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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강업계에 자신만의 발자취를 남기다

김희(산업86) 동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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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산업86) 동문
▲김희(산업86) 동문

국내 철강업계 최초의 여성 엔지니어, 포스코(POSCO) 첫 여성 공장장, 포스코 제철소 최초의 여성 임원. 이처럼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이 끝없이 붙는 동문이 있다. 대한민국 철강사 브랜드 순위 1위인 포스코에 여성 엔지니어 공채 1기로 입사해 현재 탄소중립전략실장으로 포스코의 탄소중립을 책임지고 있는 동문이 있다. 지난 2023년 본교 총동문회 ‘자랑스러운 홍익인’ 상을 수상한 김희(산업86) 동문을 만났다.

 

Q. 본교 산업공학과에 진학한 계기가 궁금하다.

A. 처음부터 공대 진학을 희망했다.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일을 통해 사회의 일원으로서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전기나 기계보다 산업이 접근성이 좋았고 더불어 생산 관리와 품질 관리, 미래의 IT까지 산업의 전반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업공학과를 선택했다.

 

Q. 포스코 여성 엔지니어 공채 1기로 30년 넘게 포스코에 근무하고 있다. 자동화가 이뤄진 공장에서 엔지니어로서, 포스코의 임원으로서 어떤 일을 하는지 알고 싶다.

A. 입사를 했던 30년 전, 1990년에 포스코는 이미 많은 자동화가 이뤄져 있었다. 현장에는 자동화된 공장을 시스템적으로 조작하는 몇 명의 직원만 근무했다. 즉, *중후장대 철강업이 생각보다 노동집약적이지 않았다. 자동화된 공장에서 엔지니어는 성별의 구분 없이, 쇠의 성분과 품질에 관해 연구하고 이를 기반으로 생산의 효율성과 같은 시스템적이고 분석적인 검토를 진행한다.

포스코 생산기술부에 입사해 최적 생산 방법과 최적 스케줄 등을 관리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첫 보직은 생산관제팀 과장으로 비행장의 관제탑처럼 제철소 전체를 움직이는 역할을 했다. 제품이 이동하는 경로에 따라 각 공장에서 최적 생산할 수 있도록 최적 스케줄을 짜 **고로에서 시작하는 생산부터 고객에게 전달되는 과정까지 총괄했다. 비행기가 가득한 비행장에서 어느 비행기가 어느 시간에 움직일지 통제하는 것을 떠올리면 이해하기 쉽다.

 

▲포스코 현장
▲포스코 현장

이후에는 쇠를 만드는 공장에서 공장장으로 근무했다. 생산라인의 운전실에 있는 직원들이 안전과 품질, 설비를 잘 관리하고 생산하도록 관리하며 2~300명 중 유일한 여성으로 공장을 총괄했다. 광양제철소 혁신지원그룹장을 할 땐, 제철소 전체의 제조업 현장 개선 활동을 기획하고 관리했다. 이에 여러 품질경영 전략을 접목해 만든 포스코 고유의 공장 혁신 활동, QSS(Quick Six Sigma)를 기획하고 이를 현장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관리했다.

이후 기술연구원의 연구인프라그룹장을 맡아 연구 전체 장비와 설비를 지원하며 현장에서 약 28년을 근무했고, 생산기술전략실을 거쳐 지금은 탄소중립전략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포스코의 탄소 중립 방향성을 제시하고 기술 R&D, 원료 수급, 에너지 사용 계획을 전반적으로 기획한다.

 

▲포스코 탄소중립전략 설명차 미국 의회 방문
▲포스코 탄소중립전략 설명차 미국 의회 방문

Q. 앞서 언급한 대로, 동문은 포스코에서 탄소 중립을 담당하고 있다. 2017~2019년 평균 7,800만 톤의 탄소를 배출하는 포스코의 탄소 중립은 대한민국의 탄소 중립에도 지대한 영향력을 끼치는데 현재 포스코의 탄소 중립은 어떻게 실현되고 있으며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포스코는 2020년도에 아시아 철강사 최초로 탄소 중립을 선언했다. 이후 탄소 중립 조직이 생겼고, 3년 전 내가 첫 탄소 중립 전략실장으로 부임해 R&D, 원료 공급, 에너지 등의 전체 전략을 담당하고 있다. 완전한 탄소 중립이 실현되기 전, 현재는 2030년까지 기존 설비를 활용해 친환경 연료를 사용한 저탄소 기술화를 진행 중이다. 또한 고로를 사용하지 않고 ***철스크랩을 넣는 전기로를 사용할 계획이다. 이를 사용하면 탄소 배출의 70%를 감소할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수소 환원 제철로 가고자 한다. 수소 환원은 석탄의 탄소를 수소로 바꿔 물을 만드는, 석탄을 수소로 바꾸는 것이다. 포스코는 파이넥스 공법(FINEX)이라는 우수한 공법을 가지고 있어 이를 활용해 탄소 중립으로 나아가고자 한다.

