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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속 분위기를 다양한 시각 요소로 구현해내는 화면 총 책임자

KBS 촬영감독 손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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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드라마가 ‘열풍’의 중심에 서기까지는 이를 구성하는 재미있는 스토리, 스타 배우들의 열연 등 많은 요소들이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그 외에도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수많은 제작진들의 열정과 노력이 있었기에 드라마는 성공적으로 시청자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그중에서도 배우의 강렬한 눈빛이 더욱 절절하게 느껴지고 주인공의 칼 놀림 동작이 더욱 화려하게 보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그들의 세심한 기술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촬영감독의 의도에 따라 화면의 심도와 화질, 색감 등이 조정되면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에 나타난 다양한 연출기법들을 통해 화면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몰입감, 실시간으로 보는 듯한 생동감을 얻으며 더욱 큰 시각적 쾌감을 느끼게 된다. 본지는 KBS 인기 드라마 <각시탈>, <추노>, <공주의 남자> 와 기획다큐멘터리 <차마고도> 등의 촬영을 담당했던 영상제작국 손형식 촬영감독을 만나 보았다. 방송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화면의 총 책임자 촬영감독의 여정을 함께 들여다보도록 하자.

Q. 현재 KBS 영상제작국에서 촬영감독으로 활동 중이다. 수많은 프로그램의 촬영감독으로 활동하기까지 많은 과정이 있었을 것 같은데, 촬영감독이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

A. 가수 오디션에 따라간 친구가 오히려 가수가 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나 또한 그런 경우에 속했다. 고등학교 때 방송 동아리에서 활동을 하는 친구가 있었는데, 그 방송 동아리에서 라디오 방송제를 열게 되었다. 나는 그 자리에 친구를 따라갔었는데 각종 공연들을 진행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왠지 나도 저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우연히 큐 싸인을 보내는 한 친구를 발견하게 되었는데, 그의 지시에 따라 사람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너무 재밌어 보였다. 그래서 친구에게 어떤 일을 하면 저런 역할을 하게 될 수 있을지 물어보았다. 친구는 방송국에서 PD가 되면 매일 저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 답했고 그 순간부터 방송국에 입사해 일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렇지만 그 당시에는 방송 관련 직종에 대한 정보가 많이 없었기 때문에 막연히 방송국에서 일만 하게 되면 좋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었다. 대학에 진학을 할 때에도 연극영화과를 선택하게 되었고 그중에서도 영화 연출 분야를 배우게 되었다. 평소 카메라나 기계 다루는 것을 좋아하는 편이라 자연스럽게 영상촬영에 이끌렸고 촬영에 대한 전반적인 것들을 대학에서 배워나갔다. 이후 운좋게도 첫 직장인 MBC에 입사하게 되었다. 그 곳에서는 뉴스 데스크의 촬영기자로 활동했는데, 대학 때부터 꿈꿔오던 것이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을 찍는 것이었기에 뉴스가 아닌 다른 방송 촬영에 대한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결국 서른세 살이라는 늦은 나이에 KBS로 회사를 옮겨 영상제작국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KBS 2TV수목 드라마 각시탈 촬영 현장
▲KBS 2TV수목 드라마 각시탈 촬영 현장

Q. 촬영감독은 촬영 현장에서 주로 어떠한 업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게 되는지 궁금하다.

A. 프로그램의 장르에 따라 촬영감독의 역할은 유동적으로 변한다.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에서 촬영감독과 PD는 일종의 쌍두마차와 같다. PD가 사전에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어떤 내용으로 방송을 풀어낼 것인지 주제나 소재 등을 정하는 사람이라면, 촬영감독은 프로그램의 주제에 발 맞춰 기획안을 ‘영상화’ 하여 구현해내는 작업을 담당한다. 방송촬영은 기본적으로 관찰자적인 시점에서 한걸음 물러서 화면에 대상들을 담아낸다는 약간의 정형화된 틀이 존재한다. 그러나 촬영감독은 여기에 자기 자신만의 색깔을 새로입히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만의 고유한 색깔을 담아내려는 장인정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한편으론 방송이라는 것이 예술, 창작품들과 달리 혼자서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타인과 협업할 때 조정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촬영감독뿐만 아니라 PD, 조명감독 등 방송을 하는 여러 관계자는 함께 일하는 동료들 간에 소통이 잘되는 인간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KBS 1 기획다큐멘터리 차마고도 촬영 사진
▲KBS 1 기획다큐멘터리 차마고도 촬영 사진

 

Q. 고된 촬영 현장 속에서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힘든 점이 많을 것 같은데, 이러한 것들을 극복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나?


