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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신문은 내 집단, 내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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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오피니언, 첫 ‘S동 211호’. 내가 쓰겠다며 호기롭게 손을 들었지만 쉽게 쓰지 못하고 있다.깜빡이 는 커서를 바라보며 기자에게 신문사는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 봤다. 어느 날엔 하염없이 감사하고 어느 날은 벅차게 힘든 이 존재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감이 오질 않다가 불현듯 고등학교 사회문화 시간에 배운 ‘내집단’ 개념이 떠올랐다. 미국의 사 회학자 섬너(William Graham Sumner, 1840~1910)는 구성원들이 가지는 소속감에 따라 사회 집단을 내집단과 외집단으로 분류했다. 내집단이란 본인이 소속해 있으면서 동시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 집단을, 외집단이란 본인이 소속해 있지 않으면서 이질감이나 적대 의식을 갖는 집단을 뜻한다.

기자는 2022년 3월, 본교 자율전공학부에 입학 했다. 자율전공학부는 기자의 소속집단이긴 했으나 내집단이 되진 못했다. 추후 전공을 선택하는 자율전공학부의 특성상 소속감을 느끼기란 어려웠다. 그렇다면 당시 진입을 염두에 뒀던 컴퓨터공학과에는 소속감을 느꼈던가? 더더욱 아니었다. 주변인들의 권유로 엉겁결에 수강한 컴퓨터공학과 강의는 기자의 적성과 흥미에 전혀 맞지 않았다. 이내 기자는 본래 희망하던 사회과학 분야를 꿈꾸며 자퇴했다. 그러나 아쉬운 결과를 받았고, 다시 돌아왔다. 재입학을 한 것이다.

1년 만에 재입학을 했다고 본래 없던 소속감이 저절로 생기진 않았다. 이 학교에 내가 원하던 전공 이 생긴 것도 아니었다. 22학번이지만 1학년이라는 애매함만 추가된 채, 달라진 건 없는데 시간만 흐 르고 더더욱 어딘가에 마음을 두지 못하고 방황했다. 다시 컴퓨터공학과 수업을 들어봤고, 법대 수업을 듣고, 경영대 수업도 들었다. 그러나 강의실 안에서는 원하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다시 대입에 도전할텐가, 더이상 그럴 용기도 여력도 없었다.

그렇게 작년 1학기, 학교에 다니긴 했지만 이렇다할 추억도 성취도 얻지 못하고 밋밋한 시간을 보냈다. 무의미하게 지나버린 시간에 대한 아쉬움과 앞으로의 학교생활에 대한 막연한 걱정 속에 길을 잃고 방황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본교 공지사항의 ‘홍대신문사 취재부 기자 모집 공고’를 발견했고 짧지 않은 고민 끝에 결국 S동 211호에 당도했다. 기자실에 첫발을 내디뎠던 날이 생생하다. 지면 마 감 날이라 기자실은 예민하고 차가웠지만, 그 기저의 열정을 볼 수 있었다. 보도 기획서 회의, 기획서 수정, 교수회의, 배분 회의, 지면 1차, 2차, 3차, 4차... 선배 기자들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오탈자를 바로잡고 지면 배치를 확인하며 이번 호의 기사를 마감하는 동시에 다음 호의 기사를 준비했다. 길어지는 마감에 지칠 법도 한데, 그들은 겸허한 태도로 응당 해야할 일을 하고 있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그들을 닮고 싶다고, 이 집단에 들어오기를 참 잘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자연스레 기 자로서의 일에 애정을 갖게 됐다.

주로 ‘나는’으로 시작되던 내 문장의 주어를 확장할 수. 있어서, 고정란 코너 작성을 위해 다양한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세상 돌아가는 일에 더욱 관심을 둘 수 있어서, 보도란 취재를 위해 학교기관에 방문하여 인터뷰할 수 있어서, 기삿거리를 찾기 위해 학교 곳곳에 관심을 가질 수 있어서, 든든하고 존경하는 동료 기자들에게 피드백 받을 수 있어서, 홍대신문이라는 신문에 내 글을 실을 수 있어서, 인터뷰이 컨택을 위한 이메일에 “홍대신문사 김유민 기자입니다.”라고 말문을 열 수 있어서, 감사하다. 감사할 일을 나열하자면 끝도 없다.

소속감은 켜켜이 불어났다. 그렇게 S동 211호, 홍대신문사는 기자의 내집단이 됐다. 학보사 기자가아니라면 할 수 없는 경험들이 쌓여가고 있다. 쌓이는 소속감에 비례해 책임감도 커진다. 자꾸만 더 나은 기사를 쓰고 싶다. 더 좋은 문장을 구사하고 싶다. 이 집단에 누가 되고 싶지 않다.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싶어진다. 더 나은 나를 꿈꾼다. 홍대신문에 입사하지 않았다면 기자는 아직도 방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홍대신문은 나의 구원이자, 돌파구이자, 가장 큰 내집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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