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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武器), 그 멀고도 가까운 것팔 하나에서 비살상무기까지, 갈등의 연대기

무기(武器)란 전투에서 가해력을 행사하기 위해 사용되는 기구와 군사작전에 직·간접적으로  쓰이는 장치·기구류의 총칭이다. 정의만 보면 평범한 우리의 일상과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무기는 무엇보다 우리 가까이에 존재해 온 사물 중 하나다. 어린아이의 장난감, 청소년 시절의 호신용 도구, 군대에서의 훈련 경험 등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무기와 함께하고 있었다. 멀고도 가까운 무기, 그가 겪어온 갈등의 연대기를 살펴보자.

출처: Pixabay

짱돌에서 핵폭탄까지: 무기, 역사를 만들어가다

무기는 어느 시대에서나 국가의 흥망을 결정하는 ‘전쟁’에 사용되는 기구였으므로 항상 당대의 첨단 기술이 적용되었다. 그래서 혹자는 무기의 발달이 세계사의 판도를 바꾸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기는 인류 탄생과 역사를 같이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기를 뜻하는 영어 ‘Arms’의 어원은 ‘팔’로 인류 최초의 무기가 육체였음을 알려준다. 이후 인류는 구석기, 신석기 시대를 거치며 점차 도구를 무기로써 사용하기 시작하였다. 세월이 지남에 따라 강력한 무기였던 석기는 철이 등장하자 그 시대를 마감했다. 당시 최첨단 소재라고 할 수 있는 철의 발견으로 인류는 기존의 건재했던 문명이 하루아침에 뒤바뀌는 대격변의 시기를 맞았다. 지금까지의 시기는 차가운 돌과 금속이 주재료인 냉(冷)병기 시대였다. 그러나 화약의 발명으로 세계사에 온(溫)병기의 시대가 도래했다. 

프랑스 왕 샤를 7세(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화약은 7~8세기 경 중국에서 최초로 발명되었다. 이후 8세기 말 중국에서는 화약을 사용한 화창(火槍), 화전(火箭) 등을 만들어 전투에 사용해 드넓은 영토 확장을 이룩했다. 화약은 13세기 경 몽골의 서역 침략을 통해 서양으로 유입되었다. 이 놀라운 검은 가루의 위력을 눈여겨 본 프랑스의 샤를 7세(Charles VI, 1403~1461)는 왕위에 오른 후 전국의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집결시켜 성능 좋은 화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는 오늘날의 대포 형태의 무기를 통해 열세였던 100년 전쟁에서 끝내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파괴력은 인정받았으나 부피가 너무 커 기동성이 부족했던 대포는 소형화와 경량화를 거쳐 15세기에 이르러 화승총과 조총 등 핸드건(Handgun) 형태로 다시 태어났다. 총의 등장으로 냉병기를 사용하던 기사는 점차 쇠퇴하였고, 이는 중세 봉건제의 몰락을 가져왔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소형화기의 발달은 상비군의 발달로 이어졌고 이는 절대왕정의 시대를 거쳐 제국주의의 등장을 가능하게 했다. 전쟁의 무대가 소규모 영지가 아닌 전 세계로 확대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 무기는 더욱 커지고 무시무시해졌다. 다이너마이트, 화학무기 등의 등장으로 전쟁의 대가는 더 이상 군대만 치르는 것이 아니게 되었다. 뒤이어 발생한 제2차 세계대전은 영국의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l, 1874~1965)이 ‘마술 전쟁’이라고 표현했을 정도로 다양한 무기가 등장했다. 이 중 가장 위협적인 탄생은 바로 ‘원자폭탄’이었다. 원자폭탄이 출현하며 전쟁의 양상은 급변하게 되었고 군비와 무기 체제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과 무기는 역사 속에서 상호 발전적 양상을 보인다. 그러나 이와 같은 발전의 이면에 존재한 무분별한 과학기술과 무기의 결합은 일부 과학자들에게 도덕적 괴리를 주었고, 그들은 깊게 고민하며 기술 발전과 도덕성양립에 대한 고찰을 하게 되었다.

 

