 찍은 사진에 생성형 확장 기능을 적용한 사진이다.

▲포토샵(Photoshop) 생성형 확장 기능을 통해 확장한 본교 운동장 사진. 사각형 안의 영역이 원본 사진이다.
▲포토샵(Photoshop) 생성형 확장 기능을 통해 확장한 본교 운동장 사진. 사각형 안의 영역이 원본 사진이다.

이처럼 단시간에 원하는 이미지를 얻을 수 있는 생성형 AI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다. 간편할 뿐만 아니라 완성도도 높기에 마치 사람이 직접 그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8월 ‘미국 콜로라도주 미술전’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우승을 차지한 작품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이 미드저니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출처: 뉴욕타임스(NYT)
▲미드저니(Midjourney)로 제작된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Théâtre D’opéra Spatial)'/출처: 뉴욕타임스(NYT)

【이 그림이 네 그림이냐, AI 그림을 둘러싼 논란】

AI로 그린 그림이 실제 미술전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AI 작업물도 그 저작권과 예술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가?’에 관한 논쟁이 뜨거워졌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AI를 창작의 주체로 인정하는 법안은 아직 없다.「저작권법」제2조 제1호와 제2호에서 저작권을 ‘인간’의 사상이나 감정이 표현된 것으로 규정짓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매일경제』와 인터뷰한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와 이원재 법무법인 율촌 변리사는 “AI의 발명 또는 창작의 특허권이나 저작권을 인정할 수는 없지만, 인간이 AI의 도움을 받아 발명이나 창작을 한 경우 인간의 창의적인 노력이 포함돼 있다면 그 인간에게 특허권 또는 저작권이 부여될 수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AI 작업물의 저작권 인정 문제와 더불어, AI 학습 과정에서의 저작권 침해 문제도 화두에 올랐다. AI가 다양한 정보를 학습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이의 창작물이 무단으로 수집 및 복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국내에서 쓰이는 AI 그림을 둘러싼 논란 역시 뜨겁다.『머니투데이』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 5월 19일(금) 기준 국내 웹소설 플랫폼 ‘노벨피아’의 상위 10개 작품 중 4개 작품이 AI를 활용해 제작한 표지를 사용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머니투데이』와 인터뷰한 김환철 한국웹소설협회장은 “AI가 참고한 이미지 출처를 모르는 데다, 다른 작품 및 사람과 유사할 수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최대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 웹툰’은 지난 4월 1일(토) 만우절 당시, 이벤트성으로 웹툰 표지를 AI 표지로 바꾼 후 논란이 일자 다시금 교체했다. 이후 자동 채색 서비스인 ‘AI 페인터’를 출시하고, 특정 웹툰의 그림체를 따라할 수 있는 ‘툰 필터(Toon Filter)’ 기능을 공개하기도 했으나 이를 둘러싼 의견이 분분했다. 이외에도 AI의 사용이 의심되는 특정 작품에 ‘별점 테러’가 이어지는 등, 현재 웹툰계에서의 AI 사용에 대해 독자들의 반응이 우호적이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만우절 당시 교체된 네이버웹툰 표지/출처: 매거진한경
▲만우절 당시 교체된 네이버웹툰 표지/출처: 매거진한경

【창작자 간에도 분분한 의견】

웹툰계에서 AI 그림과 AI 웹툰에 관한 논란이 일자, 작가들 사이에서도 입장이 갈리기 시작했다. ‘AI 사용으로 인해 창작자들의 작업 시간이 단축될 수 있고, 능률이 향상시킬 수 있다.’라며 찬성하는 입장과 ‘AI 그림은 작가 고유의 작풍과 창작성을 침해하는 일이다.’라고 주장하며 반대하는 입장으로 갈린 것이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의 특정 작품에 AI가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AI 웹툰 보이콧(Boycott)’ 운동이 전개되기도 했다.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전개된 ‘AI 웹툰 보이콧’ 운동
▲네이버 도전만화에서 전개된 ‘AI 웹툰 보이콧’ 운동

아마추어 작가 간에도 AI 그림을 둘러싼 논쟁이 치열하다. ‘X(구 트위터)’ 등 각종 SNS와 커뮤니티에서 활동하는 일부 작가들이 생성형 AI를 이용하면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일부 아마추어 작가들은 SNS 프로필에 ‘본인의 그림으로 AI를 학습시키는 행위를 금지한다.’라는 문구를 내걸기도 했다. AI 그림을 둘러싼 논란이 뜨거워지자, 개인간 그림 거래(커미션) 플랫폼인 ‘픽시브(Pixiv)’와 ‘크레페’에서는 임시방편으로 AI 그림 작업물을 차단 및 금지하는 조항을 만들기도 했다.

