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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화합으로

우리 사회 속 숨겨져 있던 이름, 성 소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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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유명 배우 앤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와 메간 폭스(Megan Fox)가 자신을 양성애자라고 밝혀 화제가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방송인 홍석천이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밝히며 커밍아웃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이처럼 최근 당당히 커밍아웃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고 사회적으로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매년 열리는 퀴어 축제에서 발생하는 성 소수자들과 종교단체 간의 대립이 바로 그 예이다. 또한 다양한 성 지향성과 정체성에 대해서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이에 본지에서는 성에 대한 기존의 이분법적인 시선에서 탈피하고 성 소수자들이 억압되어 온 과거와 현재의 갈등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이분법적 사고에 익숙해진 우리, 성 소수자 그들은 누구인가?

우리는 성을 여성과 남성으로 나누는 이분법적인 사고에 익숙해져 있다. 지난해 경복궁 문화재청이 무료입장 복장 규정에 있어서 성별을 이분법적으로 구분지어 논란을 일으킨 사건이 이러한 단면을 여실히 보여준다. 경복궁 문화재청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한복을 입은 경우 경복궁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고 나와 있지만, 그 규정에는 남성은 남성한복, 여성은 여성한복이라는 기준이 제시되어 있었다. 소수자인권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어) 이 사안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겠다고 밝히는 등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한 반대의 뜻을 보였다. 개인의 정체성이란 여성 혹은 남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성정체성으로 규정지을 수 없는 것이며, 그런 구분의 의미는 주류 사회들이 규정지은 하나의 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위의 사례와 같은 이분법적 성 기준이 성 소수자를 소외시키는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특히 화장실의 경우 성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가 크게 박혀있기 때문에, 서울시는 지난해 성 중립 화장실을 제안하기도 했다.

 성 중립 화장실은 아이를 동반한 가족, 장애인과 활동 보조인, 성 소수자 등이 성별과 관계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 화장실마다 독립된 잠금장치가 있고 세면대와 양변기가 모두 한 칸에 놓여 일반 공용화장실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동안 일부 기업과 시민단체 등이 성별 구분이 없는 화장실을 만들기도 했지만, 공공기관이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016년 발생한 강남역 살인사건을 예시로 들며 설치 반대의 의견을 표하고 있다. 정부가 여성 대상 강력 범죄 예방을 위한 대책 중 하나로 남녀 화장실 분리 설치 의무 대상 범위 확대를 내놓은 상황에서 성 중립 화장실을 운영하겠다는 건 사회적 요구에 역행하는 방침이 아니냐는 입장이다.

주민등록번호도 성에 대한 이분법적 사고가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의 경우, 1990년대에 태어난 사람 중 남자는 숫자 1, 여자는 2로 시작하며 2000년 이후에는 3이나 4로 시작한다. 이는 대다수가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수 있는 문제지만, 트랜스젠더를 비롯한 성 소수자들에게 와닿는 무게는 다르다. 실제로 국가인권위원회가 2015년에 조사한 에 따르면, 트랜스젠더응답자 90명 중 60명(66.7%)이 ‘주민등록번호를 제시해야 하는 용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부담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일부 인권단체들은 성 소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이러한 이분법적인 사고 틀을 반대하며 주민등록번호 뒷자리에서 성별 코드를 삭제하거나 제3의 성별을 식별할 수 있도록 코드를 추가하는 법안 발의를 촉구하고 있다. 실제로 독일에서는 출생증명서에 제3의 성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성 소수자는 정확히 어떤 이들을 부르는 용어일까. 성 소수자는 성적 지향, 성 정체성 등이 사회적 다수인 이성애자나 시스젠더(Cisgender)와 다르거나, 신체적 특징이 남성/여성 이분법에 맞지 않는 이들을 지칭한다. 여기서 성적 지향은 어떠한 젠더에게 끌림을 느끼는지에 대한 여부를 뜻하고, 성 정체성은 자신이 생각하는 자신의 성별을 의미한다. 그리고 시스젠더는 자신의 생물학적 성별과 성 정체성이 일치하는 사람을 뜻한다. 성 소수자 중 가장 가시화된 집단은 LGBT이다. 이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xual), 성 정체성과 생물학적 성별이 다른 트랜스젠더(Transgender)를 함께 이르는 말이다. 성 소수자 인권 운동 초창기에는 레즈비언과 게이를 뜻하는 레즈비게이(Lesbigay)에 양성애자를 포함해 LGB로 불렀으나 이후 트랜스젠더를 더해 포함된 LGBT가 되었다. 21세기에 들어서는 아직 자신의 성 정체성이나 성적 지향에 의문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컫는 퀘스쳐너(Questioner)와 남녀가 한 몸인 인터섹슈얼(Intersexaul), 무성애자(Asexual)를 더해 LGBTQIA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리고 현재성 소수자를 의미하는 퀴어(Queer)는 본래 ‘기묘한’, ‘괴상한’을 의미하며 19~20세기에 걸쳐 성 소수에 대한 멸칭으로 사용된 단어이다. 그러나 성 소수자는 1970년대 이후 퀴어라는 단어에 자신의 자아를 규정하는 긍정적인 의미로 재전유(再專有, Re-appropriation)하여 사용했다. 이처럼 성 소수자들은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이를 존중받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려 하지만 아직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빈약한 실정이다.

