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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야기가 들려 '그날의 헤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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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자정리(會者定離)’라는 말이 있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다는 뜻이다. 우리의 삶 속에서 헤어짐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고, 저마다 이별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아간다. ‘이별’이라는 단어가 당신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대중문화의 단골 소재가 된 이별은 대개 가슴 아프고, 슬픈 것으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모든 이별이 슬프기만 한 것은 아니다. 또한, 이별이 언제나 영원한 것도 아니다. 올해와 이별하기까지 한 달 남짓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현재, 당신은 어떤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가? 언제까지나 잊히지 않을 그날의 헤어짐을 담아 보았다.

 

가장 기억에 남는 헤어짐은 무엇인가?

 

|나오는 사람들|

 

손녀 역 A(경영2)

인생에서 처음으로 겪은 이별은 할머니와의 이별이다. 어렸을 적 바쁘셨던 엄마 대신 나와 내 동생을 키워주신 할머니는 내가 중학교 3학년일 때, 갑작스레 암 판정을 받았다. 1년 내내 우리 집과 병원을 오가며 투병 생활을 하시던 할머니는 결국 그해 11월, 내가 고등학교에 가는 걸 보지 못하고 하늘로 가셨다.

할머니는 전쟁 탓에 초등학교만 졸업하신 분이었지만,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분야에서 지헤롭고 야무지신 분이었다. 내게 구구단과 알파벳을 처음 가르쳐준 사람도 할머니였다. 할머니가 나의 시대를 살았다면 나보다 더 잘했을 거란 생각도 든다. 할머니는 나와 내 동생에게 한 번도 공부를 강요한 적도 없으셨고, 하고 싶은 것은 해보라며 당신의 빠듯한 살림을 우리에게 주시기도 했다. 돌아가신 날 차가운 손을 붙잡고 꿈에 나와달라며 엉엉 울었는데, 애석하게도 아직은 내 꿈에 와주신 적이 없다. 하지만 항상 날 응원하던 목소리는 아직도 귀에 생생하게 맴돌고 있다.

 

동료 역 B(25)

이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정말 친하게 지냈던 동료와의 헤어짐이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흘러 내가 마지막 근무를 하던 날이었다. 그 동료는 본인이 출근하는 날이 아니었음에도 나를 배웅해 주기 위해 회사에 출근해 나와 함께 있어 줬다. 나 혼자 퇴사한다는 생각에 걱정이 많았는데, 그렇게까지 나를 생각해 준다니 정말 고마웠다. 퇴사가 확정되면서 나의 능력과 커리어에 관해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었는데 그 동료 덕분에 ‘적어도 이 회사에서 소중하고 좋은 사람을 알게되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날의 작별은 앞으로의 직장 생활 중에서도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 같다.

 

반려인 역 황혜성(경영2)

헤어짐이라 하면 반려견 ‘흰둥이’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2월, 흰둥이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내가 5살 때부터 21살까지, 16년을 함께했기에 흰둥이와의 헤어짐은 익숙해지기 어려웠다. 이제 2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가끔 무의식적으로 흰둥이를 찾곤 한다. 사실 강아지에게 16년은 매우 긴 시간이다. 그렇기에 자연스러운 헤어짐이라 여기며 힘을 내곤 했다. 5살 때 처음 만난 흰둥이는 외동인 나에게 가장 친한 친구이자 처음으로 생긴 동생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나 자신만큼 다른 존재를 아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흰둥이에게는 미안한 마음도 많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우리 곁에 있어 줬기에 고마운 마음이 더 크다.

흰둥아 나중에 다시 만나자!

 

손녀2 역 남은우(20)

외할아버지와의 이별이 내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이별이다. 할아버지는 내가 6살 때 돌아가셨다. 그저 해맑은 어린애였던 나는 죽음에 대해 알지 못했다. 그렇게 커가면서 죽음이 가져온 이별의 슬픔을 마주하게 됐다. 무뚝뚝하셨던 할아버지지만, 언제나 날 ‘애기’라 부르며 스티커도 사주시고, 손수 밥도 먹여주셨다. 아주 어릴 때 기억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남아있는 걸 보면 보면 할아버지를 향한 나의 애정이 정말 컸기 때문이겠지. 누구나 죽고, 삶은 무조건 죽음을 향해 달려가지만, 절대로 익숙해질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삽입곡|

<조용히 완전히 영원히> - 너드커넥션

안녕 마지막 인사가 되겠네요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제 다신 볼 수 없기에

자그만 행복을 남겨두고 가요

 

|제작진|

기자   김세원(경영2)

디자인 기자   이서윤(자율1)

일러스트 기자   이연우(시각디자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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