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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교 성폭력 사건 처리 현주소

모호한 기준과 부족한 인력 등으로 제도의 실효성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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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바른미래당 소속 장정숙 의원이 공개한 교육부의 ‘학내 성범죄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3년 이후 지난해 말까지의 성범죄 발생횟수는 320건에 이른다. 2013년 35건이었던 학내 성폭력 사건은 2017년 107건으로 3배 가까이 증가한 추세를 보여 대학가 내에 만연한 범죄 현실을 여실히 드러냈다. 이렇듯 학내에선 꾸준히 성폭력 문제가 불거졌으나 여전히 학생들은 문제의 대응 및 해결 방법, 사후 조치 등에 대해 무지한 편이다. 본교 역시 몇 차례 거듭된 단톡방 성희롱 사건과 올해 초 발생한 K교수 성 추문 사건이 있었지만 학교 측에서 사건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학우들은 그 사건이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지 못한다.

▲본교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본교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

교내 성폭력 사건 처리 실효성 부족

현재 교내에서 성폭력 사건이 발생할 경우, 피해자는 성평등상담센터, 성인권위원회, 각 단과대학 등에 피해 사실을 신고할 수 있다. 신고가 접수되면 성평등상담센터는 가해자를 소환해 가해사실을 확인하고 증명서를 작성하게 한다. 그 후 가해사실이 확정되면 학교는 성폭력등대책위원회를 열어 사안 논의 후 징계위원회를 거쳐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린다. 이 과정에서 성평등상담센터는 피해자에게 주 1회 심리상담 기회를 제공하며 필요에 따라 외부기관과의 연결을 도와주기도 한다.

위와 같은 교내 성폭력 사건 처리 절차는 「여성발전기본법」 제17조 2항 및 동법시행령 제27조 2항을 바탕으로 한 「성폭력 등 예방 및 처리에 관한 규정」에 근거한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사건 처리 절차와 그에 대한 조항이 추상적으로 명기되어 있을 뿐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실질적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때문에 사후 발생할 수 있는 부차적인 문제를 피해자가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뿐만 아니라 사건의 일차적인 수습을 담당하고 있는 성평등상담센터 등 사건처리기관 내 인력 부족도 하나의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최근 인권센터 설치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며 전국적으로 관련 기관의 수는 늘어났으나, 기관의 대다수는 해당 분야 전문가를 충분히 배치받지 못해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화여자대학교의 경우, 성폭행 사건이 발생하면 외부에서 변호사 등 전문 인력을 초빙하며 자원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본교 서울캠퍼스 성평등상담센터 관계자는 “인력이 확충되지 않아 도움을 요청한 학생에게 제때 제대로 도움을 주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깝다.”라며 기관의 질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사건에 대한 사법적 절차가 진행되면 교내에서 이루어지던 사건 처리는 무기한 연기된다. 사법기관의 판단이 교육기관인 대학의 판단보다 우선되기 때문이다. 또 사법적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학교 측에서 피해자에게 제공할 수 있는 보호 방안은 강제가 아닌 권고 수준에 그치기 때문에 그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캠퍼스 학생회 성인권위원회 위원장 이상현(컴퓨터3) 학우는 대학가 성폭력 범죄의 대응 방식이 부족한 점을 지적하였다. “대책위원회에 타 대학의 사례처럼 전문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 사건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대책위원회에 학생위원이 참여할 수 있는 사건은 매우 제한적이다.”라며 “학생위원도 교내의 모든 성폭력 사건에 개입할 수 있도록 교칙이 바뀌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교내에서 일어난 사건의 경우 학생들이 사건에 대한 징계 결과를 학교 측이 아닌 언론을 통해 아는 경우가 있다. 학교는 학우들에게 대응 결과를 직접 알려주어야 한다.”라며 현재 학교의 소극적 대응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이러한 실정은 본교뿐만 아니라 타 대학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교육부는 지난 5월 30일(수) 간담회 등을 통해 청취한 대학 현장의 의견과 요청사항 등을 바탕으로 실질적 대안이 포함된 ‘대학 분야의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권고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학우들 사이 자정작용 활발

한편, 이러한 교내 성폭력 사건 처리 제도의 현실적 한계를 느낀 학생들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더 나은 공동체 환경을 만들고자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그 예로 각 단과대의 규범·윤리 규약, 특별위원회 등이 있다. 경영대학의 경우 올해 학생회와 각 소모임 회장단 및 분반회장단이 함께 논의하여 ‘공동체 자치규약’을 마련했다. 경영대학 학생회는 구성원들이 함께 규약을 확인하고 이에 맞게 행동함으로써 단과대 내 차별과 소외를 없애고 모두가 평등한 위치에 있기를 바란다는 목표와 함께 해당 규약을 각 소모임에 배포했다. 미술대학에서는 단과대 내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고 전반적인 성인권 향상을 위해 공동체 윤리 특별위원회 ‘아띠’를 운영하고 있다. 아띠는 학내에서 일어났거나 공론화가 된 사건 등에 입장문을 쓰거나 상황을 공유를 하고, 관련 서명이 있다면 서명 링크를 올리는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한 사건의 경우에는 별도의 조치로 권한이 있는 타 기관과 연계해 사건에 대한 처벌·대응이 제대로 이행되었는지를 지속해서 확인하고 있다. 세종캠퍼스에서는 작년 조형대학 비상대책위원회가 캠퍼스 내 △평등한 인권신장 △성추행 예방 △피해자 보호 및 가해자 처벌에 활동 목적을 둔 ‘조형대 윤리위원회’를 운영했다. 그러나 이런 자정작용들은 결국 학생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활동의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존재한다. 아띠 운영위원장 김지은(판화4) 학우는 “아띠가 소규모의 학생들이 운영하는 기구이며 권한 또한 크지 않아서 사건이 생겼을 때 학내 다른 기관에 비해 대응이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 아쉽다.”라며 “지금은 타 단체와 연계해서 행사나 캠페인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지만, 앞으로는 아띠가 독자적으로 이 활동들을 진행할 수 있을 정도로 역량을 키우는 것이 가장 큰 활동 목표다.”라고 전했다.

 

김성아 기자(becky0602@mail.hongik.ac.kr)

조수연 기자(suyeon98@mail.hongik.ac.kr)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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