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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가 들려주는 여성과 사회 이야기책상 밑의 생리대, 세상 밖으로 나오다
▲출처: 내츄럴코튼

2차 성징을 거친 대한민국의 여성이라면 동성 친구와 책상 아래로 은밀하게 뭔가를 주고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비밀스러운 물건을 주고받는 듯한 이 행동은 바로 ‘생리대’를 전달하는 모습이다. 여성은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생리(월경, menstruation)를 감추어야 하는 것으로 인식해 왔다. 그렇다면 여성이 생리와 생리대를 부끄러운 것으로 여기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여성의 몸은 함부로 드러내어서는 안 된다’는 오랜 사회적 관습에서 찾을 수 있다. 생리는 인간의 생체 현상 중 일부일 뿐인데, 사회는 여성에게 생리를 숨기고 부끄러워하라고 가르친다. 남성과 여성의 탄생 이후 줄곧 여성과 함께 해 온 생리대는 여성의 인권과 사회가 자행한 성적 억압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생리대가 담고 있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지금부터 들어보자.

 

생리대의 역사와 변천사에서 사회적 인식을 읽다

생리대의 정의는 여성의 생리가 시작되었을 때 속옷에 생리혈이 묻거나 새지 않도록 사용하는 위생용품이다. 생리대는 크게 속옷에 부착하여 사용하는 패드형과 질 안에 넣어 사용하는 탐폰으로 나뉜다. 최근에는 여성의 편의를 위하여 다양한 형태의 생리대가 시판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에서 보편적으로 많이 쓰이는 종류는 패드형 생리대이다. 1920년대 1차 세계대전 당시 간호사들은 병사들의 상처에서 피를 흡수하기 위해 면으로 된 붕대를 사용하였으나, 면이 부족해지자 면 대신 흡수력이 좋은 셀루코튼(Cellucotten)으로 붕대를 만들어 사용하였다. 전쟁이 끝나고 제지회사 킴벌리 클라크(Kimberly Clark)는 셀루코튼 붕대에서 영감을 받아 1회용 생리대 코텍스(Kotex)를 발명하였다. 이후 영국과 미국에서 1회용 패드형 생리대가 판매되었고, 이를 시작으로 1회용 패드형 생리대는 전 세계의 여성들에게 널리 애용되었다.

  패드형 생리대는 부착 방식이 간편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여성의 신체적인 자유로움에 제약이 많다는 단점 역시 가지고 있다. 패드형 생리대를 착용한 상태에서는 수영장이나 대중목욕탕 등에 출입을 할 수 없으며 여름철 땀이 차는 불편함도 감수하여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신체적 편의를 고려한 형태의 생리대가 출시되고 있다. 먼저 여성의 신체적 편의를 고려한 대표적 생리 용품인 ‘탐폰(Tampons)’은 질 안에 삽입하는 형식으로, 착용감과 활동성을 극대화시킨 제품이다. 최근 보급되고 있는 ‘생리컵’은 질 안에 삽입하여 생리혈을 받아내도록 만든 실리콘 재질의 생리 용품으로, 탐폰이 1회용인 것에 비해 생리컵은 재사용 가능하여 사용 이후 씻거나 소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탐폰과 생리컵 모두 패드형 생리대의 단점을 보완하고 실제 사용자인 여성의 신체적 제약을 최소화하기 위해 발명되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아직 탐폰과 생리컵은 보편적으로 사용되고 있지 않은데, 그 이유는 여성이 첫 생리대를 대부분 패드형으로 시작하여 탐폰으로의 교체를 꺼리기 때문이다. 또한 다른 이유로는 탐폰에 대한 서양과 우리나라의 인식의 차이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미국의 교육과정에는 수영 과목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다. 수영 교육을 위하여 교육당국에서는 성기에 대한 이해를 돕고 탐폰의 삽입 과정 등을 가르친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활동적인 수업에 참여하여야 할 여학생에게 생리 중일 때는 질 안에 삽입하는 형태의 생리대를 착용하라고 가르치기보다, 학생을 수업에서 배제하는 경우가 많다.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의 성교육은 탐폰 등의 생리제품 사용법과 같은 실용적인 내용이 포함되지 않아 많은 여성들이 생리 제품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또한 체계적이지 못한 성교육 때문에, 남성이 생리에 무지한 현상도 흔하다. 이처럼 성교육의 부재는 여성의 몸과 생리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잘못된 인식을 초래하며 끊임없는 악순환을 만드는 것이다. 