A. 촬영을 하다보면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정말 힘든 상황들을 많이 마주하게 된다. 방송국 특성상 사전답사 등의 형식으로 해외출장이 자주 잡힌다. 특히 사람들의 발길이 닫지 않는 오지(奧地)나 해발 4,000m의 고산지대, 극심한 추위와 더위를 경험할 수 있는 극지방, 그리고 사막까지. 험난한 지역곳곳을 다녀오게 된다. 시청자들이 가보지 못하는 장소들을 보여주기 위해 촬영팀들은 직접 현장에 가서 촬영을 해야 한다. 특히 차마고도에서 촬영을 했을 때는 말 그대로 ‘생존’의 위험을 느끼기도 했다. 우선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앞섰기 때문에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전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었다. 지나고 나면 이렇게 그때 그랬지, 하며 웃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 당시에는 상당히 심각했다. 눈앞에서 비탈진 차마고도의 절벽 아래로 촬영 장비를 싣고 가던 말이 떨어져 죽는 상황이 발생했다. 산소가 희박해 오랫동안 숨 쉬는 것조차 힘든 고산지대에서 떨어진 말과 촬영장비들을 수습하기 위해 두 시간 가량 계곡과 들판을 찾아나서야 했다. 함께한 제작진 중에는 고산병으로 인해 폐에 물이 차는 폐수종 증상이 나타나 급히 하산해 병원으로 이송되기도 했다. 이러한 극한 상황에서는 동료들과 함께 뭉치며 서로 힘을 북돋우며 이겨내는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렇기에 특별히 극복해내는 방법도 없다. 위급한 상황 속에 본능적인 힘이 발휘되어서 버텨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직업적 사명감이나 책임감을 상기시켜 ‘프로그램을 위해 이곳에 우리가 왔다’는 목적을 계속 되새기는 것도 극복의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KBS 2TV수목 드라마 천명 촬영 현장
▲KBS 2TV수목 드라마 천명 촬영 현장

Q. <각시탈>, <추노>, <공주의 남자> 등 KBS의 인기 사극 드라마들을 촬영하였다. 사극 촬영은 현대물을 촬영하는 것에 비해 배경이나 조명 등의 제한이 많은데, 그러한 한계는 어떻게 극복하는지 듣고 싶다.


A. 지금은 시즌오프를 맞이해 대하사극이 잠시 방영되고 있지 않지만, KBS에 있어서 사극은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 온 장르이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조선시대 혹은 고려시대 말 등의 배경을 가진 시대적 암투극을 상당히 좋아하는 편이다. 그렇기에 작가들은 그 시대에 있었던 역사적 사실에 판타지 혹은 픽션을 가미해 글을 쓰는 것이고 그렇게 탄생한 대본들은 보편적으로 대중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는 편이다. 그러나 사극 촬영은 장소와 배경 등이 한정적이고 복장을 준비하는 부분에 있어서도 비용이 많이 든다. 또한 촬영에 있어서 빛은 정말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데, 사극에서 야간 촬영에 사용될 수 있는 조명은 초롱불 혹은 월광 등으로 한정된다. 이를 표현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은데, 실제 월광은 배우들의 얼굴을 비추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달이 비추는 빛만으로 촬영을 진행하기 어려워 보통 전문 크레인을 빌린다. 월광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16키로의 무게에 달하는 거대한 조명을 활용할 수밖에 없는데 여기에는 엄청난 전력이 소모되기 때문에 발전기가 동원되어야하며 이에 따른 사고에 대비하는 소방차도 항상 준비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어려움들이 많지만, 또 사극만의 묘미가 있다. 사극은 한국의 고유한 곡선미를 담아낼 수 있다. 전통적인 건축물들의 선이나 복식의 화려함 등은 현대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담아낸다. 그렇기에 시청자들도 감독들도 그 매력에 빠지게 되는 것 같다.

 

Q. 촬영을 하면서 가장 보람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A. 물론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을 때도 큰 보람을 느끼지만 시청자들을 울고 웃게 했다는 감정적 측면에서의 보람을 느끼는 순간도 많다. 드라마의 경우 방송이 나간 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어서 기분이 매우 좋다. 시청자들의 피드백을 살펴보고 싶을 때는 주로 홈페이지 게시판이나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살펴보곤 하는데, 그때 “영상미가 좋았다. 아름다웠다” 하는 평을 발견하게 되면 정말 뿌듯하다. 내가 잘 하고 있구나 새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또한 다큐멘터리는 시대상을 반영하면서 사회가 올바른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이기 때문에 그러한 목표를 달성했을 때 정말 보람을 느낀다. 내가 맡은 프로그램으로 인해 사람들이 위로받았다 말하고,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생겨 방송사로 다시 전화가 오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런 전화를 받으면 이보다 값지고 보람찬 피드백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고 할 수는 없지만, 묻혀지기 쉬운 사회의 부조리한 조각들이 조금씩 변화되어가는 과정을 볼 때마다 내가 보람된 일을 하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KBS 2TV수목 드라마 각시탈 촬영 현장
▲KBS 2TV수목 드라마 각시탈 촬영 현장

Q. 마지막으로, 20대의 청춘들에게 전해주고 싶은 말 혹은 방송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A. 방송사 등용문은 생각보다 굉장히 좁다. 그러나 요즘에는 방송이나 영화계로 진출하고 싶다는 꿈을 꾸는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방송인이 되기 위해 정해진 루트는 없다고 생각한다. 나도 학창시절에는 방송에 대한 막연한 생각만 있었지 그 자리에 오르기 위해 특별히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지는 않았다. 사실 나는 운이 좋았다고 볼 수 있지만, 그 운을 되짚어 생각해보면 분명 그에 상응하는 열정과 노력이 항상 뒷받침 되어있었던 것 같다. 살아가면서 언제나 기회는 선택의 순간과 함께 찾아올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도록 충분히 준비하라고 말하고 싶다. 지나간 기회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니 말이다. 또한, 하나의 선택으로 인해 놓치게 된 부분이 아쉬움으로 남을지라도 후회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결국 지나고 보면 모두 자신을 성장시키는 밑바탕이 되고 그러한 경험이 모여 굳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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