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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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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 속 동물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서양 문화권에서는 유니콘, 켄타우로스, 페가수스 등을 떠올릴 것이며, 동양 문화권에서는 봉황, 해태 등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서로 다른 동서양의 문화권에서도 공통적으로 떠올리는 동물이 하나 있다. 바로 ‘용’ 이다. 이번 오색찬란에서는 2024년, 청룡의 해를 맞아 용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동양에서 바라본 용]

▲동양에서 묘사하는 용의 모습/출처: 문화재청
▲동양에서 묘사하는 용의 모습/출처: 문화재청

중국의 문헌『광아(廣雅)』에서는 용의 모습을 아래와 같이 묘사했다. “용(龍)은 다른 짐승들과 아홉 가지 비슷한 모습을 하고 있다. 머리는 낙타와 비슷하고, 뿔은 사슴, 눈은 토끼, 귀는 소, 목덜미는 뱀, 배는 큰 조개, 비늘은 잉어, 발톱은 매, 주먹은 호랑이를 닮았다.”

이처럼 각 동물이 가지는 최고의 무기를 모두 갖춘 것으로 상상된 용은 그 조화능력이 무궁무진한 것으로 믿어졌다. 특히 물과 깊은 관계를 지닌 수신(水神)으로 여겨졌다. 또한 위 문헌에서는 “용은 물에서 낳으며, 그 색깔은 오색(五色)을 마음대로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신이다.”라고 설명되기도 했다.

즉, 동양에서는 용이라는 동물을 전지전능한 신적인 존재로 인식했다. 그래서인지 용은 예로부터 큰 희망과 성취의 상징으로도 여겨져 왔다. 사람이 출세했을 때 ‘개천에서 용 났다.’라고 표현한다거나 입신출세의 관문을 등용문이라 부르는 것이 그 인식을 잘 보여준다. 특히 매우 좋은 수가 생겼다는 뜻으로 ‘용꿈 꾸었다.’라 하여 꿈 중에서는 용꿈이 가장 좋은 꿈으로 여겨 실제로 용꿈을 꾸고 낳은 아들이 큰 인물이 되고 출세했다는 이야기가 우리나라 설화·전설에 많이 등장한다. 그 예로『홍길동전』에서는 ‘홍 재상’이 낮잠을 자는데 하늘에서 뇌성벽력(雷聲霹靂)이 진동하고 청룡이달려드는 꿈을 꾼 뒤 아들을 낳았다는 이야기를 통해 주인공의 비범함을 용꿈으로 드러내고 있다.

장엄하고 화려한 성격을 가진 용은 위인과 같은 위대하고 훌륭한 존재로 비유되면서 왕권이나 왕위를 상징하기도 했다. 중국에서는 천자(天子)에 대하여 그 얼굴을 용안(龍顏), 덕을 용덕(龍德), 지위를 용위(龍位), 의복을 용포(龍袍)라 하였는데, 그것이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수용되어 임금을 지칭하는 말로 쓰였다. 이처럼 과거에는 임금과 관계되는 것에는 거의 빠짐없이 ‘용’이라는 접두어를 붙여 호칭했는데 임금과 용을 연결 짓는 이러한 생각은 이후 하나의 신앙으로 발전하여 ‘호국룡사상(護國龍思想)’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했다.

본격적으로 용을 제왕의 상징으로 등장시킨 문학으로는「용비어천가」를 들 수 있다. ‘해동 육룡이 나라샤 일마다 천복이시니’로 시작하는 이 작품은 그 명칭에서부터 용의 승천을 주요한 주제로 하고 있음을 읽을 수 있다.

 

[서양에서 바라본 용]

▲서양에서 묘사하는 용의 모습/출처: pixabay
▲서양에서 묘사하는 용의 모습/출처: pixabay

반면 서양에서의 용은 파괴를 의미하는 악한 존재로 그려진다. 실제로 성경 [요한계시록]에는 머리가 7개, 뿔이 10개 달린 붉은 용이 등장한다. 이 용은 괴물들을 이끌며 신앙심이 깊은 사람을 타락시킨다. 또한 서양의 용은 일반적인 파충류처럼 알에서 부화해서 성체로 성장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외에도 동양과는 달리 날개를 가지며, 불을 뿜는다는 특징을 가진다.

