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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끄러운 인생의 길을 걸어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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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와의 만남은 인간에게 위험이자 동시에 도전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삶은 온갖 차원의 크고 작은 세계들의 만남과 부딪힘으로 이루어지기에 복잡성이라는 성질을 띠게 마련이며 사람들은 대개 복수의 문화, 정치사회 공동체, 정체성이라는 복잡한 그물망에 얽혀 있으므로 그 안에는 상이한 종류의 접변이 존재하게 된다. 이 만남, 마주침, 충돌의 과정은 상호 역전과 전복의 영속적 과정이며 여기에는 안정성과 불안정성이 필연적으로 교차하고 있다. 이처럼 인생이라는 것이 근본적으로 불확정적이고 그 불확정성에 어떻게 대응하는가에 따라 역사가 이루어졌다는 점을 기억한다면 인생의 여정을 걸어가는 인간은 삶에 대한 용기와 겸손을 지니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인식하게 된다. 

  헤르만 헤세를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올려놓은 유명한 글귀 중 하나는 󰡔데미안󰡕에 나온다. “새는 투쟁하여 알에서 나온다. 알은 세계이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 이 깨어지는 과정이 작품 속에서 싱클레어가 뜨거운 총탄에 맞아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는 모습에서 상징적으로 나타나는 것은, 바로 낯선 곳으로의 이동에 있어서 깨어짐의 과정은 필수적으로 동반되며 이것이 인간에게는 위협과 도전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래서 작품 속의 싱클레어는 다음과 같이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세상의 오솔길들을 똑바로 걸으려고 했는데, 그 길들이 내게는 너무도 미끄러웠던 것”이라고. ‘똑바로 걷는 길’이란 무엇인가. ‘똑바로 걷기’는 일종의 인과적인 사슬로 묶여진 세계 속을 걸어가는 것인데 ‘이 길들이 너무도 미끄러웠다’는 것은 그 어느 길도 그에게 확실한 길잡이가 되지 못했고, 이 길에서 저 길로, 저 길에서 이 길로 갈팡질팡 방황했음을 의미하며, 이는 “인간은 노력하는 한 방황한다.”는 그 유명한 괴테의 󰡔파우스트󰡕에 나오는 글귀를 곧바로 연상시킨다. 인생의 본질이 방황의 노정을 걸어가는 나그네로서의 삶이고 미끄러운 길이기에 걸을 만한 가치가 있는 길임을 깨닫는다면 인간은 삶을 무거운 짐으로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육신의 병, 재해, 사회의 구조적 불합리, 각종 미움과 다툼 등으로부터 초래되는 고난과 공포, 특히 우리가 직면하는 의식주의 문제, 더 나아가 무의미에 대한 공포 등은 한 순간도 우리는 편하게 내버려 두지 않는다. 이런 상황 하에서 눈에 보이는 성공에 집착하여 실패를 하면 걷잡을 수 없이 비관하고 좌절하거나 반면에 성공을 하면 그 누구도 감당할 수 없는 교만해 지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며, 이 집착을 해결하려 불완전 하지만 눈에 보이는 해결책을 강구하려는 시도, 자신의 주체적인 성실성보다 타인과의 인맥에 의존하는 것, 자신의 유익을 위하여 타인을 해하는 행위로부터 벗어나야 할 것이다. 상처받기 쉽고 불완전하며, 기어코 차이를 만들어 그것을 과장하며 조금이라도 우월감을 느껴야 비로소 안정감을 찾는 인간의 약함을 극복할 용기를 가지고 겸손하게 묵묵히 인생을 걸어가는 자는 진정한 자유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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