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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속 채식주의자, 존중과 연대로 나아가다

낯선 듯 낯설지 않은 듯 낯선 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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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본교 총학생회 간식 행사에 이전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메뉴가 나타났다. 바로 채식주의자를 위한 간식이 등장한 것이다. 최근 여러 매체에서 채식주의자들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우리는 주변에서 채식주의자 비건(Vegan)을 위한 식당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채식은 우리 주변에서 천천히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굳건히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우리 주변에서 낯설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채식. 하지만 채식에 대해 관련 정보가 부족한 우리에게 채식은 여전히 낯설다. 낯선듯 낯설지 않은 듯 낯선 채식, 그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보자. 

 

채식주의, 어디까지 알고 있니?

사전에 따르면 채식주의자는 고기류를 피하며 주로 채소, 과일, 해초 따위의 식물성 음식 위주로 식생활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된다. 그러나 최근에는 단순히 식물성 음식 위주의 식사가 아닌 다른 식사를 추구하는 채식주의자들도 나타나고 있다. 그저 고기가 보이지 않는 식단을 채식주의 메뉴라고 여길 수 있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동물성 성분이 조금이라도 들어간 음식, 우유, 치즈 좀 더 나아가서는 멸치로 우려낸 육수까지 피하는 채식주의들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왜 채식을 선택한 것일까?

채식주의의 첫 발걸음은 고대 인도와 그리스에서 시작되었다. 채식주의는 모두 ‘불살생’의 원리를 따른 것으로 종교 집단이나 철학자들에 의해 창안되었다. 실제로 불교 경전에 ‘살아 있는 생명을 죽여서 얻는 고기는 우리로 하여금 헛된 욕망과 분노, 어리석음을 키워 악업을 짓게 하나 채식은 이러한 3독에서 벗어나 자비심을 키워준다’라는 구절이 있다. 하지만 이런 종교적 이유의 채식주의는 국교가 달라짐에 따라 점차 사라져갔고, 최근에는 종교적 이유뿐만이 아니라 환경, 경제, 그리고 윤리에 대한 개인의 가치관에 따른 채식주의가 주목받고 있다. 특히 동물 권리 보호가 큰 사회 문제로 대두되며, 대량 생산의 시대 속에서 동물을 하나의 물건으로 취급하는 공장식 축산업에 반대하기 위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한편 채식을 선택하는 이유 중에는 건강상의 이유도 있다.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사는 혈압을 낮추고 심혈관 질환의 위험까지 낮춰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채식은 고혈압 환자와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추천하는 식단이다. 축산업에 사용되는 비료와 농약으로 인한 수질오염을 우려해 채식을 선택하는 사람도 있다. 환경 파괴의 주된 원인이 되는 대량 식육 생산에 반기를 드는 것이다. 

 

채식주의자 생존법

건강, 종교적 신념, 동물권 증진, 환경 보호 등 채식주의자가 되는 이유는 저마다 다양하다. 이러한 신념을 가진 채식주의자들은 존중과 상생을 지향하지만, 공동체 속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존중받지 못하며 소외되기 일쑤다. 최근 채식주의자의 수가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이들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사회적 인식이 부족한 상황이다.

고려대학교 채식주의자 동아리 ‘뿌리:침’ 이혜수 회장 역시 채식주의자를 위한 인프라와 사회적 인식 부족이 채식을 어렵게 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현재 대한민국은 채식에 관한 가이드라인이 부족한 상태이다. 또한 국내에는 아직 비건 인증 마크 사용이 활성화되어 있지 않아 채식주의자가 일일이 제품 성분을 파악해야 하며, 채식주의자들은 ‘감칠맛 분말’과 같이 성분을 파악하기 어려운 성분 표기에 애를 먹기도 한다. 또 학식에 비건 식단을 필수로 운영하도록 하는 제도가 없어 채식을 추구하는 학생들이 실생활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프랑스는 ‘크루스’라는 교육부 산하 학생지원 공공기관을 통해 지역 내 모든 대학의 학생식당에 채식주의 식단을 운영토록 하는 데 반해, 한국은 이러한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다. 한편 동물성 식품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이를 피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화여자대학교 비거니즘 지향 동아리 ‘솔찬’의 한 학생은 식당에서 동물성 식품을 빼고 조리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해양 생물을 이용해 끓인 국물 음식이 나온 적이 있다고 전했다. 요리사조차 비건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지 못해 이러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인프라 부족도 채식주의자들을 힘들게 하지만 그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사회적 인식 부족이다. 사회는 채식주의자들을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하며, 채식을 체중 감량법의 일종으로 가볍게 여기기도 한다. 또 비건들은 비(非)비건들의 편견 어린 언설과 사고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채식을 한다고 했을 때 쏟아지는 건강에 대한 지적들, “맛있는데 어떻게 참냐” 등 육식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는 사고, 육식을 제외한 식단을 상상조차 하지 않는 상황들이 그들을 힘들게 하는 것이다. 

