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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라카미 하루키를 들여다보다뒤틀리고 불완전한 이 세계의 희망을 찾아 떠나는
▲저자 무라카미 하루키/출처: BBS 방송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 1949~)는 29살 때 처음 소설을 썼다고 한다. 그는 대학을 졸업한 뒤 첫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데뷔했으며 이 작품으로 군조 신인 문학상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장편소설 『양을 둘러싼 모험』으로 제4회 노마 문예 신인상을 수상했고,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로 다니자키 준이치로 상을 수상했다. 전 세계에 ‘하루키 붐’을 일으킨 작품 『노르웨이의 숲』은 전 세계 누적 1000만 부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듯 전 세계에서 주목받는 하루키 소설의 특징은 세상을 일그러지고 뒤틀린 것으로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특징은 전 작품 속에 마치 배경음악처럼 깔려 있다. 또한 너무나도 구체적이고 입체적인 묘사는 마치 독자가 소설 속 한 장치의 일부분처럼 느끼도록 한다. 불가사의한 수수께끼를 여럿 등장시켜 독자로 하여금 퍼즐 조각을 맞추는 설렘을 느끼게 하는 것도 하루키만의 매력이라고 볼 수 있다. 하루키의 여러 대표작 중 『해변의 카프카』와 『노르웨이의 숲』 두 작품을 통해 하루키의 내면 속으로 푹 빠져보자.

 

▲출처: 출판사 문학사상

먼저 『해변의 카프카』는 다무라 카프카라는 열다섯 살 소년과 나카타라는 노인의 이야기가 교대로 번갈아 가며 이어진다. ‘터프한’ 사람이 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열다섯 살 소년은 아버지와 살던 집을 벗어나 낯선 고장으로 떠난다. 그 곳엔 아는 이가 없으며 가진 거라곤 몇 푼의 돈밖에 없지만, 그 소년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자아가 부서져 버릴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소년은 낯선 곳으로부터 세계의 끝까지 나아가는 동안 오시마, 호시노, 사에키, 사쿠라 등 다양한 유형의 인물들을 만나게 되고, 이들과의 필연적인 운명을 겪게 된다. 

다무라와 함께 또 다른 중요 인물로 등장하는 나카타는 어릴 적 사고를 당한 뒤 글씨도 사람도, 세상의 그 어떤 것도 기억하지 못하는 노인이다. 그 대신 고양이와 말할 수 있는 능력과 조금 독특한 말투를 얻었을 뿐이다. 또한 종종 통전(通電) 상태에 빠지곤 하는데, 이 세상의 흐름과는 어울리지 않던 그는 무명(無明)의 세계로 자신을 밀어 넣게 된다. 그 세계엔 글씨도 없고, 무서운 사람도 없으며, 요일의 개념도 없다. 그곳엔 아무것도 없지만 대신 ‘전부’가 있다. 어려운 일은 잊어버리고 ‘전부’ 속으로 몸을 녹이면 되는 것이다. 독자들은 나카타라는 인물에게 부러운 점이 있다면 바로 이점을 꼽지 않을까.

한편, 다무라의 이야기 곳곳엔 까마귀 소년이 등장한다. 이 소년은 다무라에게 아낌없는 조언을 펼치며 솔직한 매력을 드러낸다. 다무라는 아무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을 것이라 여기며 혼자 강해져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하여 그는 스스로를 무리에서 떨어진 까마귀와 같다고 느낀다. 까마귀는 체코 말로 카프카라 부르고 소년은 자신을 카프카라고 지칭한다. 따라서 후반부에는 까마귀 소년이 다무라와 동일 인격체로써 다무라가 만들어 낸 캐릭터임이 비로소 밝혀진다. 열다섯 살의 소년은 일그러진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신과 동일하지만 터프한 열다섯 살의 까마귀 소년을 상상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다.

이처럼 책 속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조금의 불완전함을 가진다. 사랑하던 연인이 죽자 여전히 잊을 수 없는 그리움과 상처 속에 사는 인물 사에키, ‘그’라고 표현해야 할지 ‘그녀’라고 표현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는 성적 장애를 가진 인물 오시마처럼 말이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명작이라고 부르는 작품들도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가지기 마련이다. 불완전함은 언제나 불완전하다는 이유 하나로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들인다. 아마도 하루키는 인간의 불완전성을 바탕으로, 완전치 못한 등장인물들을 등장시켜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아닐까.

▲출처: 출판사 민음사

두 번째로 만나볼 작품 『노르웨이의 숲』은 37세가 된 주인공 와타나베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한 기내에서 비틀즈의 ‘노르웨이의 숲’ 멜로디를 듣고 19살 때의 자신을 회상하는 장면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의 회상 속엔 한 소녀가 있다. 소녀는 “나를 언제까지나 잊지 마, 내가 여기 있었다는 걸 기억해 줘.”라고 말한다. 그녀는 와타나베가 고등학교 시절 가장 친했던 친구 기즈키의 여자 친구 나오코였다. 셋은 언제나 함께였다. 하지만 기즈키는 정말 갑작스레 그 누구도 그를 떠나보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을 때 자살을 선택한다. 그의 죽음은 와타나베와 나오코 모두의 가슴 한편에 각인되어 지우지 못할 상처로 남는다. 그 후 나오코와는 자연스레 연락이 끊겼지만, 대학에 진학한 후 우연히 마주치게 된다. 그렇게 둘만의 슬픔을 공유하게 된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특별한 사랑을 나눈다. 이후 나오코가 요양원에 들어감으로써 와타나베와는 잠시 헤어지지만, 둘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사랑을 이어간다. 와타나베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그녀의 상처가 회복되길 바란다. 하지만 언제나 나오코의 눈빛은 와타나베와는 사뭇 다르다. 그녀의 눈빛은 어딘가 공허한 빛을 띄우며 슬픈 분위기를 자아낸다. 기즈키뿐만 아니라 친언니의 자살까지 목격한 그녀는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한편 와타나베와 같은 대학을 다니는 인물 미도리는 나오코와는 전혀 다른 성격을 보인다. 발랄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매력을 가진 미도리는 와타나베를 사랑하며 그의 상처를 보듬어 준다. 그렇게 이 소설은 세 인물을 중심으로 전개되며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한 사람이 한 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등을 독자로 하여금 깨닫게 한다. 저마다 무언가 소중한 것을 상실해버린 청춘들이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며 그 상실의 틈을 좁혀가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제목인 ‘상실의 시대’가 작품과 잘 맞아떨어지는 이유이다. 

 

세계는 불완전하다. 어딘가 뒤틀리고 어긋나 상실하는 시대에서 우리는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모른 채로 한 걸음씩 나아간다. 누군가는 시대의 속도에 발맞추려 안간힘을 쓸 것이며, 또 다른 누군가는 벌써 도태되어 저 멀리 아득한 곳에 혼자 남겨져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하루키는 이러한 세계 속에서도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에게 희망을 선보인다. 자신이 걷고 있는 길이 옳은 길이라고 믿으며, 불완전한 세계에서 불완전한 인간으로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한다. 이 글을 읽고 자신과 비슷한 인물을 발견했다면, 우리 모두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 속으로 빠져보는 건 어떨까.

이남주 기자  skawn1791@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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