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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간
무대를 가리고 있던 천막이 올라가고 드럼 스틱으로 카운트를 세고 나면, 어둡던 조명이 밝게 빛나며 공연이 시작된다. 사람들의 환호가 들려오다 조금씩 잦아들기 시작하며 기타의 선율에 보컬의 목소리가 얹어지고 베이스, 키보드가 그 뒤를 잇는다. 한 곡이 끝나면 무대 위 사람들은 다음 곡을 연주하기 위해 멤버를 교체하고, 기타를 조율하고, 마이크 선을 정리하고, 두세 명이 키보드를 들어 위치를 옮기기도 한다. 공연 시간 조정에서 가장 쓸모없는 자투리 시간으로 여겨질 법한 이 순간을 기자는 가장 사랑한다. 
기자는 지난 겨울방학 동안 동아리방과 학교 근처 연습실을 오가며 밴드 공연 연습에 매진했다. 여러 소리가 모여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밴드의 특성상 개인 일정 및 시간 조정은 필수적이었고, 이 과정에서 기자는 몸이 두 개여도 모자랄 만큼 바쁜 나날을 보냈었다. 불가피하게 조정이 불가능한 일정이 겹칠 때에는 여기저기 사과하고 양해를 구해가며 하루를 겨우 보내기도 했다. 이토록 힘들고 지치는 연습을 거쳐 공연 당일이 되었는데 왜 기자는 메인 공연이 아닌, 누구에게나 의미 없는 시간으로 여겨질 법한 찰나의 순간들에 위로를 받고 가슴이 뭉클해졌던 것일까?
밴드의 일원이 되어 함께 공연을 준비하며 배운 점들 중 가장 기자에게 와 닿는 것은 악기를 다루는 멤버들의 열정이었다. ‘어떻게 줄에서 저런 소리가 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며 연습 중에도 기타리스트의 연주를 넋을 놓고 바라보곤 했었다. 어쩌면 삶의 매 순간들을 기타와 함께 했을 그들의 열정과 노련함이 ‘막간’의 순간에 녹아들었다고 생각한다. 빨리 다음 곡이 시작되기를 바라는 관객들의 마음이 담겨 순간 조용해진 관객석과 그들에게 좋은 공연으로 응답하고 싶은 무대 위의 사람들. 기자가 시간에 쫓겨 허둥지둥 살아왔던 그 시간들 속에도 이렇게 뭉클한 막간의 순간이 있지 않았을까? 기자는 평소 함께 웃고 떠들며 장난치던 모습이 아닌 진지한 표정으로 기타 줄을 맞추고 바닥의 장비를 조정하는 멤버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곡을 연주하는 메인 공연이 그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시간이라면, 다음 곡이 시작되기 전 악기와 무대를 최적의 상태로 조율하는 막간의 시간은 음악을 자신의 일부로 여겨왔던 멤버들의 삶을 압축해서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공연장에서 아무도 관심가지지 않는 막간의 타이밍이 기자의 마음 안으로 들어와 어떤 깨달음을 주었듯,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다.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라’처럼 남는 시간에도 생산적인 일을 하라는 어른들의 잔소리 같은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숨 가쁘게 살아가며 제 삶과 하루를 알차게 꾸려내는 청춘들에게 ‘가끔은 뒤를 돌아보세요’와 같은 틀에 박힌 말을 하고 싶지도 않다. 다만 누구나 어느 때에는 시간적 여유가 부족해 여러 일정을 한 번에 소화하는 등  힘에 부치는 시기를 보내기도 할 것이다. 가장 지치고 힘든 어느 시기, 막간의 순간에 주위의 풍경을 둘러보자. 그 속에 자연스레 녹아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가슴 벅찬 뿌듯함을 느꼈으면 좋겠다. 모르는 사이에 커다란 그림 속의 일부가 되어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자리잡은 본인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은 스쳐지나가는 막간의 순간 속에 있을지도 모른다. 오늘, 당신의 하루에는 몇 번의 막간이 지나갔는가?

이산희 기자  ddhh1215@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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