이렇게 채식에 대한 각종 편견과 만연한 육식주의로 인해 채식주의자들은 자신이 채식주의자라는 것을 밝히는 행위를 ‘채밍아웃’이라고 일컫기도 한다. 이혜수 회장은 채식주의자의 일상 자체가 도전이라고 표현하며 채식인의 어려움을 전했다. 타인에게 본인의 신념을 설명하는 과정이 부담으로 다가오며 채식주의자로서 타인에게 더 건강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이다.

이렇게 채식주의자들은 부족한 인프라와 사회적 인식 속에서 매 순간 도전하듯 살아가고 있지만, 이들의 상황은 점차 나아지고 있다. 최근 채식주의자에 대한 존중의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채식주의자들 간의 연대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 동국대학교 등은 교내 학생식당을 통해 채식주의 식단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학생회 간식 행사 때 비건 간식을 포함했다. 본교 역시 작년에 채식주의자를 존중하기 위해 총학생회 간식 행사에서 비건 간식을 제공했다. 또 대학 내 채식주의자들이 마주하는 부담과 편견을 공유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공감하는 대학생 네트워크가 생기고 있으며, ‘솔찬’, ‘뿌리:침’과 같은 동물권 및 채식주의 동아리 간의 교류도 활성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람과 더불어 채식주의자, 비거니즘을 위한 화장품, 옷, 음식의 판매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 비거니즘 

 

비거니즘, 새로운 트렌드를 선두하다

보통 비건을 떠올리면 주로 채식, 즉 식문화와 관련된 것이 연상된다. 하지만 비거니즘을 실천하는 비건(Vegan)을 위한 시장의 변화는 음식은 물론이고 코스메틱, 생활용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동물의 권리 보호와 그들의 생존권을 존중하기 위해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비거니즘은 동물의 알이나 꿀 등 동물로부터 얻은 모든 것의 사용을 거부한다. 이에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비건의 생활 방식을 존중하는 시장의 형성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를 실천하는 대표 브랜드인 영국의 화장품 브랜드 ‘러쉬(Rush)’는 생산 제품의 80%가 비건 제품이다. 또한, 매년 동물 대체 실험 연구에 이바지한 개인과 단체에 일정 기금을 기부하는 ‘러쉬 프라이즈’의 개최는 그들만의 특별한 연례행사이다. 러쉬 뿐만 아니라 우리가 흔히 접하는 국내 브랜드 아모레퍼시픽의 이니스프리 또한 자극적 화학 원료 대신 커피 찌꺼기 천연 원료를 사용한 앤트러사이트 커피 시리즈 출시를 시작으로 비건을 위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 외에도 홈케어 브랜드인 분코의 ‘비건 치약’과 ‘비건 주방 세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건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특히 올해 처음으로 개최된 비건을 위한 축제 ‘비건페스타’의 성행은 비건에 의한, 비건을 위한 새로운 트렌드 변화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비건을 위한 축제의 장, 비건페스타를 다녀오다

지난 1월 25일(금)부터 1월 27일(일)까지 양재 aT센터에서 비건을 위한 축제인 ‘비건페스타’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는 축제 장소에 직접 찾아가 보았다. 지금부터 기자가 직접 체험한 비건페스타를 따라가 보자.

