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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어우러진 세계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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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전시 포스터/출처: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 전시 포스터/출처: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

불교는 기원전 5세기 인도 북부 갠지스강 유역에서 시작되어 수백 년에 걸쳐 남쪽으로 전해졌다. 석가모니의 고향인 북인도와는 기후도 문화도 다른 남인도에서, 불교는 생명력 있는 신들과 더불어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우리는 *스투파(stūpa)와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에 조각된 장식을 통해 수많은 인도의 신과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스투파를 둘러싼 울타리 장식에 조각된 남인도의 다양한 신과 석가모니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 처음으로 마주한 유물에는 화려한 옷을 입고 신분이 높은 사람만 쓰는 햇빛 가리개 아래에 서 있는 남성이 있다. 그는 사타하바나의 왕이다. 기원전 2세기 말, 인도의 첫 통일 왕조 마우리아가 무너진 남인도 데칸고원에는 새로운 왕조 사타바하나가 등장했다. 왕조의 흥망성쇠에 흔들림 없이 오로지 자연의 힘에 의지하며 살아온 사람들의 믿음은 새로운 종교인 불교를 만나 남인도 고유의 문화와 불교가 어우러진 세계, ‘신비의 숲’을 만들어 냈다. 본 전시는 왕의 안내를 따라 남인도에 위치한 ‘스투파의 숲’으로 여행이 시작된다.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사타바하나의 왕과 그를 따르는 무리들

1부 ‘신비의 숲’ 전시에서는 스투파에 드러나는 남인도의 특성을 확인할 수 있다. 적도에 가까이 위치한 남인도는 석가모니가 태어나고 자란 북인도와 달리 사시사철 덥고 습하며, 여름에는 계절풍을 따라 많은 비가 내려 모든 생명이 번성하는 기후를 가졌다. 그리하여 남인도의 스투파에는 곡선을 그리며 뻗어나가는 넝쿨 식물과 전설 속 동물을 발견할 수 있다.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남인도의 스투파에 그려져있는 끝없이 이어지는 연꽃 넝쿨은 건강한 생명과 새로 시작하는 삶을 의미한다. 인도의 연꽃은 넝쿨처럼 무리지어있어 풍요로운 자연과 생명을 나타낸다. 줄기가 활짝 핀 둥근 연꽃을 넝쿨처럼 감고 있는 위의 작품을 통해 남인도의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인도인들은 자연에 깃든 정령을 사람의 모습을 한 신으로 상상했다. 그중에서도 나무에 깃들어 풍요를 가져오는 자연의 정령을, 남성형은 약사(Yakṣa), 여성형은 약시(Yakṣī)라고 칭했다. 자연의 정령인 약사는 인도인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머리에서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모습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났다. 이 작품 옆에는 동전이 쏟아지는 영상이 나오고 있어 실감 나는 감상이 가능하다.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사
▲동전을 쏟아내는 연꽃 모자를 쓴 약사

2부 ‘이야기의 숲’ 전시에서는 스투파에 장식된 남인도 사람들의 풍부한 상상력에 기반한 다양한 이야기를 볼 수 있다. 기원전 400년 무렵 석가모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 그의 제자들은 시신을 화장해 얻은 사리를 8개의 스투파에 나눠 모셨다. 약 150년 뒤,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따랐던 마우리아 왕조의 아소카왕은 갠지스강 유역의 스투파에서 사리를 꺼내 인도 곳곳에 8만 4천 개의 스투파를 세우고 그 안에 석가모니의 사리를 나누어 모셨다. 남인도에 사리가 전해지고 스투파가 세워졌을 때, 사람들은 사리의 주인공 석가모니 이야기로 스투파를 꾸몄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의 코끼리는 머리 위에 상자를 얹고 걸어가고 있다. 코끼리는 힌두교의 신 ‘인드라’가 타고 다니던 동물이었고, 왕이나 귀족처럼 높은 신분의 사람만 탈 수 있었다. ‘사리함을 옮기는 코끼리’를 통해 인도 남쪽으로 불교의 창시자, 석가모니의 사리가 내려올 때의 모습을 유추할 수 있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에서 스투파의 정면에는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단지가 보인다. 왼쪽 나무 아래 빈 대좌는 석가모니가 깨달음을 얻은 보리수 밑의 자리를 의미하고, 오른쪽의 수레바퀴는 영원히 빛날 석가모니의 가르침을 뜻한다. 스투파 위로 햇빛 가리개가 거대한 나무처럼 자라나고, 풍요의 항아리에서 연꽃 넝쿨이 쏟아진다. 이를 통해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고 있는 스투파의 충만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다.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
▲석가모니의 사리를 담은 스투파

사타바하나의 왕이 안내했던 스투파의 숲 여행은 이렇게 마무리된다. 전시 ‘스투파의 숲, 신비로운 인도 이야기’는 미국 메트로폴리탄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개최하는 특별전으로, 국내 최초 남인도 불교미술 전시이다. 그뿐만 아니라 인도가 아니면 볼 수 없었던 유물들과 새롭게 발견된 남인도 스투파 유물들을 인도 밖에서 최초로 관람할 수 있는 다시 없을 기회이니, 색다르고 이국적인 남인도 불교미술을 감상해 보길 바란다.

 

 

*스투파(stūpa): 불교에서 부처나 훌륭한 승려의 사리를 모신 탑을 뜻하는 인도의 옛말

 

전시 기간: 2023.12.22.(금)~2024.04.14.(일)

전시 장소: 국립중앙박물관 기획전시실

관람 시간: 월, 화, 목, 금, 일 10:00~18:00 수, 토 10:00~21:00

관람 요금: 성인(25세~64세) 10,000원/ 청소년(13~24세) 7,000원/ 어린이(7세~12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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