자기PR의 시대에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기 힘든 사람들

성 소수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그들을 향한 차별적 시선

동성애를 비롯한 성 소수자는 고대 그리스로부터 그 역사가 시작된다. 그 오랜 역사의 흐름에서 성 소수자는 종교와 각종 이데올로기를 통해 온갖 사회적 억압을 받아왔다. 성 소수자의 다양한 스펙트럼 중 남성 간의 동성애가 가장 가시화되었는데, 남성이 과거부터 다른 성에 비해 (많은) 권력을 지녀 사회의 주류에 속했기 때문이다. 남성 간의 동성애는 종교와 이데올로기, 대중매체 등에 의해 논란을 빚어왔다. 인류애를 지향하며 차별받고 소외된 이들의 안식처가 되었던 종교계에서는 성 소수자에 대해 배타적인 태도를 취했다. 성 소수자에 대한 종교적 반감은 오래 전부터 여러 곳에서 나타난다. 동성애에 대한 스펙트럼의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의 종교는 대체적으로 거부감을 드러냈다. 사회 이데올로기 역시 성 소수자를 억압했다. 가부장제 하에서는 각 젠더에 맞는 역할이 있다고 보았다. 가장인 성인 남성을 중심으로 다른 구성원이 가부장의 경제활동에 의존하고, 이렇게 형성된 사유재산이 부계를 통해 상속되는 ‘이성애적 가족’이 가부장제와 자본주의의 이상적인 모델로 자리했다. 이러한 체제 내에서 성 소수자는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기존 가족 구조를 뒤흔드는 악으로 여겨졌다. 이러한 억압은 주로 대중매체를 통해 나타난다. TV 드라마에서 이성애적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당연시되고, 성 소수자의 이야기가 유별나게 여겨지는 것은 이를 잘 보여주는 하나의 예시이다. 이처럼 성 소수자는 한국을 포함한 기성사회에서 차별받아 왔지만 21세기에 이르러 성 소수자의 인권에 주목하는 사회적 논의가 활발해졌다. 유명 방송인의 커밍아웃과 트랜스젠더의 방송 출연 등으로 성 소수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점차 변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은 대학 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서울대학교의 ‘큐이즈(1999년)’, 이화여자대학교의 ‘변태소녀하늘을날다(2002년)’ 등 일부 대학은 성 소수자 동아리를 정식 동아리나 자치기구로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4년 1월에는 서울대학교, 이화여자대학교, 서강대학교, 한양대학교 등 전국 15개 대학 성 소수자 동아리가 참여한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큐브(QUV, Queer University)가 출범하기도 했다. 본교 또한 2003년 출범한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이하 홍반사)’가 2017년 중앙동아리로 인준 받아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 내 성 소수자 인권 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나타나며 성 소수자 차별 철폐를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다. 2018년 2월에 졸업한 A 동문은 “많은 후배들이 이러한 연대를 버팀목 삼아 상처받지 않고 당당히 학교를 다닐 수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했다.

