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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문화의 이해> 윤선영 교수가 추천하는『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에밀 졸라, 시공사, 2012.

프랑스 ‘파리’하면 어떤 풍경을 떠올리는지? 고대 로마 시대까지 그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는 이 도시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된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자연적으로 형성된 중세 도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던 파리는 프랑스 제2제정 시기 파리 개조 사업을 주도한 오스만(Haussman) 남작에 의해 근대 도시로 탈바꿈하게 된다. 상하수도 정비를 비롯해서 좁은 골목을 따라 만들어진 건물을 허물고 ‘불르바르(boulevard)’와 ‘아브뉴(avenue)’로 불리는 대로를 만들어 도시를 대대적으로 정비한 것이다. 포석으로 잘 정비된 대로에는 부르주아들의 마차들이 빠르게 달릴 수 있게 되었고, 대로변에 새로이 들어선 상점을 구경하러 군중이 몰려나오면서 19세기 중후반부터 파리는 ‘스펙터클(spectacle)의 도시’의 면모를 갖추게 된다. 오늘날 관광명소가 된 샹젤리제 거리와 프랑스 최고의 백화점이 즐비한 오페라 가의 풍경이 자리를 잡는 것도 이때다. 이 시기 파리를 그려낸 소설로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Au bonheur des dames)』이 있다. 드레퓌스 사건을 고발한 “나는 고발한다”라는 명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그는 유전이 인간의 본성을 결정한다는 생리학과 극사실적 사회 묘사를 결합한 자연주의 문학의 틀을 만든 대작가이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은 제2제정 말엽 파리 개조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시기 새롭게 등장한 백화점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얼핏 보면 이 소설은 전형적인 남녀 주인공의 통속적 사랑 이야기이다. 부모를 잃은 뒤 동생을 데리고 무작정 상경한 여주인공 드니즈 보두(Denise Baudu)가 손대는 것마다 소위 대박을 터트리는 사업가 옥타브 무레(Octave Mouret)가 경영하는 백화점에 취직을 하면서 벌어지는, 해피엔딩 ‘신데렐라 스토리’인 것이다. 그러나 에밀 졸라의 치밀한 문장을 따라 소설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이 소설이 그렇게 뻔한 소설이 아님을 곧 알 수 있다. 당시 자본주의의 결정체이자 도시를 삼켜가는 괴물처럼 성장하는 백화점, 그리고 그 앞에서 안간힘을 다해 저항해보지만 결국 검고 푸석하게 말라비틀어지다 못해 죽음에까지 이르는 소형 상점주 간의 대립도 날카롭다 못해 잔인하기 그지없게 묘사되지만, 시대적 흐름과 인간의 욕망을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무레의 경영 전략 앞에서 백화점의 주요 고객들인 귀족 또는 부르주아 여인들이 마치 발가벗겨지듯이 내밀한 욕망을 드러내며 무너지는 모습 또한 엄청난 흡입력을 가지고 그려진다. 비참한 생활을 견디지 못해 저항하는 광부들의 이야기나 번창하는 도시 뒷골목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빈민들의 삶을 주로 조명했던 이 대작가는 질 자체보다는 고객의 욕구를 정확하게 찌르는 것이 성공의 열쇠라는 자본주의 소비문화의 핵심을 매우 정확하게 꿰뚫는다.

세계 최초 백화점인 프랑스 파리의 ‘봉 마르셰(Bon Marche)’ 백화점을 실제 모델로 삼아 당시 자본주의 메커니즘을 적나라하게 묘사한 이 소설이 오늘날 우리를 매료시키는 힘은 어쩌면 150년 전 프랑스 파리 사회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의 유사성에 있지 않을까. 어찌 보면 필연적이고 거스를 수 없는 사회의 성장이지만 그로 인해 삶의 위협을 느끼는 소시민들, 그리고 그런 사회를 구성하면서 물질적인 욕망 앞에서 무너지는 인간들의 모습은 한없이 닮아있기에 독자들은 이 소설에 더욱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150년 전 고안된 백화점 마케팅과 행사들이 여전히 오늘날에도 큰 변화 없이 사용되고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한 가지 더 드는 생각. 백화점들이여, 새롭고 신선한 마케팅 고안을 위해 좀 더 ‘열일’하시길. 

몽마르트 언덕에서 내려다 본 파리 정경

정리 권미양 기자  aldid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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