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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사회와 법' 김성은 교수가 추천하는 『한비자, 법과 정치의 필연성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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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한 조선 젊은이의 한비자에 대한 사색의 여정과 단상을 모은 책’이다. 저자 임건순은 진(秦)이 춘추전국시대를 마감하고 중국을 통일한 B.C. 211년 이전, 춘추전국시대에 활동한 묵가ㆍ법가ㆍ병가 등 제자백가에 대한 연구에 천착하고 있다. 그 가운데 저자는 이 책에서 법가 사상가 한비자(韓非子, B.C. 280?~233)에 주목하면서, 그의 입을 빌려 한비자 사상과 법가 사상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다.

한비자는 중국 전국시대 한(韓)나라 사람이다. 한나라는 당시 중원(中原)이라 일컬어지는 황하강 중류에 위치하며 주위 열강의 침입과 압박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비자는 이러한 현실 가운데 법가를 집대성하고 ‘법술(法術)을 만들고 제도를 정비하는 것이 진정 인민의 이익을 위하고 하층민의 안녕을 도모하는 길’임을 주장하였다. 즉 엄격하고 공정한 법으로써 나라의 힘을 극대화하는 것이, 힘의 논리만이 관철되던 전국시대에 한나라가 중원이라는 고난의 땅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임을 역설한 것이다.

그러면서 한비자는 ‘정치의 필연성’을 말하고 있다. 무수한 군주가 신하에게 목숨과 나라를 잃던 춘추전국시대에, 군주는 반드시 법으로 나라를 이끌고 신하가 절대로 군주의 권위에 도전하며 권력을 사유화하지 못하도록 하여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죽임을 당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저자는 한비자가 군주와 신하의 관계를 주인-대리인 문제(principal-agent theory)로 설명하고 있다고 한다. 주인은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해 일을 대신하게 하지만, 대리인은 주인의 이익보다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으로 인하여 도덕적 해이나 역선택과 같은 문제가 생기는데, 군주와 신하의 관계도 이와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따라서 군주는 스스로 법치를 받아들이고 실행할 의사와 의지가 있어야 하며, 또한 법을 만들고 그 법대로 정치를 행할 수 있는 좋은 대리인인 법술지사(法術之士)와 함께 개혁을 시행하여야 한다고 한다. 법을 새로 만들어 공평하게 적용하고, 신분이 높아도 잘못을 저지르면 처벌받고 신분이 낮아도 공을 세우면 상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그런데 나라에는 이러한 법치를 중심으로 한 개혁을 방해하는 조정의 중신(重臣)들이 있다. 이러한 중신들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고자 군주의 눈을 가리고 군주에게 법술지사가 접근하는 것을 방해하며, 때로는 군주의 목숨을 노리기도 한다. 이런 가운데 한비자는 다양한 우화를 통하여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한다. 옥(玉)을 감정하는 사람(중신)에게 막혀 왕에게 옥돌(법)을 바치지도 못하고 양다리가 잘린 화씨(법술지사)의 이야기(화씨지벽((和氏之璧))을 통하여 중신에게 개혁안의 검토를 맡기는 군주의 어리석음과 개혁의 어려움을 말하고 있다. 또한 세상의 모든 방패를 뚫는 창과 세상의 모든 방패를 막아내는 방패가 함께 있을 수 없다는 모순(矛盾)이라는 말로 군주의 권력과 신하의 권력은 양립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아울러 저자는 한비자에서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Adam Smith, 1723~1790)의 모습을 본다. 스미스는 인간의 이기심을 긍정하며 모든 사회제도는 사회의 역사적 발전 단계에 따라 끊임없이 생성과 변천을 거듭해 왔다고 주장하였는데, 한비자도 마찬가지의 주장을 하였다는 것이다. 즉 “군주와 신하 사이에는 부자간의 친근함이 아니라 이해타산에 있다.”고 하면서, 군주는 공정한 상과 벌이라고 하는 인센티브, ‘형명((刑名)의 술(術)’이라고 하는 성과관리 제도를 통하여 신하들이 군주의 이익에 복무하도록 하고, 군주와 신하 모두가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을 통해 결국 국가의 힘이 강해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법치 대신 요임금이나 순임금과 같은 과거의 성인 군주를 거론하며 인의로서 이 시대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가의 복고주의를 ‘수주대토(守株待兎)’라는 말로 비판한다.

한비자는 전국시대의 현실을 성찰하며 대안을 모색하였고, 저자는 한비자에 대한 사색을 통하여 우리 시대의 한국을 성찰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제 ‘사회과학과 가장 유사한 법가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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