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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미상, <책가도 병풍>, 조선후기, 종이 위에 채색, 각 76.5×38.4cm, 소장번호: 2423
  • 학예연구사 안나현
  • 승인 2019.03.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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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익대학교박물관 소장 <책가도 병풍>은 책을 꽂는 시렁인 책가(冊架) 위에 선비들의 애장물인 책과 문방기물, 그리고 길상물들이 묘사되어 있다. 이는 당대 사람들의 생각과 생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이며, 학덕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문인의 바람과 삶에 대한 당대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 그림에서 눈여겨 볼 것 중 하나는 책가의 층과 칸의 간격이 비대칭이고 일정하지 않은 점이다. 이러한 책가의 형태는 기존의 책가도와는 큰 차이점을 갖는다. 또한, 조선 후기에 유입된 서양화법의 영향을 받아 명암법, 원근법, 투시도법이 적용되어 사물들이 입체적이고도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그림을 보는 재미를 더해준다. 책가도는 책가가 있는 그림을 지칭하지만 책가의 유무와 상관없이 책을 중심으로 그린 그림은 모두 책가도에 포함되며, 책가도는 책에 복수형을 나타내는 우리말 ‘거리’를 붙인 책거리 그림에 포함되는 용어라 할 수 있다.

책거리는 본래 배움과 문기를 추구하는 그림으로, 궁중과 상류층, 그리고 선비의 방을 위한 장식화에서 출발하였지만 점차 복과 장수를 기원하는 민간의 길상화로 확산되었다. 그렇다면 이러한 책가도는 주로 누구에 의해 그려졌을까? 책가도는 민화의 한 종류이다. 그러나 책거리 작가는 일반 민화 작가와 달리 몇천 번의 반복 직선을 그려가며 훈련을 쌓은 전문 화공이었다. 다시 말해, 책거리는 다른 민화에 비해 더욱 전문적인 기술이 요구되는 그림임을 알 수 있다.

책거리의 소재는 책과 문방구류를 기본으로 하며, 중국제 청동기인 고(觚, 술잔)나 향로, 채색이 짙은 도자기와 같은 골동품, 길상을 상징하는 꽃과 과일, 채소 등이 많이 등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책거리의 소재들은 장식의 효과를 넘어서 상징성을 지니는데, 먼저, 책과 문방구, 골동품 등은 배움과 선비 정신, 그리고 문방제구를 수집하여 그것을 보고 즐기는 취미를 의미한다. 또한 공작 꼬리와 산호는 고위 관료를, 물고기는 여유와 이익을, 수선화는 신선, 매화는 지조와 절개, 연꽃은 순결과 탈속, 국화는 은거처사(隱居處士 : 세파의 표면에 나서지 않고 조용히 숨어사는 선비)와 절개, 모란은 부귀, 석류는 다자(多子)와 다산, 그리고 불수감은 부처와 불교, 부(富)를 뜻한다. 그리고 귤은 대길(大吉), 복숭아는 장수, 포도는 부와 다산, 그리고 수박, 참외, 오이, 가지와 같은 넝쿨 식물은 다자, 자손만대를 기원하는 상징으로 그려졌다. 

학예연구사 안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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