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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즈키 시게루, 김효진 역, 에잌케이커뮤니케이션즈, 2022

'교양한문' 조혁상 교수가 추천하는 『라바울전기』와 『전원 옥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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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일본군은 동아시아 최강의 무위(武威)를 자랑하는 군대였었다. 메이지 유신 이후 시작된 일본제국의 근대적 군대 육성 정책이 급속도로 효과를 거두어 ◇청일수호조규 체결 ◇대만 침공 ◇조일수호조규(강화도 조약) 체결 ◇갑신정변 ◇청일전쟁 승리 ◇대만 점령 ◇러일전쟁 승리의 원동력이 되었고,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동아시아의 패자가 된 일본제국은 결국 강제적인 국권 피탈을 통해 대한제국을 멸망시키고 식민지화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와 같이 일본군의 승리로 점철된 행보의 이면에는, 비합리적인 판단으로 인해 쓸데없이 병사들을 사지(死地)로 몰아넣어 소모하는 무능한 지휘관들의 막무가내식 지휘체계라는 근본적인 문제점이 숨어 있었다. 러일전쟁 중 1904년 8월부터 5개월간 지속된 뤼순공방전 당시 일본 해군 연합함대와 대본영, 메이지 천황, 육군 참모총장 야마가타 아리모토(山縣 有朋,1838~1922)에 의해 압박을 받은 노기 마레스케(乃木希典, 1849~1912) 장군은 무지성 돌격 명령을 내렸다. 이에 14,000여 명이나 되는 병사들이 러시아군 요새의 철통같은 방어 시스템에 의해 갈려나가 어육이 되었고 43,000여 명이 부상을 입었으며, 죄책감을 느낀 노기 장군이 추후 메이지 천황이 붕어하자 부부 동반으로 순사(殉死)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런데 이렇게 러일전쟁에서 막대한 피해를 본 이후에도 일본군 수뇌부들은 계속 잘못된 명령으로 인한 병사들의 쓸데없는 소모를 당연시하는 작태를 보였으며, 이러한 일본 군부의 무능한 경향성은 제2차 세계 대전 기간에도 계속 이어져서 결국 제국 패망의 크나큰 원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일본의 유명 만화가인 미즈키 시게루(水木しげる, 1922~2015) 작가의 『라바울 전기』는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1943년 11월경 일본군 입대 후 남태평양의 라바울에 파견되어, 그곳에 주둔하다가 폭격을 맞고 왼팔을 잃기까지의 과정을 그려낸 자전적 수기이다. 작가의 회상에 기인한 스케치 그림들이 다수 첨부된 이 책은 일본군 내부에서 하사관과 상등병에 의해 자행되는 끊임없는 구타가 일상화된 병영 생활과 현지 원주민들과의 교류, 원주민 게릴라들의 막사 습격으로 인한 도주와 고립 및 귀환, 폭격으로 인한 왼팔 절단, 야전병원 생활과 종전 등을 기술하고 있다. 미즈키 시게루 작가는 또한 전쟁 중 직접 겪은 이러한 체험을 바탕으로 하여 『전원 옥쇄하라!』라는 그래픽 노블을 그려냈는데, 이 작품에서는 하급 병사가 겪는 일본군 내의 부조리와 병폐, 상습적 구타 같은 치부와 함께 일본군 지휘관들의 무능과 판단 착오로 인하여 죽지 않아도 될 아까운 초급 장교 및 하사관과 병사들이 옥쇄(玉碎)라는 허울 좋은 명목으로 미화된 자살 공격을 반강제로 강행해야 했던 안타까운 사연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옥쇄 공격 이외에도 △전투기를 이용한 자살 특공 가미가제 △특공대원이 조종해서 직접 적의 배에 격돌하는 유인 유도어뢰 카이텐 △자살 돌격 병사와 적의 탱크를 함께 폭파하도록 고안된 3식 기갑 폭뢰 △잠수부의 자살 공격으로 적의 상륙정을 침몰시키는 수중기뢰 후쿠류 △자폭용 보트 신요 등을 이용하여 전술적으로 아무런 가치가 없는 자살공격을 빈번하게 시도한 일본군은 귀중한 인적자원들을 끊임없이 지옥으로 몰아넣었고, 이는 곧 일본제국의 몰락을 불러일으킨 단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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