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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외국인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들어보다.

학내 이방인의 대학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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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학교를 돌아다니다 보면 중국어를 한국어 못지않게 자주 듣게 된다. 벤치에는 외국인 유학생뿐만 아니라 외국인 교수님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접할 수 있다. 2018년도 1학기를 기준으로 서울캠퍼스와 세종캠퍼스에 등록된 외국인 유학생은 580명이다. 그리고 외국인 전임교원 144명이 학교에서 강의를 진행한다. 교내에는 생각보다 많은 외국인이 존재한다. 서울캠퍼스 정보통신센터(Q동)에 위치한 국제교류센터를 비롯해 본교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시설과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그러나 타국만리에서 홀로 생활해나가는 외국인들에게는 부족하게 느껴질 수 있다. 지난 3월 23일(수)에 열린 서울캠퍼스 전체학생대표자회의와 5월 3일(목)에 개최된 서울캠퍼스 전체학생총회에서는 외국인 유학생 등록금의 인상과 외국인 학생자치기구의 부재에 대한 발언이 있기도 했다. 익숙하지 않은 환경과 문화, 사람들 사이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그들의 이야기를 인터뷰를 통해 들어보자.

▲언어의 장벽, 소통의 어려움

이들은 학업 또는 직업 활동을 위해 한국에 왔지만,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 주변인들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특히 유학생들은 전공 수업 등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는 수업의 경우에 더욱 곤란함이 많았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국문학개론>과 <문예창작론> 수업을 듣는데 수업을 이해하는 것도 어렵고 과제를 수행하기도 어렵다. 우선, <국문학개론> 수업에서 무가(巫歌)를 배우는데 무가가 무엇인지 몰랐다. 또 면앙정가와 같이 고어(古語)로 된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문예창작론> 수업은 소설을 한국어로 제출해야 하는데 문학적 표현을 이해하기도 어려워 과제 수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양위팅(국어국문1)

 

“처음에는 정말 어려웠다. 한국어에 서툴렀기 때문에 학우들이나 교수님의 말씀이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고, 이해가 되지도 않았다. 수업은 교수님마다 말의 속도나 느낌이 달라 똑같이 이해하고 받아들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일단 모든 걸 필기한 다음, 모르는 내용을 친구에게 물어보는 식으로 공부한다. 처음엔 따라가기 버거웠지만, 교수님께서 특별히 신경써주셔서 요즘엔 오히려 발표도 많이 하고 있다. 이처럼 전공 수업은 같은 전공의 친구들과 함께 듣기 때문에 모르는 걸 물어볼 수 있다. 하지만 교양은 혼자 듣는 경우가 많아 이해에 대한 도움을 받기 힘들다.” -다나카 키리코(영어영문3)

 

중국인 유학생인 양위팅(국어국문1) 학우는 국어국문과 전공 수업 시 알아야하는 고어(古語)에 대한 정보가 없어 수업을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고 말했다. 양위팅 학우는 “다른 중국인 유학생에게 유학생활의 어려움이 무엇이냐고 했을 때 대부분의 친구들이 의사소통이라 답했다.”라며 “유학생들은 수업뿐만 아니라 생활 전반에서 언어 장벽으로 인한 고충을 많이 겪는다.”라고 전했다. 일본인 유학생인 다나카 키리코(영어영문3) 학우 또한 언어 문제로 인해 수업을 이해하기에 버거웠지만, 친구들과 교수님의 도움으로 조금 나아졌다고 전했다.

▲마련된 제도 속 발견되는 빈틈

본교에는 많은 외국인 구성원이 있는 만큼 전문적이고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외국인 구성원들은 이들 제도를 통해 도움을 받았으나, 빈틈도 존재한다고 밝혔다.

 

“한 학기에 한두 번 정도 학교에서 급작스러운 통지가 올 때가 있다. 외국인으로서 항상 서울에 있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를 처리하기 곤란할 때가 가끔 있긴 하다.” - 야마우치 준코 교수

 

“학과 전체 행사 일정을 전달받지 못한 적이 있었는데, 이로 인해 수업이 휴강된 것을 모르고 강의실에 도착했다. 텅 빈 강의실을 보고 당황했었다.”- 양위팅(국어국문1)

 

“유학생의 장학제도는 ‘글로벌 장학금’이라 해서 등록금을 내면 전 학기의 성적을 토대로 장학금을 주는 방식이다. 나는 이를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장학금을 수령하는 날짜가 항상 정확하게 공지되어있지 않아 불편함이 있다. 또한, 본교 유학생의 대다수가 중국인이다 보니, 공지가 한국어와 중국어로 적혀있거나 취업 준비도 중국과 관련된 게 많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유학생들에게 더욱 신경을 쓸 필요가 있는 것 같다.” - 다나카 키리코(영어영문3)

 

많은 외국인 구성원들은 학교의 공지에 아쉬운 점을 언급했다. 일정하지 않은 공지 시기, 다수의 구성원만을 배려한 공지 방법 등, 지금의 제도에 빈틈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 자치기구의 경우에도 외국인 학생회 인준에 앞서 보다 깊은 논의와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다나카 키리코 학우는 “외국인 유학생의 대부분은 중국인인데, 대다수 학우가 한국어에 서툰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깊은 논의 없이 학생회가 구성될 경우 언어 문제로 인해 상대적으로 소수 국적을 가진 유학생이 소외될 수도 있다.” 라며 소수 국적 유학생들에 대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우리는 외국인이기 이전에 학교의 구성원입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본교 외국인 구성원들은 한국이 좋아서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밝혔다. 인터뷰에 참여한 한 학우는 “한 학우가 술자리에서 날 대상으로 외국인에 대한 비하적 표현을 한 적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한편 Joanne Mcquaig 교수는 “한국 사회에 관심이 많아 한국 신문도 읽고 뉴스도 보는데, 몇몇 학생들은 내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한국에 대해 무지할 것이라 판단하여 내 의견을 틀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었다.”라고 밝혔다.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사람들의 디폴드 값(default value,기본설정값)은 부정적이다.”라는 한 사회학자의 말처럼, 그동안 우리가 외국인 유학생에 대해 색안경을 쓰고 그들을 바라본 건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물과 기름처럼 한 공간 안에서 구분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존중과 배려를 바탕으로 공존해나가야 할 동반자임을 알아야 할 것이다.

 

이재환 기자(jhl0601@mail.hongik.ac.kr)

김성아 기자(becky0602@mail.hongik.ac.kr)

이소현 기자(sohyun0911@mail.hongik.ac.kr)

이봉용 기자(lby6633@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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