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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혐오가 아닌 연대와 화합으로

우리 사회 속 숨겨져 있던 이름, 성 소수자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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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소수자, 그들의 이야기를 묻다

 

오늘날 많은 성 소수자 동아리들이 대학의 구성원으로서 성 소수자의 인권을 지지하기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이에 본지에서는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의장 ‘창구’와 본교 중앙 성 소수자 동아리 ‘홍반사’의 회장 ‘ㅅ’ 학우를 만나 각각의 단체가 하고 있는 활동 및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익명 보장을 위해 실명을 기재하지 않았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

Q. ‘QUV’는 어떤 단체인가?

A.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는 ‘Queer University’의 준말로 전국 62개 대학, 68개 성 소수자 모임의 연대체이다. 2013년 5월, 대학성소수자모임의 구성원들이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공동성명을 채택한 뒤 꾸준히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하여 공동 의견을 제시하고 행동하기 위해 이를 설립했다. 또한, 매월 대표자 회의를 진행하여 의사를 결정하고 교류하며 성 소수자이기에 직면하는 학 내·외 문제에 함께 대응하고 있다.

 

Q. ‘QUV’는 2015년부터 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하고 있다. 퀴어문화축제에서 ‘QUV’가 하고 있는 활동과 이에 참여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A. 퀴어문화축제는 성 소수자와 관련된 행사 중 가장 대중적이고 규모가 크다. 그래서 처음에는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여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QUV’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은 이를 넘어서, 퀴어문화축제에서 부스를 열고 여러 활동을 하기 어려운 다른 성 소수자 모임들을 도와 부스를 마련하고 더 많은 목소리를 전달하려 한다. 또한, 이번 퀴어문화축제의 퀴어퍼레이드에서는 대학 청년들을 대상으로 행진을 기획함으로써 성 소수자의 존재를 사회에 가시화하고자 한다.

 

Q. 지난 2017년 성공회대학교 제32대 총학생회 보궐선거에서 백승목 후보(신문방송학 4학년)가 주최한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는 ‘커밍아웃’을 한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학생대표자 후보들의 커밍아웃 사례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커밍아웃한 성 소수자가 학생사회의 대표자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것은 대학 내에서 성 소수자의 현재 위치가 달라졌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학생사회가 성 소수자를 차별의 대상이나 열등한 가치를 지닌 존재로 평가하지 않는다는 변화된 인식을 사회에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자신이 성 소수자임을 밝히는 것이 두렵지 않은 대학문화로 나아가기 위해 커밍아웃을 하는 대표자가 더 많이 나오길 기대한다.

 

Q. 성 소수자 인권과 관련한 활동을 하면서 특별히 힘든 점은 무엇인가?

A. 인권은 한 인간이 개인 또는 나라의 구성 원으로서 마땅히 누리고 행사하는 기본적인 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교계, 정치세력 등의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부정이 큰 어려움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더욱 힘든 것은 ‘나중에’라는 말이다. 성 소수자 차별에 대한 논거들이 과학적 또는 윤리적으로 합당하지 않음이 밝혀진 지 오래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성 소수자의 인권과 관련한 제대로 된 정책은 마련되지 않았다. 이러한 정책 마련이 계속해서 우선순위에서 미뤄지는 것은 혐오세력으로부터 받는 상처보다 더 힘든 현실이다.

 

Q. 차별과 혐오가 없는 대학을 만들기 위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이나 발전 방향이 있다면?

A. 학내에서 성 소수자와 관련된 인권 교육 행사 또는 성 소수자의 존재를 가시화할 수 있는 행사를 많이 장려하려고 한다. 또한, 대학 내 성 소수자들이 사회에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무지개행동과 같은 타 성소수자 인권 단체와의 연대를 지속하여 대학 성 소수자 인권 지지자들의 역할을 강화하도록 할 것이다. 각 대학의 성 소수자 모임들은 만들어진 시기도, 학교 내에서의 역할도 다르다. 하지만 성 소수자라는 공통분모를 가졌기에 서로 연대하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우리의 존재에 대해 발언하고자 한다. ‘QUV’는 소수자에 대한 평등과 존중을 바탕으로 성 소수자들이 행복할 수 있는 대학과 사회를 이루기 위해 작은 것부터 함께하여 변화를 이루고 싶다.

