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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북의 도로는 왜 구불구불한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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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호에서 이어집니다)

 

복합적 삶, 유일한 땅, 지혜로운 해결책

우리의 삶은 각 개인만 살펴보아도 복잡하고 파악하기 힘들다. 그런데 건축은 그러한 개인들이 모여서 이룬 더 복잡하고 심오한 사회를 담아내는 장치이다. 또한 경우에 따라서는 인간 행동들을 적절히 조절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 또한 어떠한 건물을 짓던 그 건축물이 들어서는 땅은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곳이다. 모든 땅은 위도가 같으면 경도가 다르고, 경도가 같으면 위도가 다르다. 그 땅의 주변 상황들을 살펴보면 하나도 같은 조건인 땅이 없다. 따라서 우리가 이 세상에 제대로 된 건축물을 짓기 위해서는 주어진 땅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며 그 땅 위에서 일어날 프로그램 또한 조심스럽게 다루어져야한다. 이때 여러 가지 주어진 조건들이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조건들이 만나 시너지효과를 이루기도 한다. 이러한 긴장감이 도는 줄다리기의 줄 위에서 아름다운 춤을 추어야 하는 것이 건축가의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는 경제, 심리, 인간행동, 문화, 기술, 각종 사회현상 등 여러 가지 요소 간의 상호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거미줄처럼 짜인 이 요소들 간의 관계의 망을 이용해서 아름다운 거미집을 만들어낸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해야 한다. 꼭두각시 인형들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스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로는 위에서 사람이 줄을 이용하여 춤을 추게 하거나 걷게 하는 등, 여러 가지 움직임을 만들어내는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꼭두각시 인형에 달린 줄들이 바로 건축가가 디자인하는 벽, 기둥, 창문, 슬래브 같은 건축 요소들이다. 이 줄들이 모여서 도시라는 인형과 그 안의 사람을 춤추게 한다. 하지만, 물질이 합쳐져서 나타나는 건축‘물’이 궁극적인 목표여서는 안 된다. 그 이후에 만들어질 아름다운 인간의 삶이 우리 건축가가 궁극적인 목표로 삼아야 하는 지향점이다. 이토록 복잡한 관계망 속에서 지혜롭게 해결책을 찾은 사례가 뉴욕에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한 오피스 건축물이라고 생각하는 “뉴욕 시티콥 센터”이다. 이 건축물에는 도시적 사고, 경제적 혜안, 건축가로서 타협과 중재의 능력, 창의적인 생각, 구조적 기술력, 법규의 기발한 이용, 친환경적인 사고 등등 이루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장점들이 종합되어 있다. 한번 살펴보자. 