 

Q. 포스코의 경쟁력 중 하나가 가격경쟁력이다. 탄소 중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고민이 많을 거 같다.

A. 탄소 중립 시대에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탄소를 실천하는 만큼, 소비자가 대가를 지불할 의지가 필요하며 이를 ****그린 프리미엄(Green Premium)이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친환경 자동차가 시중에 판매되는 자동차보다 비쌀 때 소비자의 선택이 탄소 중립의 최종 결과가 된다. 물론 내부적으로 원가 절감을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탄소 중립 프리미엄에 대한 사회적 수용성도 필요하다. 사회적 수용성이 커지고 소비자의 심적 여유를 기반으로 소비자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그린 프리미엄이 필요하다.

 

 

▲EU 대표부 및 17개 회원국 대사단 탄소중립 설명회
▲EU 대표부 및 17개 회원국 대사단 탄소중립 설명회

Q. 현장에서의 배움을 강조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장의 배움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A. 현장에 답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장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정의할 수 있는데 누군가에게 현장은 제철소일 수 있고, 인터뷰를 진행하는 기자에게 현장은 인터뷰 장소일 수 있다. 마케팅의 경우, 현장은 고객이다. 고객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이유로 소비하며, 어떻게 개선하길 바라는지에 관해 고객의 이야기를 듣고 고객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는 곳이 고객이기 때문이다. 나는 현장을 현상이 일어나는 곳이라 정의하며 그곳에서만 체감할 수 있는 것이 있다고 생각한다. 탄소 중립 계획을 수립할 때, 탄소 중립을 이행하는 부서를 방문하고 글로벌 철강사의 탄소 중립을 알기 위해 모든 철강사를 견학했다. 이를 통해 그들은 무엇을 하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들의 경험을 통해서 체감할 수 있었다. 현재 나의 현장은 글로벌 경쟁사의 탄소 중립 발자취다.

 

▲중국 상해 철강사 탄소중립 교류회
▲중국 상해 철강사 탄소중립 교류회

Q. 언제나 함께하는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수식어에 대한 부담감은 없는지, 수식어와 함께 할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임하는지 궁금하다.

A. ‘여성 최초’라는 수식어는 항상 부담된다. 하지만 이에 주저앉거나 포기하지 않고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해 노력한다. 불가능해 보이는 벽을 마주할 때, 돌아가거나 낙담하는 것이 아니라 벽에 구멍이 뚫릴 때까지 도전한다. 도전을 거듭하면 상처로 무장돼 결국 벽을 무너뜨린다. 더불어 포기하거나 실패했을 때 모습이 싫어 꼴등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 MBB (Master Black Belt) 과정에서 해병대 훈련을 갔다. 10km 구보를 하는데 나를 제외한 모두가 남자인 상황에서 발이 천근만근 하더라도 나아가자고 생각했고 결국 포기하는 사람이 생겨 꼴등을 하지 않았다. 내가 힘든 만큼 남도 힘들기에 ‘1분만 버티자. 잘하려고 하지 말고 버티자.’라고 되뇌며 힘듦을 이겨낸다.

 

 

▲제8회 여성공학인 대상 시상식
▲제8회 여성공학인 대상 시상식

Q. “미리 판단하지 말고 마음이 조금이라도 간다면 언제든지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지난해 11월 10일(금) 진행된 ‘2023 산업 현장 여성 R&D 인력 채용박람회’ 패널토그에서 동문이 전한 조언이다. 본교를 통해 세상으로 힘차게 나아갈 학우들에게 한마디 부탁한다.

A. 세상에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도 있고 좋아하지 않는 일도 있을 것이다. 기왕이면 좋아하는 일을 선택했으면 한다. 선입견을 품고 지레 겁먹지 말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를 도전하라고 말하고 싶다. 스스로 능력에 대해 제한하지 말고 전공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한다. 현재 포스코에도 다양한 전공의 직원들이 함께 일하고 있다. 상황에 국한되지 말고 하고 싶으면 하자. 뛰어들어봐야 아는 것이다.

 

 

*중후장대: 무겁고 두텁고 길고 크다.

**고로: 제철 공장에서 철광석에서 주철을 만들어 내는 노로, 꼭대기에 광석과 코크스를 넣고 아래쪽에서 녹은 선철을 모은다.

***철스크랩: 철강을 생산하고 가공하는 과정에서 버려진 것들을 수집하여 회수한 후, 철강재 생산에 다시 투입하는 잔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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