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누구나 마음의 감기를 앓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신과의 진입장벽은 높았다.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면 ‘정신 이상자’라고 취급하며 정신과에 방문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정신질환 환자를 ‘이상하거나 다른’ 사람이 아니라 ‘아픈’ 사람으로 바라보는 인식이 확산되고 정신과 질병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며 점차 정신과의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유명인들의 정신과 진료 사실 고백과 정신건강 상담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은 대중으로 하여금 정신 질환자만 정신과에 가는 것이 아니라 더 건강한 생활을 위해 정신과를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을 갖게 했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SBS)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Netflix)에도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이 등장한다.  그들이 어떤 아픔을 갖고 있는지, 이를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괜찮아 사랑이야'(SBS) 포스터/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괜찮아 사랑이야'(SBS) 포스터/출처: SBS 공식 홈페이지

[불완전한 서로를 보듬어 주다]

‘지해수’는 정신과 레지던트이다. 해수는 어릴 적 다른 남자와 입 맞추는 엄마의 모습을 보았고, 이 기억은 해수의 뇌리에 박혀 관계 기피증과 불안 장애라는 흔적을 남겼다. 그래서 해수에게 있어 스킨십은 아무리 사랑하는 남자라도 불안하고 두려운 것일 뿐이었다. 스킨십을 할 때 해수는 온몸에 식은땀이 나고 손이 벌벌 떨리기까지 한다. 베스트셀러 소설 작가 ‘장재열’은 어릴 적 가정폭력에 노출됐다. 의붓아버지는 엄마와 재열을 죽도록 때렸고 그는 맞을 때마다 미친 듯이 달려 도망쳤다. 재열은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른이 됐고, 이는 그의 마음을 병들게 했다. 의붓아버지를 피해 엄마와 도망치며 숨었던 화장실을 가장 안전한 장소라 생각해 어른이 된 이후에도 화장실 욕조에서 잠들고, 자신의 팬이자 친구인 소년 ‘강우’라는 환시를 만들어냈다. 재열은 강우를 본인의 어린 시절과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졌다 생각했다. 그는 강우를 지키다가 죽음에 이르는 무의식적 자해 시나리오를 가졌고 그런 재열은 스키조(조현병) 판정을 받는다.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SBS)는 꾸준히 치료받으며 상태가 좋아진 재열, 그리고 그와 결혼한 해수의 모습을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이들의 사랑이 영원할 수 있을까? 완치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조현병의 특성이 그들의 영원함을 단언할 수 없게 한다. 결말 이후의 세계에서 재열의 병세가 다시 악화될 수도 있고 그로 인해 해수가 어느새 지쳐버릴지도 모른다. 그렇다 해도 그들의 사랑이 영원할 것이라고 믿고 싶다. 어린 시절의 트라우마를 가진 두 사람이 불완전한 서로를 보듬어주며 과거의 상처를 현재와 미래의 행복으로 채워갔으면 한다. 해수의 불안장애나 재열의 조현병이라는 설정 자체가 멀게만 느껴진다면 ‘병’이라는 명칭을 한 겹 벗겨보자. 아주 보통의 이야기로 느껴질 것이다. 우리 역시 어떤 일로부터 상처받고, 또 그 아픈 기억을 놓지 못하고 있지는 않은가? 해수와 재열의 사랑이 영원하다고 믿고 싶다는 말은 곧 크든 작든 마음의 병을 짊어지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사랑의 메시지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Netflix) 포스터/출처: Netflix 공식 홈페이지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Netflix) 포스터/출처: Netflix 공식 홈페이지

[인정, 치유로 가는 첫걸음]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Net-flix)는 △우울증 △사회 불안 장애 △조울증 △망상 장애 등 다양한 정신질환을 소재로 삼았다. ‘김서완’은 게임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하고 자신을 마법사라고 생각하며 다은을 중재자님이라 부르는 망상증 환자이다. 다은은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남들과 다르게 그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는 따뜻함을 지녔다. 서완은 증상이 완화되자 퇴원하고, 다시 공무원 시험 준비라는 현실로 돌아갔다. 그러나 반복되는 좌절에 절망하며 자살을 결심한다. 그는 옥상으로 올라가 마지막으로 다은에게 전화를 걸어 잠깐 만날 수 있냐고 묻지만, 다은은 나중에 다시 전화를 주겠다고 답한다. 통화 이후, 서완은 세상을 떠난다. 그의 죽음에 죄책감을 느낀 다은은 우울감과 무기력에 힘들어하다 죽음까지 생각한다. 자살 소동 후 정신병동에 입원을 하게 됐지만 다은은 자신이 우울증에 걸렸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결국 자신이 아프다는 걸 인정하고 다은은 나아지기 위해 노력한다. 그녀를 응원하는 엄마, 다은 바라기 ‘동고윤’, 오랜 소꿉친구 ‘송유찬’과 간호사 식구들의 도움으로 다은은 다시 정신병동 간호사로 자신의 일상을 건강하게 살아간다.

“약을 먹으면 내가 정신병 환자라는 걸 인정하는 거니까.“ 다은은 병원에서 주는 약도 먹지 않고 몰래 버린다. 엄마에게 자기는 그렇게 아프지 않다며 퇴원하게 해달라고 화를 내기도 한다. 다은이 본인의 병을 쉽게 인정하지 못한 이유는 자살 소동 당시의 기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기억이 돌아온 다은은 그제야 자신이 아프다는 사실을, 우울증임을 인정한다. 외상은 눈에 보이고 기능상의 문제와 불편을 느끼기 쉽다. 그러나 정신질환의 경우 아픔을 본인이 자각하는 것조차 어렵다. 정신질환의 가장 빠른 치료법은 ‘인정’이다. 스스로 아프다는 걸 인정해야 치료도 받을 수 있고 주변 사람들의 지지도 받을 수 있다.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스스로와 가장 친한 친구가 돼야 하지 않을까.

 

장재열을 향해 “여전히 멋있고 조현병 같지 않은데, 혹시 책 팔려고 환자 흉내 내는 거 아니야?”라며 무례한 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과, 우울증 치료 후 정신병동 간호사로 복귀한 다은을 향해 아픈 사람이 어떻게 환자 치료를 하냐며 다은의 사직을 강력히 요구하는 보호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대사가 있다. “하지만 우린 이렇지 않아. 대부분이 정상이고 일부분만 아프지.” <괜찮아 사랑이야>에서 뚜렛증후군 환자 ‘박수광’의 말과 “지금 병원에 입원해 있는 여러분의 가족들도 이제 더 이상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겠네요. 정신병동에 입원했던 사람이 어떻게회사를 가고 학교에 가겠습니까.” 수간호사 ‘송효신’의 말을 전하고 싶다.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을 일반인과 완전히 다른, 아픈 사람으로 여기고 배척하는 태도는 옳지 않다. 그렇다고 그들을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봐야하는 것도 아니다. 누구든 잠시 마음이 아플 수도 있고, 극복할 수도 있으니까. 가장 보통의 시선으로, 우리 곁의 재열과 다은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보자.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