Culture + Weapon : 무기, 문화가 되다

무기는 우리 삶에서 단순히 공격과 방어 도구로만 사용되지 않았다. 고대 청동기 시대, 계급사회가 막 생겨날 무렵 청동으로 만들어진 검(劍)은 지도자의 상징이었다. 무른 재질의 청동은 무기로서의 역할을 잘 수행하진 못했지만 그 위용만으로도 군주의 힘을 부각시킬 수 있었다. 백제의 왕이 일본에 하사한 것으로 알려진 칠지도 또한 칼에 쓰인 글을 통해 두 나라 간 화합을 뜻하는 상징적 무기였음을 알 수 있다. 일본에서는 칼(일본도) 자체가 한 시대를 풍미한 문화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바로 일본 봉건시대 무사들의 문화인 사무라이 문화다. 사무라이에게 칼이 가지는 의미는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 그들에게 칼은 자신의 신분을 나타내는 수단이자 명예였으며, 자신의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할복의 수단이기도 했다. 더불어 무기는 신분과 명예의 상징일 뿐 아니라 장식용 소품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화려하게 장식된 소형 총기가 그 일례이다. 미 해군용 권총의 실린더에는 종종 해상전투 장면이 새겨지기도 한다. 이는 세심한 기술이 필요한 귀중품으로, 군이나 정부 인사들의 퇴역 또는 은퇴 기념품으로 증정되곤 했다. 우리나라에도 장식용 무기가 있었다. 조선시대 남녀가 호신용으로 들고 다닌 은장도가 바로 그 예이다. 은으로 장식된 작은 단도인 은장도는 화려한 문양과 술을 달아 노리개와 같은 장신구의 역할을 함과 동시에 공격이 가능한 무기로서의 역할을 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12호 진주 검무(출처: 문화재청)

무기를 휘두르는 것이 예술로 발전한 사례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칼을 활용한 무용인 ‘검무(劍舞)’가 있다. 검무는 상고시대부터 현재까지 이어져 오랜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통 무용이라고 할 수 있다. 2명 또는 4명의 여자 기생이 전립(戰笠)과 전복(戰服)을 착용한 뒤 양손에 칼을 하나씩 들고 추는 춤으로 초기에는 조금 잔인하고 살벌한 모습을 띠었으나 시대를 거치며 아름답고 유연한 동작들이 늘어나 조선시대에는 궁중무용으로 채택되었다. 한편 무기의 실체는 현대인의 일상생활에서 멀어졌지만 그 형상은 온라인 게임 속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었다. 서든어택, 배틀 그라운드 등 다양한 전투형 RPG, FPS 게임에서 무기는 실제 전투 현장의 형태와 비슷하게 디자인되어 등장하고 있다. 또한 <소녀전선>과 같은 게임에서는 무기를 속칭 ‘모에화’(보통의 의인화와 달리 특정 대상을 소년, 소녀의 모습으로 묘사) 하며 기존의 투박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사람들이 쉽게 무기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게임뿐만 아니라 영화나 만화에서도 무기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흥행했던 <어벤저스3: 인피니티 워>(2018)에서는 악당 타노스의 무기 ‘인피니티 건틀렛’(기사와 군인들의 손목을 보호하기 위해 씌웠던 갑옷의 손가리개. 영화에서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 인피니티 스톤으로 공격형 무기로 묘사된다.)이 영화의 중심이 되며 건틀렛 모형 등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다양한 문화에 무기가 녹아들며 독자적인 하위문화를 형성하였고, 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아 무기와 전투 등에 몰두하는 마니아 층인 일명 ‘밀리터리 덕후’라는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평화를 향해, 비살상무기의 등장

로버트 오펜하이머(Robert Oppen heimer, 1904~1967)는 20세기 미국이 낳은 대표적인 물리학자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원자폭탄을 제조한 로스앨러모스 연구소의 소장을 지냈다. 그는 원자폭탄 제조에 결정적 역할을 한 중요한 인물이었지만 폭탄이 투하된 곳에 민간인이 희생되는 참상을 목격한  후 도덕적인 회의감에 빠져 이후 전쟁 관련 연구에 가담하는 것을 거부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과학자들이 과학의 양면성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되며 이는 비살상무기의 발전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비살상무기는 인간에게 치명상을 입히거나 무기,  장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상대방의 전투능력을 소멸시키는 무기이다. 소련과 미국의 냉전 종식 이후, 지역 분쟁 제재, 국제연합의 평화유지 활동, 인도적 구원 활동 등에서 비살상무기의 필요성이 인식되어 유럽과 미국에서 연구가 진행되었다. 비살상무기는 광학무기, 악취탄, 전자펄스 발생장치 등 그 종류가 꽤 다양하다. 그러나 현재 이는 도덕적인 본래의 의도와 달리 엇나가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비살상무기는 군사용 무기로 분류되지 않는 까닭에 어떠한 국제적 규제 조치 없이 날로 개발이 확산되는 추세에 있다. 또한 ‘인명 살상을 피하면서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전쟁 등 특수한 상황보다 사회적 통제를 목적으로 사용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시선도 보인다.

출처: Pixabay

팔 하나에 불과했던 무기가 살상과 비살상의 경계를 교묘히 넘나드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무기는 수없이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 그 유구한 발전의 역사 속에서 평화를 지킬 수도, 깨뜨릴 수도 있는 무기는 사용자의 도덕성에 의해 그 역할이 달라지곤 했다. 지금도 세계지도 그 어디쯤에선 누군가의 목숨을 앗아가는 용도로 사용되고 있을 무기. 불필요한 살상에 의해 무기의 역사에 오명이 씌워지는 일이 없도록 우리는 그 무게에 대해 계속해서 고심해야 할 것이다.

 

 

김성아 기자  becky060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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