 

본교 중앙 성 소수자 동아리 ‘홍반사’

Q. ‘홍반사’는 어떤 단체인가?

A. 홍대인이 반하는 사랑(이하 홍반사)은 2003년 4월에 출범된 홍익대학교 내 성 소수자들로 구성된 성 소수자 동아리이다. 홍반사는 혐오와 차별에 노출되어있는 대학사회와 홍익대학교 내 성 소수자 학우들이 안전하게 교류하고 공부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만들어졌다.

 

Q. ‘홍반사’가 학교 내·외에서 어떠한 활동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A. 홍반사는 성 소수자에게 가해지는 차별과 혐오에 적극 대응하며 학내 성 소수자의 인권 증진 및 상호 간의 친목도모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학교 내에서는 방학 중 세미나와 정기적 모임 및 MT를 진행하고 있으며 학교 외에서는 서울 퀴어문화축제 부스 참가, 퀴어 파티 개최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를 비롯해 홍익대학교 아띠, 미대의 외침 등 학내·외 여러 인권단체와 연대하고 있다.

 

Q. 학교 내에서 활동하기에 어려운 점은 없는가?

A. 가장 큰 어려움은 학내 분위기다. 회원들을 비롯한 교내 성 소수자 학우들이 주변의 시선에 대한 걱정 없이 자신을 드러내며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3월 동아리박람회에서 많은 학우들이 홍반사 부스에 앉는 것조차 어려워하는 모습을 보았고, 부스를 지킬 수 있는 회원을 모으는 것도 쉽지 않았다. 성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가 사라져 이러한 어려움들이 사라질 수 있기를 바란다.

 

Q. 졸업·입학 철에 종종 대학 내의 성 소수자 현수막 훼손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에 대한 생각이 궁금하다.

A. 실제로 2016년에 홍반사의 홍보포스터가 찢겨지기도 했다. 그 사건을 본교 내에서 직접 겪었을 때에는 성 소수자의 존재가 부정 당하는 것 같아 슬프고 힘들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런 혐오가 오히려 성 소수자 인권에 대한 낮은 인식을 가시화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 사회 속에 암묵적으로 숨겨져 있는 혐오가 한 개인에 의해 나타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차별과 혐오에 감정적으로 슬퍼하기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성 소수자, 그들을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

‘퀴어문화축제’와 ‘동성결혼’ 놓고 갑론을박 중인 한국 사회

 

퀴어문화축제는 2000년에 처음 개최되었으며 한국 성 소수자의 자긍심 고취와 일반인들의 성 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위해 매년 5 월~7월 사이 약 2주 동안 서울에서 펼쳐지는 공개 문화 행사이다. 또한 거리 행진 행사인 퀴어퍼레이드가 축제의 주요 행사라고 할 수 있으며 퀴어에 관련된 음료, 간식, 물품들을 파는 부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행사장 인근에서는 기독교 및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와 기도회가 열리며 퀴어문화 축제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처럼 모든 이들이 퀴어문화축제를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퀴어문화축제가 공공장소에서 진행되어 모든 연령대의 참여가 가능한 상황 속에서 지나치게 선정적인 굿즈를 판매하거나 의상을 입는 것은 맞지 않다고 비판한다. 또한, 성 소수자 내부에서도 사회의 변화를 요구하는 행사의 취지는 정당하지만, 지나치게 신체를 노출하거나 선정적일 필요는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한편, 노출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보다는 ‘왜 그들은 노출을 하는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이들은 성 소수자들이 자신의 신체를 드러내는 행위가 기존의 규범적인 성적 질서에 대한 저항 또는 해방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성 소수자들 역시 이 사회를 이루는 시민임에도 불구하고, 권리 행사를 제한당해 왔고, 차별과 혐오, 배제의 대상이 되어왔기에 퀴어문화축제는 이러한 불공평함에 대항하고 성 소수자들의 권리를 위한 정당한 행사라고 역설한다.

