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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 그대의 이름을 외칠 수 있게
영화 <브이 포 벤데타(V For Vendetta, 2005)>의 ‘Vendetta’는 사전적인 의미로 ‘복수’ 혹은 ‘앙갚음’을 뜻한다. 영화를 관통하는 사건은 가면을 쓴 주인공 ‘V’의 입장에서 본다면 매우 사적인 감정을 개입시켜 풀어간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러나 영화의 끝으로 갈수록 권력의 정점을 향해 다가가는 주인공의 신념이 개인적인 원한에 대한 앙갚음을 넘어 불행한 자신을 낳게 한 ‘시스템’에 맞선 항거로 보이기도 한다. 그렇다면 영화에서 언급되는 이 ‘시스템’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오래 전부터, 당장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우리 사회에 이와 같은 ‘시스템’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들이 다소 존재했다. 정보기관들로부터 보고를 받으며 사람들을 감시하고 도청하는 ‘시스템’은 국민 혹은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멸시했다. 일종의 통치와 억압이 만연했으며 ‘희망’이라는 단어는 떠올릴 수조차 없었다. 그러나 현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마음속에 깊이 내재되어있던 ‘시민 의식’이라는 불씨에 작은 불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영화의 후반부에서는 주인공 ‘브이’의 뜻과 함께한다는 의미로 ‘가면’을 쓴 사람들이 그동안 억압되어 있던 사회의 어두운 그늘에서 쏟아져 나오는 장면이 등장한다. 무엇보다 사람의 얼굴을 숨길 수 있는 기능을 가진 가면은, 착용한 이들로 하여금 일상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행동도 가능케 하는 대범함을 심어주기도 한다. 평소에는 용기를 내지 못했던 젊은이들이 가면무도회를 통해 이성에게 다가가거나 권력에 대한 풍자도 탈의 힘을 빌려 할 수 있었던 것이 그 주요한 사례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과거 사회에서는 억압되었던, 혹은 미처 알지 못했던 시민 의식이 깨어났고 더 옳은 길을 향한 몸부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힘찬 몸부림에는 언제나 그에 동반한 파동이 존재한다는 것. 그 파동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 바로 ‘지금’이지 않을까.
현재 우리 사회의 모습을 소위 말해 ‘과도기’라고 표현하고 싶다. 의식적으로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실제 행동으로도 옮겨지면서 더 나은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영화처럼 가면이라는 매개체를 빌려 세상에 소리친다고 해서 그 저항에 수반되는 모든 행동들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언론을 보면 종종 뚜렷한 신념의 목소리 속 책임감이 결여된 아우성이 들리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원색적 비난과 흑백논리, 정당성을 가장한 폭력, 일방적 주장 등은 변화의 움직임에 승선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제는 사이버 공간에서도 볼 수 있는 이 ‘무책임한’ 목소리는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만들기도 한다. 작품 속 가면의 의미는 ‘저항’의 아이콘으로 표현되었지만 기자가 말하고 싶은 진정한 가면의 의미는 바로 ‘책임감’이다. 이 글을 빌려 세상에 존재하는,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V’들에게 말하고 싶다. 국민이 국가를 무서워하는 것이 아닌 국가가 국민을 무서워하는 세상을 만들고자 한다면 저항의 목소리와 그 움직임에는 반드시 책임감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 책임감이야말로 포용이자 화합일 것이며, 비로소 하나의 목소리가 되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특정한 누군가가 초인적인 힘을 갖지 않아도 ‘V’라는 이름을 당당히 외칠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주인공 ‘브이’는 이렇게 말했다. “레버(lever)를 당기는 일은 내가 할 일이 아니야. 내일, 다른 사람들이 여태까지와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 갈 거야. ‘V’는 우리 모두이니까.”

김승혁 기자  adprkims4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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