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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 고정관념을 다룬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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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한민국에서 가장 화제가 된 담론 중 하나는 ‘페미니즘’이다. 페미니즘은 현대 사회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상대적으로 약자에 위치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며, 페미니스트들은 이로 인해 발생한 성 고정관념을 타파하고자 한다. 이번 호에서 소개할 책들은 현대에 여전히 남아있는 성 고정관념을 형상화한 것으로 남성 또는 여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보편적이면서도 다양한 장면으로 묘사한다. 다음의 세 작품을 통해 현대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편견의 실태를 알아보자.

 

현대 사회 속 고정관념에 입각한 가부장제의 잔재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82년생 김지영』(2016)은 출간 당시 많은 이들의 호응과 반발을 동시에 샀다. 『82년생 김지영』의 주인공인 김지영은 태어나기 전부터 남녀차별의 희생양이었다. 주인공은 태어난 후에도 과거 성행한 남아선호사상에 의해 차별받는다. 대학에 간 김지영은 교수를 통한 비공식 채용에 남자 동기와 선배들만이 입사하는 모습을 보았고, 면접에서 성희롱 질문을 받아도 자책에 가까운 답변을 해야만 했다. 가까스로 입사한 후에는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육아에 전념하는 그녀를 ‘맘충’ 취급하는 회사원들에게 상처를 받고 결국 그녀는 정신병을 얻게 된다. 이는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주인공이 살기 위해 도피한 결과이다. 작품에 나타난 성 고정관념에서 비롯된 차별들은 많은 여성 독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한 여성의 일대기를 통해 우리나라 여성들의 현실을 보여준 책으로, 현대 성 고정관념을 여실히 보여주는 지표로서의 역할을 수행했다. 

 

다음으로 소개할 『모든 것을 제자리에』(2018)는 여성이 남성 중심적 사고에 길들여지는 모습, 남성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남성의 목소리로 살아가는 데 익숙해져 가는 여성의 모습을 표현한 소설이다. ‘손’과 ‘붕괴된 건물’ 이를 표현하는 상징의 의미를 담고 있다. 작품의 주인공인 ‘나’는 사진가로, 붕괴된 건물 내부 사진을 찍어 자료로 보관하는 사람이다. 일을 하기 위해 붕괴된 건물을 찍으러 간 ‘나’는 모든 층을 있는 그대로 찍지 않고 어질러져 있는 3층을 직접 정리한 후 사진을 찍었다. 이유는 명확하지 않았다. 그저 모든 것을 제자리에 놓아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층 정리를 마쳤을 때 ‘나’는 아직 제자리에 있지 않은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손이었다. 거칠고 여기저기 상처가 나 있던 여자의 손, 즉 자신의 손이 남자의 손으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주인공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려고 나름의 ‘정리’라는 행동을 통해 저항하였지만 ‘남자의 손’을 발견하며 자신에게 남성 중심적 사고의 잔재가 남아 있음을 깨닫는다. 일터로 돌아온 ‘나’에게, 과장은 붕괴된 건물의 흉측한 모습을 그대로 찍어온 것이 맞는지 의심한다.  여기서 건물은 성 고정관념이라는 왜곡된 사고를 표현하는 일종의 상징으로 기능한다.  따라서 과장의 의심은 남성 중심적 사고에 여성인 ‘나’를 편입시키려는 사회적 위압을 비유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현남 오빠에게』(2017) 중 「이방인」은 성 고정관념에서 도피한 『82년생 김지영』, 성 고정관념에 동화된 『모든 것을 제자리에』의 주인공과 달리 비교적 현실에 저항적인 여성의 모습이 등장한다. 느와르 풍의 단편인 「이방인」에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도시를 배경으로 과거의 실수를 극복하고 재기하려는 ‘그녀’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과거의 실수로 자책감에 빠지지만, 주변 동료들은 온 힘을 다해 주인공의 재기를 돕는다. 줄거리는 여느 느와르 풍 소설의 설정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작품은 주인공을 가냘픈 여성이 아니라 주체적 여성으로 설정함으로써 기존의 통념을 다시 한번 돌아보게끔 한다. 주인공은 소설에서 ‘마초’의 모습, 다시 말해 전통적으로 ‘남성적’이라고 여겨지는 진취적, 저항적 특성을 보인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통 ‘느와르 풍’이라는 단어에서 강한 남성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느와르 풍 영화라고 하면 최민식, 이병헌과 같은 남자 배우가 먼저 떠오르는 것도 이와 같은 현상이다. 이 작품은 ‘마초’로 대변되는 남성의 전형적인 특성을 여성 주인공에게 부여함으로써, 성별이 갖는 보편적 통념의 전복을 시도한다. 독자는 이를 통해 당연하다고 여긴 것들에 비로소 의문을 갖게 된다.

 

이상의 세 소설은 최근 붐이 이는 페미니즘 담론에 일상적 언어로 접근한 작품들로서, 독자로 하여금 은연 중 남아있는 성 고정관념에 대해 재고하도록 한다. 일부의 시각만을 반영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개인의 서사를 조명함으로써 일상을 의심하게 하는 문학의 이점은 이들에게도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성별과 관련한 논쟁과 사건이 끊이지 않는 요즘, 성 고정관념 해소를 위한 개인의 통찰과 노력의 중요성은 거듭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이들 작품을 통해 우리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는 성 고정관념에 대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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