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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결합(union) 2001-05', 2001, 철, 160×670×280(cm)

박물관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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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결합(union) 2001-05', 2001, 철, 160×670×280(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김진영,'결합(union) 2001-05', 2001, 철, 160×670×280(cm), 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김진영(1954~)은 서울에서 태어나 1981년에 홍익대학교 조소과를 졸업했다. 이후 프랑스 파리 국립고등장식미술학교에서 입체과와 파리 제8대학 대학원 조형예술과를 졸업하였다. 1987년에 유학을 마친 후 국내에서 첫 개인전을 열고 이후에도 다수의 개인전과 단체전에 참여하였다. 작업 초기부터 작가가 꾸준하게 작업해 온 대표 연작 《결합》은 단순한 기본 조형 원리의 기하학 요소들을 조합하여 다양한 변주를 생성해 낸 작업이다. 작품을 구성하는 세모, 동그라미 꼴과 그 변주인 원통형, 구형, 원뿔형, 피라미드 꼴의 기하학 도형을 형상화한 오브제들은 작가의 주관과 감각에 의해 새로이 조합되며 요소 간의 관계성을 만들어낸다. 이러한 관계성은 자연과 인간의 교감을 바탕으로 자연과 인위적인 것을 결합하여 서로 다른 세계의 조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고민을 담는다.

《결합》 연작은 기하 추상 조각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재료의 변주를 통해 작업의 성격에 있어 실험적인 변화를 시도하였다. 1980년대 작업 초기에는 주로 대리석과 시멘트를 주재료로 사용해 형상보다는 추상의 덩어리로 표현하였다. 198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시멘트와 철, 철봉과 같은 재료를 함께 사용하는 등 재료를 더하고 빼는 변화의 시기를 보낸다. 1990년대 중반부터는 주 재료였던 시멘트를 벗어나 철로만 이루어진 작품이 등장하게 된다. 이 시기에 나타나는 오브제들의 배치는 작품과 작품이 놓인 공간을 강조한다는 특징을 갖고, 작품은 일종의 건축적 성격을 갖는다. 2000년 이후 근작에서는 기하학적 요소에 자연물의 형상을 조합하면서 자연과 인공, 감성과 이성의 결합을 탐구하였다.

홍익대학교 정문을 따라 올라오는 길에 볼 수 있는 박물관 소장품 <결합(union) 2001-05>는 공간적, 건축적 성격이 특징인 후기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좌대 없이 곧추선 원뿔과 바닥에 함께 놓여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철판들이 눈에 띈다. 원뿔의 첨단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감각과 바닥에 사선으로 누워있는 사다리꼴이 미묘하게 대치되어 보는 이로 하여금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거리와 조각물의 높이 차이는 공간에 관계성을 연출하고, 기하학 형태가 만드는 질서와 비대칭적 구조는 조형적 아름다움을 자아낸다. 이와 같은 작가의 작업은 1960년대의 미니멀리즘 작업을 떠오르게 한다. 잘 알려진 로버트 모리스(Robert Morris 1931~2018)의 <Untitled(L-beams)>처럼 최소한의 형태를 가진 구조물들은 그 공간을 향유하는 관람자의 현상학적 경험에 의해 그 의미가 체험된다. 또한, 소장품 <결합(union) 2001-05>가 형성하는 내적인 긴장감은 작가가 추구하고자 했던 인간과 자연의 교감, 불완전한 인간의 내적 탐구를 서사하며, 기하학적인 구조의 딱딱함에 부드러움을 결합시킨다. 작가의 꾸준한 기하 추상 조형에 대한 관심과 실험적인 고민을 박물관 소장품 <결합(union) 2001-05>를 통해 살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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