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시차 적응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작년 이맘때, 23학번 새내기였던 기자는 혼란에 빠져 있었다. 바로 수강 신청을 시원하게 망쳐버린 것이다. 먼저 대학생 노릇을 하고 있던 오빠의 조언에 따라 난생처음 PC방을 간 것이 화근이었을까? 신청에 성공한 강의는 단 두 개뿐이었다. 수강 신청이 끝난 컴퓨터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기자의 머릿속은 텅텅 비어버린 시간표와는 달리, 끊임없이 밀려드는 근심 걱정으로 빈틈없이 채워지고 있었다.

아마 올해 입학하는 신입생 몇몇은 이와 비슷한 고민을 안고 개강을 맞이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여태껏 학교에서, 또는 학원에서 정해준 시간표에 따라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온 이들에게 처음부터 스스로 시간표를 짜라는 것은 너무나도 불친절하고 어려운 과제이다. 본교 에브리타임 새내기 게시판을 보라. “시간표 훈수 부탁드립니다.”, “시간표 이렇게 짜도 될까요? 도와주세요.”와 같이 갈피를 잡지 못하고 선배의 도움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신입생의 소리 없는 아우성을 여럿 확인할 수 있다.

이처럼 매년 신입생들이 시간표 짜기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자가 체감한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시차였다. ‘과 동기는 전공 필수 과목을 이번 학기에 다 듣는다던데, 혼자 뒤처지면 어떡하지?’, ‘동기들은 새내기일 때 놀아야 한다며 수업을 계속 빠지네. 난 수업에 집중하고 싶은데 같이 안 놀면 소외되겠지?’ 등 주변과 비교할수록 자신감은 떨어지고 불안감은 커져갔다. 함께 입학한 동기들과 전혀 다른 방향과 속도로 나아가려니 확신이 서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곳, S동 211호에 발을 들이면서 정점을 찍었다. 기자는 입학과 동시에 본지 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기자는 공강과 수업 전후에는 취재를 다녔고, 개인 시간에는 기사를 쓰며 그 누구보다 바쁜 새내기 시절을 보냈다. 초반에는 이 생활이 마냥 즐겁기만 했다. 그 시절 신문사는 낯을 많이 가리는 기자에게 친한 동료들을 만들어 주고, 수강 신청을 망쳐 발생한 우주 공강을 알차게 보낼 수 있도록 일거리를 제공하며, 이곳에서만 얻을 수 있는 성취감을 느끼게 해준 감사한 공간이었다.

그러나 신입생일 때 안 놀면 언제 놀려고 그러느냐, 돈을 벌고 싶으면 아르바이트를 구하는 것이 낫지 않겠느냐 등의 스쳐 지나가는 말은 기자의 마음 속 불만과 불안의 씨앗을 조금씩 키웠다. 그래도 기자는 좋았던 기억들로 그 씨앗을 애써 묻어두고 열심히 달려왔다. 하지만 지난 겨울, 이 씨앗은 기어이 고개를 들었다.

종강 후 SNS에는 해외여행, 가족여행, 나들이, 캠핑 등 각자 여유를 즐기는 주변인들의 사진이 우후죽순 올라왔다. 반면 일기장조차 열어볼 시간이 부족했던 기자에겐 신문사 일정으로 빽빽이 채워진 플래너가 전부였다. 물론 기자도 이것이 어디까지나 일시적인 인력난으로 부편집국장과 총무, 정기자의 업무를 동시에 수행하다가 발생한 문제임을 이해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각오도 되어 있었다. 그러나 어딘가 억울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기자 생활에 대한 회의감이 깊어질 무렵, 잠들기 전 휴대폰을 하던 기자는 알고리즘을 타고 온 한 영상을 클릭하게 된다. 그 영상은 과거 큰 인기를 누렸던 <시차>라는 곡의 가사를 담고 있었다. 본교 선배님들의 곡이니 오랜만에 한번 들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듣기 시작한 이 노래는 그동안의 내 고민을 해소해주었다.

 

이미 저 문밖엔 모두 그래

‘야, 일찍 일어나야 성공해, 안 그래?’ 맞는 말이지 다

근데 니들이 꿈을 꾸던 그 시간에나도 꿈을 꿨지

두 눈 똑바로 뜬 채로

 

성인이 된 지금부터 우리는 각자의 시간표에 따라 각자의 시간대를 살아가게 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는 당연하게도 시차가 발생한다. 우리는 이제 그 시차에 적응해나가야 한다. 남들은 잠들어 꿈을 꾸고 있다 할지라도, 우리는 꿋꿋하게 두 눈 똑바로 뜨고 꿈을 좇아보자.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