이처럼 창작자에게 민감한 문제로 다가오는 AI 그림에 관한 본교 학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개인 SNS에 미드저니로 생성한 이미지를 업로드 중인 강준호(산업디자인4) 학우와 개인 SNS에서 활발히 활동 중인 일러스트레이터 A(시각디자인3) 학우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A 학우

Q. 최근 AI 그림 및 AI 표지로 인한 논란이 여러 차례 빚어졌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AI 그림이나 표지는 분명 ‘누군가의 창작물’을 학습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그것으로 금전적인 이득을 취한다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Q. AI 그림으로 인한 논란이 개인 SNS를 통해 활동하는 작가 간에서도 논란으로 번지고 있는데, 이러한 논란을 접한 적 있는가?

A. 물론 있다. 최근 섬세한 그림체가 특징인 모 일러스트레이터가 AI를 이용했다는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해당 작가는 영상을 통해 작업 과정을 공개하고 오해를 풀었지만, 자칫하면 자신의 커리어가 위협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나 또한 누군가 내 작품을 AI로 의심하거나, 내 그림체와 비슷한 AI 생성 일러스트를 접하게 된다면 불쾌할 것 같다.

Q. 생성형 AI로 인한 저작권 문제와 창작성 및 예술성 논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AI 그림도 어느 정도의 창작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기를 이용해서 피사체를 찍을 뿐인 사진 역시 촬영자가 어떻게 찍었는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찍었는지에 따라서 예술성을 부여받는다. AI 그림 역시 ‘인간의 의도’가 들어갔으므로 창작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AI 그림은 여러 다른 작가의 그림을 자료화한 것이다 보니 저작권 문제에선 자유롭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강준호 학우

Q. 최근 개인 SNS를 통해 미드저니를 이용한 ‘아트웍(Artwork) 100일 챌린지’를 시작했다. 미드저니를 이용해 작업하는 과정에 관해 설명 부탁한다.

A. 그날 떠오르는 영감을 바탕으로 키워드를 떠올리고, 프로그램에 ‘/imagine’ 명령어를 활용해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올 때까지 키워드를 바꿔가며 이미지를 생성한다. 마음에 드는 이미지가 나왔다면, 포토샵으로 후보정을 거쳐 작업물을 완성하는 방식이다.

Q. 생성형 AI로 인한 저작권 문제와 창작성 및 예술성 논란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A. AI 학습의 바탕이 된 콘텐츠의 저작권은 분명히 중요한 문제다. 여전히 많은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기술의 발전이 제도나 법의 신설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고 있기에 AI 개발사의 양심적인 데이터 학습이 이뤄지기를 바랄 뿐이다. 창작성 면에 있어서는 기존의 예술과 똑같이 존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AI로 만든 이미지를 그대로 사용하기에는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AI를 활용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 키워드 입력만이 아닌 다양한 후처리 작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Q. 생성형 AI와 AI 그림의 전망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앞으로 몇 년 안에 생성형 AI는 극도로 발전할 것이고 그에 따라 AI의 활용은 자연스러운 일상이 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해 본다. 지금은 생성형 AI라는 분류하에 ChatGPT나 미드저니를 하나로 보고 있지만, 앞으로는 생성형 AI라고 따로 분류해 말하는 것도 무색할 정도로 모든 기업에서 당연하게 사용하는 하나의 기능으로써 발전할 것 같다.

▲강준호 학우가 미드저니로 제작한 이미지/출처: 본인 제공
▲강준호 학우가 미드저니로 제작한 이미지/출처: 본인 제공

AI 그림을 비롯한 생성형 AI의 활용 방안은 무궁무진하지만, 무분별한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피해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최근 유럽연합(EU) 의회에서도 AI가 학습한 자료에 대한 저작권을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법안인「인공지능법(AI Act)」제정의 초안 작업에 돌입한 한편, EU 회원국 간 갈등이 불거지면서 해당 법안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전 세계적으로 ‘AI 규제’가 초읽기 단계에 놓여 있는 현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균형’을 지키는 것이다. AI가 악용될 가능성을 제한하는 동시에 올바른 방식으로 활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AI가 창작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관련 제도의 정비와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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