비건페스타가 시작되는 입구부터 향긋한 냄새가 기자를 자극했다. 냄새의 주인공은 바로 콩고기. 콩을 이용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따라 한 콩고기는 정말 고기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였다. 해당 부스에서 받은 책자에는 콩불고기와 베지 비엔나, 채식 만두 등 비건을 위한 다양한 음식을 소개하고 있었다. 놀랄 새도 없이 바로 옆 부스에서는 채식 돈까스 시식을 진행하고 있었다. 부스의 운영자는 채식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는데,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바탕으로 하여 베지터블 라구 파스타와 소이강정 등 비건을 위한 음식을 개발한다고 한다. 이후 행사장 깊숙이 들어가니, 비건 코스메틱 부스가 눈길을 끌었다. 천연 비누와 천연 화장품을 판매하는 부스는 겉으로는 흔히 보는 화장품 가게와 다를 바 없었다. 하지만 진열된 비누와 샴푸, 세안제 등은 모두 식물과 한약 재료를 사용하여 저자극으로 만들어진 제품이었다. 잠시 의자에 앉아 행사장 입구에서 받은 책자를 읽어 보았다. 한국비건인증원에서 나누어준 책자였는데, 비건 식품을 고를 때의 유의사항이 흥미로웠다. 과일 주스나 빵을 만들 때 들어가는 설탕이나 베이킹소다, 발효종을 만들 때 동물성 제품이 쓰이기도 한다는 점, 설탕을 정제하는 과정에 동물의 뼈가 사용되기도 한다는 등의 정보가 담겨있었다. 자리를 옮겨 행사장을 돌아보니 비건 전용 소스와 베이커리, 비건을 위한 요거트 등 다양한 식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심지어 반려동물을 위한 비건 사료 및 간식까지 그 종류가 다양했다. 한편 행사장 구석에는 장터가 열리고 있었다. 동물의 가죽이 아닌 인공가죽으로 만든 가방, 액세서리들이 눈길을 끌었다. 식물성 원료로만 만들어진 스노우볼과 옷 등도 판매하는데, 직접 스노우볼을 만들어보는 체험 또한 제공되었다. 장터를 구경하다 출출해진 기자는 비건 분식 부스에서 식물성 원재료를 이용한 떡볶이와 튀김, 김밥을 먹으며 취재를 마무리했다.

이번 제1회 비건페스타의 개최는 우리나라에서 비건에 대한 관심과 존중의 시각이 늘어나며 생겨난 변화의 첫 발걸음이다. 이러한 변화와 더불어 채식주의자를 위한 음식이나 화장품, 생활용품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었다. 실제로 비(非)비건인 기자가 축제에서 직접 맛본 음식들과 사용해본 화장품 등은 평소의 것들과 차이가 거의 없었다. 혹시 비건 음식은 맛이 없다거나 채소뿐이라는 등의 선입견이 있다면 올해 7월에 열리는 제2회 비건페스타를 방문해 보는 것은 어떨까?

 

홍대 거리 비건 음식점을 가다  

비건 페스타 이후 비건 문화에 관심이 생긴 기자는 과연 본교 주변에는 어떤 식당이 자리하고 있을지 궁금해 여러 비건 가게에 방문하게 되었다. 

상수 슬런치 팩토리 

슬로우(slow)와 런치(lunch)의 합성어로 ‘가볍게 먹을 수 있는 점심’이라는 뜻을 지닌 이곳은 비건과 논-비건 모두를 위한 맞춤형 레스토랑이다. 이곳의 인기 메뉴는 단연 버섯 두유 크림 리조또이다. 버섯 두유 크림 리조또는 3가지 종류의 버섯을 두유로 만든 크림에 볶은 채식메뉴라고 할 수 있다. 크림소스와 같이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까지 신경 쓴 것이 인상적이다. 

합정 야미요밀

모든 메뉴에 동물성 재료를 단 1g도 넣지 않은 점이 이곳만의 독특한 점이라고 할 수 있다. 버거 안에 들어가는 모든 재료 하나하나 신경 썼다. 밀가루도 천연발효종이고, 버거 안의 패티는 고기 패티 대신 검은 콩으로 만들었으며, 베이컨은 가지로 만든 수제 베이컨을 사용한다. 우유 대신 무첨가 두유를 사용하고, 귀리 밀크, 코코넛 밀크 등 식물성 재료로 만든 우유를 사용한다. 이런 세심한 선택으로 버거 재료에 동물성 재료가 사용되지 않았을까 하는 비건들의 걱정을 덜어준다.

 

하나의 생활 양식으로 굳건히 자리잡아가는 채식 문화는 그들 사이에서 새로운 연대를 이끌어 내고, 우리 사회에 유의미한 변화를 만들고 있다. 채식이 몇몇 사람들의 편견 속에서 꿋꿋이 버텨내고 그들의 신념을 지켜내어 더 이상 특이한 문화가 아닌 온전히 하나의 식습관으로 여겨질 날을 기대해본다. 

 

김채원 기자(won6232@mail.hongik.ac.kr)

이소현 기자(sohyun0911@mail.hongik.ac.kr)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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