  어느 건축주가 자기 땅과 옆 땅을 합쳐 큰 필지를 만들고 고층건물을 짓고자 했다. 그런데 그 옆에 땅에 있는 오래된 단층의 교회가 이사를 나가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 문제였다. 속된말로 “알박기”가 된 것이다. 한국 같으면 고층건물 프로젝트를 포기하거나 조폭을 동원해서 교회를 몰아냈을 것이다. 하지만 건축가는 미국의 ‘공중권Air-right’이라는 법규를 이용하여 전화위복을 이루었다. 미국에는 ‘공중권’은 우리나라에는 없는 건축법규다. 이는 대지의 용적률로 보아 30층까지 지을 수 있는 땅이지만 현재의 건축주가 1층짜리 건물만을 가지고 있고 이를 부수고 다시 지을 계획이 없을 경우, 자신의 땅 위에 지을 수 있는 29층의 권리를 옆의 땅 주인에게 팔 수 있는 법이다. 지혜로운 건축가는 교회로부터 이 ‘공중권’만을 양도받아 오히려 주변건물보다 더 눈에 띄게 높은 빌딩을 지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었다. 일단 교회당을 멋있게 새로 지어주었다. 그리고 교회당 지붕 위로 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다보니 지상부터 12층 정도까지 건물 매스를 띄워서 지어야만 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햇빛이 잘 드는 지상레벨을 공공에 완전히 기부한 형태의 계획안을 만들었다. 시민에게 오픈된 공개공지가 많게 함으로써 뉴욕시로부터 좀 더 높게 지을 수 있는 인센티브를 추가로 더 받게 되었다. 이때 지상 광장에 필로티 형식으로 기둥이 많이 들어가면 광장의 느낌이 좋을 수 없으므로 과감하게 기둥 4개로 지탱하는 고층건물을 만들었는데, 더 놀라운 것은 이 4개의 기둥이 사각형의 꼭짓점에 위치한 것이 아니라, 각 변의 중앙에 위치했다는 점이다. 이유는 교회당이 고층빌딩의 네모진 평면의 꼭짓점 부분에 있어서 그 위치에 기둥을 넣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교회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필연적으로 기둥은 변의 중심에 오게 된 것이다. 이를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는 여러 층을 묶어 입면에 있는 역삼각형 형태의 구조체에 묶고 이 역삼각형의 아래쪽 꼭짓점은 각 변에 있는 하나의 기둥으로 내려오게 디자인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네 모서리가 열려지고 12층 높이의 공간이 탁 트인 멋진 도심 속의 외부공간이 만들어지게 되었다. 이 광장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다. 지금도 주변의 사무실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들이 점심시간만 되면 이 광장에 모여 샌드위치를 먹으며 휴식을 취하고 있다. 

  고층건물의 경우 구조적으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자체하중보다도 높은 곳에서 더 빠르게 부는 바람이다. 바람이 불 때 발생하는 풍압력을 견디기에 모서리에 있는 네 개의 기둥은 좀 불안했다. 평상시에는 문제가 안 되나 허리케인 같은 센 바람이 불 때는 문제가 심각해진다는 구조 계산이 나왔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축가는 빌딩의 고층부에 튠드 매스 댐퍼 (Tunned Mass Damper)라는 기계장치를 해놓았는데, 그 원리는 무거운 추가 네 개의 끈에 매달려 있고, 이 추는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이동하게 만든 것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풍압력에 카운터 밸런스를 맞추어주는 식으로 구조적인 보강을 하였다. 이 기법은 지금도 타이베이 101같은 초고층 건물에서 사용되는 기법이다. 한편 이 빌딩은 오일쇼크가 있었던 시기에 디자인되었는데, 건축가는 에너지 위기를 타개할 대책으로 빌딩의 옥상 부분을 남쪽을 향해 사선으로 기울여서 사선의 지붕 위에 태양열 집열판을 설치해 전기를 생산하게 하였다. 원래 계획은 빌딩에서 사용하는 에너지의 상당 부분을 충당하려 했으나, 실제로는 아주 소량의 전기만 생산할 수밖에 없어 초기의 목적은 달성하지 못했다. 하지만 덕분에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 “쌍둥이 세계무역센터”와 더불어서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대표하는 언밸런스한 형태의 첨두가 만들어졌다. 이 같은 여러 가지 노력으로 기존의 교회는 계속해서 그곳에 있을 수 있었고, 시행사는 주변 건물보다 더 높고 멋진 빌딩을 지을 수 있었으며, 시민들은 크고 멋진 광장을 얻었고, 뉴욕시는 새로운 스카이라인을 얻을 수 있었다. 시티콥 센터는 제한된 규칙 내에서 건축가의 창의적인 디자인을 통해서 모든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 대표적적 사례가 아닌가 싶다. 이 빌딩을 보고 있노라면, 1991년 NBA 결승전에서 공중에 뜬 채로 LA 레이커스의 4명의 수비진을 이리 저리 제치고 멋진 레이업 슛을 성공시킨 마이클 조던이 연상된다. 건축가란 자고로 제한적 조건 하에서 창조적인 디자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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