 

도마 위의 생리대 

패드형 생리대는 여성의 파우치 속 필수품이 되었지만, 최근 패드형 생리대의 안전 관련 논란이 뜨겁다. 2016년 일회용 패드형 생리대 ‘릴리안’을 사용한 네티즌들은 사용 이후 생리양이 줄고 생리통이나 생리 불순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호소했다. 릴리안 생리대를 제조 및 판매하는 ‘깨끗한 나라’는 이에 대해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제조하고 관리한다.”라고 밝히며 릴리안 생리대 전체 성분을 공개했다. 그러나 여성 환경연대의 의뢰로 실시된 ‘생리대 방출 물질 검출 시험’에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농도가 가장 높은 제품이 릴리안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에 네티즌들은 릴리안 생리대의 성분을 허가해준 식약처의 검사 기준이 합당한 것인지에 대해 항의의 목소리를 높였다. 식약처가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생리대를 출시하기 위해서는 안정성, 유효성, 품질관리기준 심사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 기준을 통과한다는 것은 일정 유해성의 기준에 미치지 않는다는 말일 뿐 무해하다는 확실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식약처의 검사를 모두 통과했다고 해서 유해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없다. 생리대의 실질적 소비자인 여성이 생리대를 사용하며 건강 적신호를 호소하여도 생리대의 품질 관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큰 문제이다. 생리대 산업 자체의 직접적인 품질 관리 수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생리대의 안전 관련 논란을 생리대 산업의 문제와 결부시킬 수 있다면, 생리대 자체에 담긴 상징적 의미 파악을 통해 사회에 널리 퍼져있는 성적 인식을 간파해 볼 수 있다. 지난 해 한 지방의회 의원은 “생리대라는 단어는 거북하니 ‘위생대’로 바꿔 부르자”라는 발언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이는 우리 사회가 생리라는 현상에 얼마나 무지한지 보여주는 단편적인 사건이었다. 생리는 과거부터 아무 이유 없이 불편한 존재였고, 현재도 그렇다. 생리대 광고도 마찬가지이다. 흰색 옷차림의 여성, 생리대에 파란 액체가 흡수되는 모습 모두 생리대 광고의 단골 소재이며 수많은 생리대 광고가 이렇게 우회적으로 표현된다. 특히 생리대의 흡수력을 보여주는 장면의 경우, 세계 어디서든 파란 액체를 사용하였다.

  그런데 최근 이러한 ‘생리대 광고의 암묵적 관행’을 깬 광고가 등장했다. 영국 생리대 ‘보디폼(bodyform)’은 지난해부터 붉은 피의 이미지를 광고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 생리대 회사는 과격한 활동 중 피를 흘리는 여성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생리대의 실질적인 사용 모습을 시청자들에게 보여주었다. 이 광고는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으며 시청자들 사이에 ‘역겹다’라는 반응과 ‘생리혈은 비위 상하는 존재가 아니다’라는 의견이 팽팽한 대립 구도를 보였다. 자연스러운 신체 현상 중 하나인 생리가 맑고 깨끗한 이미지로 대체되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이러한 논란에 보디폼 회사는 ‘많은 사람들이 생리혈을 봄으로써 생리가 평범한 주제가 되기를 원한다’라고 말했다. 오랜 암묵적 관행을 깨고 사람들의 인식 변화를 시도한 생리대 광고는 우리나라에도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늘 은밀하게 주고 받아야 했던 생리대에 대하여

▲KIKI SMITH, <기차>(1993)(왼쪽), <농부 비너스>(1938)(오른쪽)

감추고 미화되어야 하던 생리대는 이제 여성 인권과 올바른 성 인식을 위한 상징적 존재로 자리하고 있다. 페미니스트 예술가들은 작품을 통하여 아름다운 것으로 치부되었던 여성의 몸을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여성에게 씌워지던 사회적 프레임으로부터의 탈피를 요구한다. 독일의 판화가이자 조각가인 키키 스미스(KIKI SMITH,1954~)는 지금껏 더럽고 냄새나는 것으로 여겨졌던 생리에 대한 인식의 변화를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였다. 그녀의 <기차>(1993)라는 작품은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숙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을 소재로 한다. 작품 속 여자의 다리 사이로 늘어진 붉은 끈은 생리혈을 의미함으로써 ‘여성은 청결해야 한다’는 세간의 인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키키 스미스는 이 작품을 통하여 전통적으로 여성의 육체가 에로티시즘의 부각용도로 사용되어 왔던 것에 반발하며 아름답고 성스러운 비너스는 없다고 말하고 있다.

  여성의 몸은 신성한 것이며 함부로 드러내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의 도래와 함께 생리는 암묵적 금기어가 되었다. 생리는 인류의 절반이 경험하는 것이지만 아무도 소리 내어 이야기하지 않는 존재다. 일례로 우리나라에서 ‘월경 백과사전’이라는 다큐멘터리가 공개된 이후, 생리를 소재로 방송을 만드는 것이 불편하다는 네티즌의 의견이 적지 않았다. 이처럼 생리대 관련 논의를 공론화하기에는 여전히 장벽이 높다. 우리는 왜 마치 생리대가 1급 비밀인 듯 전달하며 살아왔는지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여성의 생식기에서 일어나는 일은 부끄럽고 수치스러워야 한다는 잘못된 성적 가치관에 매몰되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생리대는 여성의 역사이며, 즉 인류의 역사와 함께 해왔다. 그런데 여성의 몸에 대한 억압적 사회 구조는 여성에게 생리대를 드러내지 말라고 가르쳐왔다. 생리대를 바로 알고 여성의 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태도를 배우기 위해서는 인식 변화를 위한 사회 구성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여성의 몸을 지켜주는 기구로서의 생리대가 그 존재 자체로 사회에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이산희 기자  (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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