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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생각할 때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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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 포스터
▲전시 포스터

글과 그림은 서로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그림은 글이 미처 전하지 못한 함의를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글은 그림이 다 표현하지 못한 내용을 풀어서 제시한다. 전시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의 판화를 만나다-’는 글과 그림의 관계를 판화 예술로 승화시킨 독일의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Albrecht Dürer, 1471~1528)를 필두로 김홍도와 조선 왕실의 판화, 중세 유럽의 성서에 기록된 삽화 등 다양한 삽화를 보여준다.

 

▲오륜행실도 10쪽 병풍
▲오륜행실도 10쪽 병풍

1부 ‘문자를 위한 그림’ 전시에서는 텍스트만으로 제대로 전달하기 어려운 종교적 내용을 쉽게 전파하기 위해 그려진 삽화를 소개한다. 이 구역에 있는 작품들은 주로 자세한 설명이나 보조적인 도구 없이는 진의(眞義)를 깨닫기 어려운 텍스트를 보조하기 위한 목적으로 삽입된 삽화가 주를 이룬다. 1부의 대표적인 작품은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 병풍>이다. 오륜행실도는 세종의 <삼강행실도(三綱行實圖)>와 중종의 <오륜행실도(五倫行實圖)>를 합쳐 제작한 작품으로, 사람들이 지켜야 하는 도리를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해당 작품을 비롯한 1부 전시를 통해 우리는 과거 삽화가 글을 보조하기 위해 사용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뒤러의 방
▲뒤러의 방

1부 전시와 2부 전시를 나누는 경계에는 뒤러의 방이라는 전시 공간이 있다. 해당 공간은 독일 뉘른베르크에 있는 뒤러의 작업실을 재현한 공간이다. 뒤러는 삽화 예술이 문자의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그 자체로 예술의 장르가 되는 데 기여한 화가로, 이른바 ‘북유럽의 다빈치’라고 불린다. 관람객들은 해당 공간에서 뒤러의 세계와 처음으로 마주함으로써 이어질 2부 전시에서 뒤러의 정신 세계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준비 과정을 거치게 된다. 2부 ‘그림을 위한 문자’ 전시에서는 기존의 문자를 보완하는 역할에 머물렀던 삽화가 점차 발전함에 따라 예술의 한 갈래로 새롭게 정립된 삽화를 소개한다. 1부 전시는 삽화들이 주로 책, 성경 등 문자를 보조하는 역할을 담당했음을 보여준다면 2부 전시는 ‘글 중심, 삽화 보조’로 삽화가 보조적인 역할이 아닌 ‘삽화 중심, 글 보조’의 구도로 재편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2부 전시는 서양의 대표 판화가인 독일의 알브레히트 뒤러가 제작한 작품을 중심으로 전시가 운영된다. 2부의 대표적인 작품은 뒤러의〈멜랑콜리아 I〉으로, 2부 전시에서는 앞에서 소개한 작품을 비롯한 뒤러의 작품을 통해 삽화가 예술의 한 장르로 확립됐음을 보여준다.

 

▲멜랑콜리아 I
▲멜랑콜리아 I

전시의 에필로그에서는 △문자, 삽화의 변화 △이미지로 기억하는 오늘을 주제로 하는 작품이 전시된다. 방문객들은 ‘이미지로 기억하는 오늘’ 코너에 마련된 사진기로 사진을 찍고 인쇄해 벽면에 사진을 게시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지금까지의 그림이 글과의 상호 보완적 관계에 머물러 있었다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그림은 이전과는 달리 글과 그림의 관계에서 주(主)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이미지로 기억하는 오늘
▲이미지로 기억하는 오늘

이뿐만 아니라 그림이 글자의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매체와 의사 전달의 주된 도구로 기능하게 된다는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말
▲라즐로 모홀리 나기의 말

전시관에 입장하면 보이는 벽면에는 헝가리의 그래픽 디자이너 나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 Nagy, 1895~1946)가 남긴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림은 이제 글을 넘어서는 미래의 중요한 소통수단으로 기능하고 있다. 글과 그림의 관계를 알고자 하는 독자나 삽화와 이미지가 거쳐온 변화의 양상을 알고자 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전시관에 들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전시 기간: 2023.12.19.(화) ~ 2024.03.31.(일)

전시 장소: 국립세계문자박물관 1층 기획전시실

관람 시간: 화, 수, 목, 금, 토, 일 10:00 ~ 18:00 월 휴무

관람 요금: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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