용에 대한 서양의 부정적인 인식은 여러 작품 속에서도 나타난다. 8세기경 고대 영어로 쓰인 영웅서사시 <베어울프(Beowulf)>에서 용은 용맹한 주인공이 마지막으로 맞서 물리쳐야 할 존재로 등장한다. 이 서사시에 따르면 용은 황야의 고지에서 300년 동안 진귀한 보물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도둑이 보물을 훔쳐 가자, 용은 격노해 매일 밤 하늘을 날아다니며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했다. 주인공은 용이 뿜어내는 화염을 피해가며 전투를 벌여 결국 용을 이기게 된다.

한편 기독교 전통, 민간 신화에서 용은 처녀와 황금을 탐내는 악한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성경 속 등장하는 용 리워야단, 인신 공양을 요구하며 마을 사람을 괴롭히는 용을 죽인 조지 성인 등이 모두 그 예다.

이외에도 용감한 왕자가 탑에 갇혀 있는 공주를 구하기 위해 칼로 용을 무찌른다는 구도는 서양의 옛 동화와 전설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설정이다. 용이 주인공의 목숨을 위협한다는 설정은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나 디즈니 애니메이션 <잠자는 숲속의 미녀(Sleeping Beau-ty)>(1973) 등 현대 작품에도 나타난다. 이처럼 서양에서 용을 ‘악마의 짐승’처럼 인식하는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기독교 문화의 오랜 영향 때문이라 분석하기도 한다. 일각에서는 용의 기원을 구약성경 창세기에서 인류 최초의 여성인 이브를 유혹하는 뱀에게서 찾고 있다. 신약성경의 마지막 편인 요한계시록에는 용을 ‘뱀이자 사탄‧마귀’라고 적시했다.

 

[용을 소재로 한 작품들]

이처럼 용에 대해 상반된 인식을 가진 동서양이 그린 작품 속 용은 어떤 모습일까? 먼저 우리나라 웹툰 <합격시켜주세용>은 천년째 용이 되려는 수험생 이무기 ‘바리’와 유명 과외선생 ‘찬영’의 낙동강 용 합격 수기를 담고 있다. 용의 자질을 인간에 대한 이해도와 조화를 기준으로 평가한다는 내용을 통해 우리나라, 그리고 동양에서 생각하는 용과 인간의 친숙한 관계를 알 수 있다.

다음으로 소개할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The Hobbit: The Desolation of Smaug)>(2013)은 J.R.R.톨킨이 1937년에 출판한 동화『호빗(The Hobbit)』을 각색한 영화로 사악한 용 ‘스마우그’가 빼앗아 간 동쪽의 외로운 산 에레보르 왕국을 되찾기 위해 원정을 떠나는 것이 주요 줄거리다. 보물창고에 잠들어 있던 스마우그가 자신을 찾아온 이들에게 “너희가 호수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곳까지 숨어든 것을 안다.” 라며 호수마을을 불태우러 날아가는 장면은 서양에서 묘사하는 불을 뿜고, 날개를 가졌으며 사악하고 포악한 성격을 가진 용의 전형적인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2010) 영화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2010) 영화 포스터/출처: 네이버 영화

그러나 최근 서양에서 용이라는 소재를 활용하는 방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는 <드래곤 길들이기(How to Train Your Dragon)>(2010)가 있다. 용맹한 바이킹과 사나운 드래곤들의 싸움이 끊이지 않는 버크섬을 배경으로 한 이 영화의 주인공은 바이킹 족장의 아들 ‘히컵’이다. 히컵은 족장의 아들이라는 타이틀과는 어울리지 않게 드래곤 사냥에 전혀 소질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다친 드래곤 ‘투슬리스’를 구하게 되고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된다. 히컵은 투슬리스와 우정을 쌓아가면서 드래곤은 사냥해야 할 대상이 아닌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친구라는 것을 깨닫고, 히컵을 통해 버크섬 사람들은 드래곤을 친구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는 용에 대한 서양의 인식과 동양의 인식이 좁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상상 속 동물인 용이 동서양 문화권에 모두 등장하는 것을 두고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가설은 ‘공룡이나 고래의 뼈를 본 선조들이 용이라는 상상의 동물을 만들어 냈다.’라는 설이다. 이에 더해 자연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조화를 이루며 함께 살아가야 하는 존재로 받아들인 동양과, 범접할 수 없는 경외의 대상으로 바라본 서양의 자연관을 따라 용에 대한 인식 차이가 나타난 것이라 해석하기도 한다. 이처럼 용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 있기에 용이라는 동물이 여러 분야에서 사랑받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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