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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2006)
  • 박물관 인턴 송기득
  • 승인 2018.04.0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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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원, <그림자의 그림자>, 2006, 금속, 39x28.4x67cm, 소장번호 3283

이번 원고에서는 현재 박물관에서 진행 중인 《80년대를 이끈 리얼리즘의 주역들》展에 전시중인 김영원의 작품 <그림자의 그림자>와 그의 작품세계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참고로 전시장 입구에서 마주하는 그의 초기작 <오늘 만난 소년>(1975)과 함께 과거와 현재의 김영원의 작품을 비교, 감상해주시기를 바란다.

  김영원은 추상미술이 화단의 주류를 차지했던 1960-70년대에 독자적인 사실주의 조각을 기반으로 활동을 시작하여, 한국 현대조각에서는 드물게 근 40여 년 동안 인체조각이라는 일관된 방법으로 인간실존을 주제로 자신의 예술 세계를 발전시켜온 작가이다. 광화문의 세종대왕상과 동대문디자인플라자 입구의 인체조각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 그는 1970년대에 ‘사물화 된 신체’라는 자신만의 조각언어를 통해 이전 세대가 추구했던 아카데믹한 사실주의 양식으로부터 벗어나 사실주의적인 조각에 대한 독자적인 개념을 정립하였다. 이에 숙명적으로 거론되는 ‘모방-재현-사실’이라는 개념적인 틀로부터 벗어나 현대적 작업으로 이행하기 위해 끊임없는 조형적 모색을 하였다. 그러한 조형적 모색과 고민은 학부를 졸업한 시기에 제작한 <오늘 만난 소년>에서부터 시작하여 80년대까지의 ‘중력 무중력’ 시리즈를 통해 확립하였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인식이 투영된 사실주의 조각을 1990년대의 ‘조각선(彫刻禪)’과 ‘그림자의 그림자’ 시리즈로 발전시키게 됨으로써 조각가로서의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다지게 된다.

  예로부터 그림자는 단순한 물리적 현상 이상의 영혼, 정신, 호흡, 숨결, 아니마 등 비가시적 실체의 메타포로 여겨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또 다른 자기 즉 무의식적 자기의 상징으로 인식되어졌으며, 그 무의식적 자기는 곧잘 의식적 자기와 대립한다는 것이다. 이로써 실재와 그림자, 실재와 표상, 실재와 허상간의 경계가 알려진 바처럼 뚜렷하지가 않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김영원의 ‘그림자의 그림자’로 명명된 시리즈 작업에서 인체는 절편처럼 나눠져 있다. 그리고 그 안쪽 면은 편평하게, 바깥쪽 면은 형상으로 처리돼 있다. 이때 형상은 흡사 동전에 새겨진 초상처럼 최소한의 윤곽과 실루엣만으로 이루어진 저부조 형식으로서, 실재감과 비실재감을 동시에 실현한 듯한 독특한 형상으로 제안된다. 

  이처럼 작가는 그 실체감이 희박한 인체의 절편(단면)을 서로 마주보게 하거나, 같은 곳을 향하게 하거나, 한 몸 안에서 서로 엇갈리게 재배치하는 등의 다양한 형태로 변주해낸다. 여기서 절편과 절편은 원래 하나의 몸에서 분리돼 나온 것이란 점에서 주체와 그 주체로부터 분리된 그림자, 분신, 아바타와의 유기적인 관계를 효과적으로 암시해준다. 그런가하면 단면과 단면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조각에서는 주체와 또 다른 주체(그림자)의 시선이 가 닿아 있을 법한 형상의 안쪽 면은 그저 밋밋한 평면일 뿐 아무 것도 없다. 흔히 인체의 안쪽 어딘가에 마음에 해당하는 그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는, 어떠한 식으로든 작가에 의해 그 마음이 형상화돼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여지없이 허물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평면은 이를 대면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려낼 상을 반영하는 거울이자 그 이미지로 채워질 잠재적인 공간이며, 따라서 마주하는 이들로 하여끔 비어 있으면서 채워져 있는 허(虛)와 공(空)의 세계로 전이하게 한다.

 

박물관 인턴 송기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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