대학가에서 부는 새로운 바람에도 불구하고 성 소수자에 대한 한국사회 저변의 인식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물러있다. 2017년 5월 17일(수) ‘국제 성 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아 성적지향·성별정체성 법정책연구회가 「한국 LGBTI 인권 현황 2016」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법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2016년 대한민국 성 소수자 인권지수(무지개 지수)가 2015년보다 0.68점 하락한 12.32점에 그쳐 44위를 기록하였다. 이와 더불어 2014년에 국가인권위원회가 성 소수자 200명을 대상으로 한 「성적지향·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 실태조사」의 결과에서 ‘성적 소수자임을 숨긴 경험이 있다’라고 대답한 이들이 184명(92.0%)으로 나타났다. 성 소수자 A씨는 “군대에 있을 때 본의 아니게 커밍아웃을 하게 됐다.”라며 “함께 생활하는 사람들이 이에 대해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은연 중에 많은 시선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성소수자 B씨의 경우 무성애자라는 사실이 아웃팅(Outing)된 후 주변 사람에게 많은 질문을 받아 힘들었다고 전했다. 이처럼 성 소수자에 대한 비(非)성소수자의 인식은 성 소수자에게 극심한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야기한다. 성 소수자 2,335명을 대상으로 한 「한국동성애자-양성애자의 건강 불평등」(2017)에 따르면 각각 동성애자 남성 305명(33.9%), 양성애자 남성 43명(36.4%)과 동성애자 여성288명(47.2%), 양성애자 여성 398명(59.2%)이 우울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1년 동안 자살을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는가?’라는 질문에 동성애자 남성 233명(25.7%), 양성애자 남성 35명(28.7%)과 동성애자 여성 214명(34.6%), 양성애자 여성 323명(47.6%)이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이는 이성애자 남성에 비해 9배 이상, 여성에 비해 6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출처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출처 :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

성 소수자를 놓고 나타난 갈등 현상

한 방송사의 어린이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방송인이 커밍아웃을 하자 해당 프로그램에 출연 정지를 당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성 소수자에 대한 왜곡된 시선을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회에 만연한 성 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은 학교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인천 모 고등학교에서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레즈 골라내기’ 설문지를 돌린 후 동성애자 리스트에 오르는 학생을 학교 측에서 관리해 논란을 빚었다. 또한 한 고등학교에서는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해당 학생에게 취업추천서 작성에 불이익을 주었으며, 다른 학교에서는 동성애를 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쓰게 하기도 했다.

인터넷 상에서도 이러한 갈등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7년 12월 10일(일) 인터넷 방송 스트리머인 ‘BJ 세야’가 자신의 인터넷 방송 채널에서 ‘이태원 비누 파밍 남자형들 막 다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개설한 후 이태원 내의 게이 클럽 내부를 생방송으로 촬영하여 논란을 일으켰다. 이 방송에서 그는 클럽 내부에 있는 일반인들의 얼굴을 노출시키는 이른바 ‘아웃팅(Outing)’을 행했다. 또한 방송을 진행하는 도중 ‘예쁘장한 남자분들일 줄 알았는데 털보 형님도 있고 그렇다’, ‘비누 파밍’ 등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 또는 비하의 의미가 내포된 말들을 사용해 논란이 불거졌다.

2014년 5월 15일(목)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에서 발표된 「한국 LGBTI 커뮤니티 사회적 욕구 조사」에 따르면 설문조사에 응한 유효 응답자 3159명 가운데 1312명(41.5%)이 직장 내에서 직접적인 차별과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레즈비언 B씨는 회사에서 수년간 일해 온 전문직 사원이었기에 원활한 업무를 위해 꼭 필요한 존재였으나, 성정체성이 공개된 후 회사에서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이렇듯 성 소수자들은 일상적 차별부터 근무평점에 이르기까지 여러 면에서 피해를 받을 걸 우려해 공개적으로 자신의 성정체성을 드러내는 커밍아웃을 고려하기 힘든 실정이다.

최근 군에서도 성 소수자를 둘러싼 갈등이 발생했다. 2017년 4월 17일(월) 한 장교가 근무 중 휴게 시간에 독신자 숙소에서 타 부대 군인과 합의된 성관계를 해 군형법 제92조 6항(군인·군무원·사관생도 등을 대상으로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에 의거하여 구속되었다. 이 과정에서 군 수사관이 해당 장교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는 질문을 했으며, 압수수색 영장 없이 휴대폰을 가져갔다는 진정이 이뤄져 국가인권위원회가 진정 내용을 조사하였다. 이후 국가인권위원회는 육군이반(反) 인권적인 함정수사를 벌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해당 장교는 징역 6개월에 집행 유예 1년 유죄선고를 받았다. 이처럼 사회 곳곳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인식 차별은 여전히 만연하다. 변하는 사회에 맞춰 이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여전히 사회는 이들에게 냉담한 태도를 취하며 공공연한 차별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에서는 인권을 침해받는 사람이 있다면 법이라는 규제 수단으로 그들을 구제하고, 가해자에게 제재를 가한다. 하지만 아직 성 소수자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보호에서 벗어나 있다.

 

이재환 기자(jhl0601@mail.hongik.ac.kr)

금민주 기자(snm05136@mail.hongik.ac.kr)

이남주 기자(skawn949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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