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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의 구조』(2005)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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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디서 시작했나, 과연 인간의 본질은 무엇일까?”라는 물음에 답을 찾기 위해, 그리고 현재 살아가고 있는 이 공간, 이 세계에 대해 알기 위해 우주론의 입문서 격인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을 읽을수록 우주론이 매우 매력적인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사고실험을 통한 가정들이 직접적인 실험적 결과와 함께 도출되어 매우 정밀한 규칙성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은 수학 공식으로 가득 차 있지 않아 수학적 지식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게 풀어 설명해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수학을 놓은 나조차 큰 어려움 없이 읽어나갈 수 있었다. 책의 구성은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이론에서 시작하여 우주의 차원과 초끈 이론을 다루며 우주의 탄생을 마지막으로 끝이 난다.

  영화 〈인터스텔라〉(2014)를 보면 머피와 쿠퍼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고, 블랙홀이 등장하는 등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그저 영화를 보면서 단순히 이해하고 있었던 상대성이론을 책 속 아인슈타인의 사고실험을 읽으며 의미를 깊이 있게 파헤쳐 볼 수 있었다. 왜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지, 뉴턴부터 시작된 공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아인슈타인이 어떻게 풀어낼 수 있었는지를 보며 상대성이론을 조금이나마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기대가 되었던 부분은 양자역학이었다. 이전부터 항상 궁금했으나 전공자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준의 수학능력을 가진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자료들은 한정적이었다. 그저 양자역학은 확률이 굉장히 중시되는 이론이라는 점만 알고 있었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양자역학이 등장한 이유, 그리고 양자역학을 뒷받침하는 실험과 사고실험을 접하면서 확률이 단순히 동전을 뒤집었을 때 앞면이냐 뒷면이냐처럼 단순한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양자역학에서의 확률은 가능성이 동시에 공존한다는 점에서 현실에서 나타나는 확률과는 큰 차이가 있다. 가장 충격적이어서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이론은 양자역학의 ‘과거 골라내기’와 ‘양자적 얽힘’에 관한 설명이었다. ‘두 물체가 양자적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으면 그 영향은 공간을 초월하여 즉각적으로 전달되게 된다’라는 가설이 양자적 얽힘의 주된 내용이고, 이는 스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다. 이는 빛보다 빠른 것은 없다는 상대성이론을 크게 위협하는 발견이었다. ‘과거 골라내기’는 입자는 관측되기 전에는 상태를 숨기고 있다가 관측되는 순간 한가지 성질을 ‘선택’하고, 그 뒤 또 다른 관측이 이뤄지게 되면 또 다시 한가지 성질을 ‘선택’하는데, 이때 보여주는 성질이 앞에 ‘선택’한 성질과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입자는 관측되기 전까지 그 상태를 알 수 없음을 뜻한다. 다소 받아들이기 힘든 내용인 ‘과거 골라내기’가 실험을 통해 증명된 것을 보며 우리가 흔히 접하는 거시적 세계와 미시적 세계는 아예 그 결이 다름을 알 수 있었다. 그러나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에서만 정확히 작동하고, 상대성이론은 거시세계에서만 정확히 작동해 둘의 방정식이 결합하게 되면 물리학자들은 값이 무한대가 되는 골치 아픈 상황에 마주치게 된다. 그들은 아직까지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 과학자들은 미시세계에서 잘 작동하는 양자역학과 거시세계를 잘 설명하는 상대성이론을 조화롭게 통일시킬 대통일 이론을 찾아 나가고 있다.

  이 책은 어마어마한 두께를 자랑하는 만큼 양자역학뿐만 아니라 많은 물리 법칙들을 양질의 실험과 자료들로 설명해 주고 있다. 사실 우주론은 모르고 있어도 살아가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 그러나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는 도대체 어떻게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계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우주는 대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약간의 궁금증을 풀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으며 양자역학이나 상대성이론과 같은 너무나 유명한 이론에 대해 정확한 정보를 얻고 싶으나 수학을 잘 하지 못해서 혹은 전공이 너무나 상이하여 접하기 힘든 사람들에게 아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이 나온 지도 어느덧 13년 가까이 되어간다. 이 책에서 유력한 가설 중 일부는 관측을 통해 물리법칙으로 정립이 되었고, 일부는 아직 관측을 할 실험방법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LHC 강입자가속기에서는 힉스 입자를 발견했고, 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LIGO)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을 입증할 수 있는 강력한 근거 중 하나인 중력파가 관측되었다. 『우주의 구조』와 같이 내용이 깊이 있으면서도 수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읽을 수 있는 책이 흔치 않은 만큼 최근까지의 과학계의 최신 이론, 실험들이 업데이트된 ‘우주의 구조2’ 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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