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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한 번쯤 공감할 만한 ‘피곤함’

‘관계’에 지친 학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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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소개를 할 때 보통 자신을 어떻게 나타내는지 떠올려보자.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속한 특정 집단을 말하거나 타인으로부터 인정받은 ‘나’의 모습에 의미를 부여할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타인과의 관계는 어느새 ‘스펙’이라 불리게 될 정도로 중요해졌다. 하지만 이러한 ‘관계’를 시작하고, 또 이어가는 과정에서 괴로워하고 지치는 이들이 매우 많다.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부터 어울리지 못하는 사람까지, 모든 이들에게는 제각각의 다양한 이유로 나타나는 ‘관계’로 인한 고민을 갖고 있으며, 이에 대처하는 방법도 사람마다 다양하다. 본지는 대학생들 사이에서 흔히 나타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유형을 세 가지로 나누어 관계로 인해 고민을 겪고 있는 학우들의 사연을 들어보았다.

 

▲적극적 인간관계에 지친 학우들

“학회장이다 보니 학회모임엔 항상 참석해야 하는데, 시간이 갈수록 오히려 가까운 주변 사람들에게 소홀해지는 것 같아서 서운하다. 또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강박 관념도 생기면서 나 때문에 사람들이 재미없어하고 실망할까 두려워 자존감까지 낮아졌다. 모임뿐만 아니라 뒤풀이도 항상 참석해야 하기에 경제적인 부담이 큰 것도 사실이다. 인간관계는 너무 어렵고 지친다.”- 단과대학의 학회장 A

 

대학 생활을 즐기고 싶어서 MT는 물론 술 뒤풀이까지 빠지지 않았지만, 어느 순간 ‘어디에서나 잘 어울리는 사람’으로 낙인찍혀 원치 않더라도 의무감에 참석하고 분위기가 어색해질까 걱정되어 계속 술을 마시는 경우가 있다. 가장 속상한 것은 그렇게 수많은 사람과 얘기를 하고 친하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내가 힘들 때, 내 편이라고 생각할만한 사람은 적다는 점이다. 또한, 그러다 보니 사람들과 있을 때 그들에게 무조건 맞춰줘야 하다는 생각 때문에 내 성격을 숨기게 되고 나와 어울려주지 않을까 항상 걱정한다.”- 김지훈(법학부2) 학우

 

겉으로 보기엔 사람들과 잘 어울리며 이를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사실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단지 사람들과 만나는 것이 좋아서 맺기 시작한 관계가 결국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인터뷰에 응해준 학우들은 평소 학과에서 흔히 ‘인싸’라고 불린다. ‘인싸’는 인사이드(Inside)의 줄임말로써 무리에 잘 섞여 노는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자신이 원치 않는 자리에 참석하여 억지로 웃는 일이빈번하게 일어나고,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의 성격과는 다른 모습을 내비치기도 한다. 이러한 관계는 SNS 활동을 통해 학교 외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특별히 할 말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관계를 이어나가기 위한 연락을 주고받는다. 결국 이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피상적인 관계만 남고 정작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사람은 별로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관계에 대한 집착으로 인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면 ‘외톨이’로 낙인찍힐까 두려운 마음에 타인의 시선을 과도하게 신경 쓰는 것이다. 하지만, ‘소외’에 대한 두려움은 오히려 피로를 증가시키고 ‘나’의 정체성을 잃어버릴 수 있으며 결국 모든 관계에 대한 회의감까지 초래할 수 있다.

 

▲줄여야 한다면 줄인다, 인맥 다이어트를 시도한 학우들

“학기 초에 전공 관련한 정보를 얻으려 소모임에 들어갔지만, 내가 원하는 정보를 얻지 못했을뿐더러 인간관계에 있어 피로감을 느끼게 되었다. 결국,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껴 소모임을 나간 후 ‘자발적아싸’가 되었다. 그 후 학부 생활에 필요한 활동만 하였으며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서 좋았다. 특히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알찬 하루들을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서 속상하다. 많은 사람과 친하게 지내도,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들은 소수이다. 자신을 힘들게 하면서까지 인간관계를 이어나가야 할까?”- 단과대학 학우 B

 

“휴대폰을 열어보면 연락처는 무수히 많다. 하지만, 그중 연락하는 사람은 몇 명밖에 되지 않는다. 특히, 카카오톡의 프로필 사진으로 개인적인 사진을 올릴 때 그것이 공개되기 싫은 사람에게까지 공개되는 것이 너무 꺼림칙할 때도 있다. 그래서 ‘인맥 다이어트’를 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은 나에게 인간관계를 유지하려 노력하지 않는다고 한다. 하지만, 왜 마음이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인간관계까지 노력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언제까지 인간관계를 위해 노력해야 할까?”- 단과대학 학우 C

 

혼자가 되지 않기 위해 관계 맺기를 치열하게 해온 학우들은 이에 회의감을 느껴 인간관계를 줄이려 인맥 다이어트를 하기도 한다. 이들은 억지로 이어나가는 관계에서 오는 피로감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하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지속할 때 느껴지는 긴장감과 상대방에게 맞추려는 노력을 무의미하다고 느낀다. 이를 ‘관태기(관계와 권태기의 합성어, 인맥을 관리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에 대해 위태로움을 느끼는 현상)’ 상태에 있다고 한다. 그들은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는 많지만, 마음 편히 연락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라는 것을 직시한다. 그래서 그들은 최소한의 인연만으로 인간관계를 이어가려 한다. 또한 그들은 관계에 얽매이다 보니 자기 자신에 집중할 시간이 적었다는 것을 깨닫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며 ‘자신’에 집중하려 한다.

 

▲나 혼자가 좋다. 집이 안식처가 된 학우들

“나도 만약 친구가 많았다면 다른 애들처럼 수업을 마친 뒤 동기들과 놀러 가고 술도 마시고 싶은데,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다. 항상 학교가 끝나면 저절로 집에 오게 되어 친구들은 나를 ‘집돌이’라고 부른다. 집에 가는 것이 가장 맘이 편하기도 하다.”- 단과대학 학우 D

 

“사람들한테 비웃음당할 것 같고, 모두가 나를 의식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말을 할 때 머뭇거리게 된다. 사람과 만나서 얼굴을 보고 말을 하는 게 두려워서 애초에 친구를 사귀려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하교 후 집에만 가게 되는 것 같다.“- 단과대학 학우 E

 

인터뷰에 응한 학우들은 각각 자신이 내성적인 성격과 관계로부터 오는 상처로 인해 학교에서보다 집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고 말했다. 사람과 가까이 지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남을 의식해야 하는 상황이 불편한 학우들에게 ‘집’은 구속받지 않는 안식처가 된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학우들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대인들은 남을 의식해 눈치를 보는 것에 ‘피곤함’을 느끼고, 집을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여기며 그곳에서 위로를 받는다. 최근 ‘홈족’, ‘혼밥’ 등의 단어가 일상화되고 있는 만큼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을 이상하게 보는 사람도 흔치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인간은 끊임없이 사회 속 다른 인간들과 교류하게 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하여 사람들과의 다양한 상호작용에서 비롯되는 인간관계는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대두된다. 관계를 맺는 데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고 억지로 맺어진 관계에 끌려다니는 것이 고민일 수도 있다. 이렇듯 인간관계에 대한 지나친 집착은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안고 있으며, 명확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모두에게 어려운 문제이다. 만약 인간관계에 지쳤다면, 그로부터 편히 쉴 수 있는 자신만의 대처법을 찾아보는 것이 어떨까?

 

이남주 기자(skawn1791@mail.hongik.ac.kr)

금민주 기자(snm05136@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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