흔히 퀴어문화축제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입장으로 기독교 단체를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모든 기독교 단체가 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기독교는 남녀 간의 결합이 아닌 사랑의 형태가 그들이 믿고 따르는 성경의 내용과 어긋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해왔지만, 몇몇 기독교 단체들은 성 소수자들과 적극적으로 연대하며 직접 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하기도 한다. 작년에 열린 퀴어문화축제에서는 ‘차세기연’(차별없는 세상을 위한 기독인 연대), ‘무지개예수’, ‘로뎀나무그늘교회’, ‘열린문공동체교회’ 등의 기독교 단체가 퀴어문화의 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퀴어문화축제와 더불어 동성결혼을 바라보는 견해 또한 우리 사회 속에서 극명하게 대비되고 있다. 동성결혼(同性結婚)은 성별이 같은 두 사람 간의 제도적 결혼을 말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결혼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만 이뤄질 수 있다고 인식되어왔으며 현재 우리나라의 법에도 동성결혼은 인정되고 있지 않다. 동성결혼 제도가 합법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은 성 소수자가 행복을 추구할 권리, 평등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모든 사람은 배우자를 선택할 권리가 있는데, 남자가 남자를 혹은 여자가 여자를 선택한다고 해서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것이다. 동성결혼은 2001년 네덜란드를 시작으로 주로 벨기에, 스페인, 노르웨이 등의 유럽 국가에서 합법화되었으며 작년 12월 호주가 26번째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가 되었다. 한편, 한국사회는 이를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입장이 우세하다. 작년 12월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한국갤럽이 실시한 동성결혼 찬·반 여부 조사에 따른 찬성 41%(423명), 반대 52%(536명)의 수치가 이를 증명한다. 또한, 동성결혼은 개인의 정치적, 종교적 성향에 따라 극명하게 엇갈릴 뿐만 아니라 ‘헌법’을 변경해야 하는 사항인 만큼 이에 대한 갈등이 적지 않다. 이처럼 성 소수자와 관련된 사례에 대해 한국 사회 내의 입장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생각 차이로 인해 누군가는 평생 자신의 존재를 숨기고 차별 속에서 살아가기도 한다. 과연 차별과 혐오가 없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연대와 화합의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인간의 보편적 권리 차원에서 성 소수자 보호되어야

 

성 소수자를 ‘소수자’로 규정지어온 이유는 소수자라는 단어가 갖는 사전적 의미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소수자는 신체적, 문화적으로 다른 집단과 구분될 수 있는 특징과 정체성을 가지고 있어 사회에 의해 소수화된 집단이다. 때문에 성 소수자는 그동안 대표적인 소수자 집단의 하나로 인간의 보편적 권리를 침해받는 차별을 겪어왔다. ‘유엔헌장(United Nations Charter)’의 1조 2항 과 3항, 1948년 ‘세계인권선언’에서는 엄격히 ‘차별 금지’와 ‘평등’ 항목을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 인권법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서도 ‘차별 금지’는 가장 중요한 원칙으로 명시되어 있다. 따라서 성 소수자들이 단지 ‘소수’라는 이유로, 또는 사회의 비주류라는 이유로 무시당하고 희생을 강요받거나 핍박받는다면 우리 사회는 성숙한 사회로 나아갈 수 없다. 모든 시민이 조건없이 평등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지향해 나아가는 사회의 기본적 조건이라 볼 수 있다. 최근 영화나 드라마와 같은 다양한 문화 예술 분야에서 성 소수자의 삶을 주제로 한 작품들이 많아지고, 사회적으로 커밍아웃한 사람들이 늘어났다. 이러한 사회의 흐름과 의식의 변화를 뒷받침할 기본적인 제도가 충분히 결합되지 않는다면 성 소수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실질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성 소수자들이 이성애자들과 동등한 권리를 향유하기 위해 비합리적인 일부 가치관에 대한 사회적 개선의 움직임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다.

 

김은성 기자(ppicabong@mail.hongik.ac.kr)

김보문 기자(qhans021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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