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우리에겐 대화의 나침반이 필요하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의 고향은 어디서든 바다가 보이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곳이다. 바다와 아주 가까운 곳에 살았던 기자는 어릴 적부터 바다에 친밀감을 가졌다. 기자는 푸른 하늘과 파란 바다가 만나는 수평선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기도, 주섬주섬 양말을 벗어 찰박찰박한 바다에 발을 담기도 했다. 바다는 기자에게 고요한 저녁에 시원한 파도 소리로 위로를 주기도 했지만, 끝없이 펼쳐진 모습에 압도감을 주기도 했다. 내가 발을 내딛고 살아가는 육지가 아닌 바다에서는 내 마음대로 몸을 움직이지도, 정확한 방향으로 나아가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바다로 향하기 전 큰 심호흡을 한다. 익숙하지 않은 바다에서 벌어진 일들에 어쩌면 목숨까지 걸어야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이전보다 정확한 지도도 있고, 기술의 발전으로 바다에 관한 많은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다. 그렇다면 지금보다 바다를 몰랐던 과거의 사람들에게 바다란 어떤 존재였을까.

과거의 바다는 공포 그 자체였다. 16세기에 만들어진 해도 <카르타 마리나(Carta marina)>에는 실제 해양 생물과 비슷하지만, 더 기괴한 모습을 한 여러 생물이 담겨있다. ‘최선웅의 고지도이야기’에 따르면 지도 속 그려진 섬 고래(Island Whale) 괴물은 뱃 사람들이 섬으로 착각하기 쉽다고 한다. 고래가 바다 위로 등을 내밀면 이를 섬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고래에 말뚝을 박고, 취사를 위한 불을 지핀다. 이에 섬 고래는 놀라 바닷속으로 들어가고 그렇게 배가 전복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올빼미를 닮은 얼굴에 날카로운 등지느러미를 가진 지피우스(Ziphius)는 선체에 구멍을 내며 이로 인해 배가 가라앉는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가 있다. 바다에 대한 상상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이 지도를 통해 당시 사람들이 바다를 얼마나 두려워했는지를 알 수 있다. 지도 제작자 올라우스 마그누스(Olaus Magnus, 1490~1558)는 선원들의 이야기와 중세의 동물우화, 민간 전설 을 조사하여 지도를 완성했다고 한다.

바다를 두려워하던 사람들이 넓은 바다를 항해하게 된 것에는 나침반의 영향이 크다. 나침반의 역사는 춘추전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춘추전국시대 사상가였던 한비자(韓非子, BC 280?~BC 233) 의 저서 <한비자(韓非子)>에는 ‘사남’에 관한 언급이 있다. 사남은 한나라의 남쪽을 가리키는 국자로 후 대한나라의 기록물을 통해 나침반이라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11세기 송나라의 과학자 심괄(沈 括, 1031~1095)의 <몽계필담(夢溪筆談)>에는 다음과 같은 기록이 있다. “방사(方士)는 자석으로 문질러서 그것을 남쪽을 향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것은 언제나 약간 동쪽으로 기울어 정확한 남쪽을 향하지는 않는다. 그것을 물 위에 띄어두면 불안정한 것이 흠이다.” 발전된 중국의 나침반 기술은 여러 나라에 전파되며 나침반 기술이 발달함과 동시에 정교해지는 지도로 당시 사람들은 바다로 나갈 수 있었다. 망망대해라는 막연한 두려움에 나침반은 그들이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며, 바다 위 모든 위기를 대처하진 못하지만, 빨간 바늘에 희망을 품게 했다. 기자는 우리 시대에도 나침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직면했지만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알지 못하는 사회에게 나침반같이 방향을 제시할 무언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2월 6일(화) 정부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안을 결정했다. “2025학년도부 터 의과 대학 정원 2,000명을 증원하여 현재 3,058명 에서 5,058명으로 확대합니다.” 정부는 ‘소아과 오픈 런’,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이어지는 의사 수 부족으로 인한 문제 해결 등의 이유로 의대 증원을 결정했 다. 더불어 의대 교육의 질 저하를 막기 위해 평가인 증제를 통한 관리와 필요에 따른 국가 지원을 언급했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의사 수가 부족하지 않 다고 주장하며 적정 의사 인력 수급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체계적인 계획이 부재하다고 주장했다. 전공의는 의료 현장을 떠났고 이에 정부는 최소 3개 월의 면허 정지 처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3월 16일(토)에는 오는 25일, 전국 20개 의과 대학 교수가 사직서를 제출하기로 결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의대 증원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재, 여러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있다. 나침반이 없던 과거의 사람들처럼 우리는 어느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의대 증원뿐만 아니라 사 회의 다양한 분야에서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르 는 지금, 우리에게는 대화라는 나침반이 필요하다. 망망대해 같은 바다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준 나침반처럼 우리의 삶에 대화라는 나침반이 필요하지 않을까.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