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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그 고소함 속에 녹아든 우리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에는 곳간에 보관해 둔 옥수수가 터져, 하늘 가득히 팝콘이 눈처럼 내리는 장면이 나온다.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볼 수 있는 노릇노릇한 색감과 톡톡 터져나오는 소리, 그와 함께 번지는 고소한 냄새에 자연스레 기분이 좋아지며 입안에 군침이 돈다. 특히 영화관에 들어서면 느껴지는 팝콘의 고소하고도 달콤한 냄새는 우리의 발길을 매점 앞으로 돌린다. 영화 관람에 빠져서는 안 될 ‘필수템’이 되어버린 팝콘. 그런데 우리는 왜 당연하게 팝콘을 찾게 되었을까?

팝콘, 너의 정체는?

팝콘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팝콘(popcorn)’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 알아보자. 놀랍게도 처음부터 팝콘의 콘(corn)이 옥수수를 의미했던 것은 아니다. 영어 고어(古語)에서 콘(corn)은 ‘지역에서 생산된 곡물’을 의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콘은 여러 지역에서 다양한 의미로 쓰였다. 이와 관련하여 구약성서 『룻기』를 보면 ‘여러 곡물(corn) 사이에서’라는 구절이 나오는데, 『룻기』에서의 ‘콘(corn)’은 보리를 의미했을 것이라고 추정된다. 또한 영국에서 콘(corn)은 밀을, 스코틀랜드와 아일랜드에서는 귀리를 의미했다. 콘(corn)이 오늘날처럼 옥수수라는 뜻을 가지게 된 것은 15세기 유럽의 정복자들이 신대륙에서 발견된 가장 흔한 곡물인 옥수수를 ‘옥수수(Zea mays)’ 라는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그냥 ‘콘(corn)’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서였다. 즉 옥수수 ‘콘’의 역사는 신대륙의 발견과 함께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팝콘은 어떻게 탄생되었을까? 현재 팝콘의 유래로는 미국 땅을 정복하거나 그곳에 정착하러 왔던 프랑스 군과 이민자들이 과거 동굴에서 부족을 형성하여 살았던 미국 원주민들을 따라 팝콘을 먹기 시작했고, 이후 그들이 이동함에 따라 팝콘이 미대륙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다. 이와 관련해 1948년 미국의 뉴멕시코(New Mexico)의 한 동굴에서는 튀겨진 옥수수 알이 발견되기도 했고, 미국 서부 유타(Utah)주에서는 약 1000년도 더 지난 팝콘이 발견된 바 있다. 미국 원주민인 인디언 전설에도 팝콘의 유래와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유난히 더웠던 어느 여름날, 들판에 심어놓았던 옥수수밭에서 더운 날씨 때문에 옥수수 알맹이가 일제히 터져 팝콘이 되어 하늘을 덮었다는 이야기이다. 전설에 따르면 하늘에 하얀 팝콘 송이가 가득한 것을 보고 소와 돼지들이 갑자기 눈보라가 치는 것으로 착각해 얼어 죽었다고 한다. 전설인 만큼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얘기지만 말 그대로 ‘팝콘’이라는 이름의 유래부터가 뻥!(Pop)+옥수수(corn) 라는 것을 알 수 있는 흥미로운 이야기이다.

팝콘은 언제부터 인기였을까?

지금과 달리 20세기 초까지만 해도 팝콘은 대중적인 간식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팝콘은 간식이 아닌 식사 즉, 주식이었다. 아메리카 대륙의 원주민들은 팝콘에 우유를 부어 아침 식사 대용으로 먹기도 했다. 놀랍게도 그들은 먹다 남은 팝콘을 다른 곡물처럼 발효시킨 후 맥주로 만들어 마시기까지 했다. 

미국인들은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무렵 처음 팝콘을 접하게 되었다. 1621년 최초의 추수감사절 만찬에 참석한 콰데키나 인디언 부족 추장 미소이트의 동생이 사슴 가죽으로 만든 가방에 팝콘을 가득 담아 유럽인들에게 선물한 것이 그 시초이다. 원주민들은 팝콘을 간식의 개념이 아닌 양식의 개념으로 선물했다고 한다. 또 당시 원주민들은 영국 이주민을 만날 때 팝콘을 평화의 징표로 사용하기도 했다. 이렇게 서양 전역으로 전해진 팝콘은 아메리카 원주민뿐만 아니라 초창기의 미국 개척민들에게도 하나의 중요한 식량으로서 자리잡았다. 간단한 레시피와 짧은 시간 내의 대량 생산이 가능한 팝콘의 진가가 빛을 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후 팝콘이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간식으로 받아들여진 것은 1890년 경에 이르러서였다. 이는 부분적으로 건강식 붐이 일기 시작한 시대적 분위기와도 무관하지 않았다. 

팝콘이 영화관에서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미국의 대공황 시대부터였다. 대공황 시대의 사람들은 영화를 볼 여유도 없을뿐더러 비싼 돈을 주고 과자를 구매하기도 어려웠다. 당시에 팝콘은 값싸고 부담 없이 먹던 간식이었다. 이에 대공황에 직격탄을 맞아 기울어가던 영화관은 특단의 대책으로 영화관 내 팝콘 반입을 허용하게 되었다. 또한, 무성영화 시대에는 팝콘이 영화관의 품위와 맞지 않는다고 여겨졌지만, 영화가 대중화되고 아이들과 서민 계층 또한 영화관에 가게 되면서, 이러한 생각은 점점 사라지게 되었다. 영화관의 팝콘 반입은 처음에는 사소한 변화였지만, 곧 팝콘을 허용하지 않는 영화관은 인기가 떨어져 문을 닫아야 할 정도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다. 팝콘 하나가 어려운 대공황 시대의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은 것이다. 또한 다른 사업들의 연이은 실패 속에 팝콘 사업만은 번창했고, 이는 어려움을 겪는 많은 농부들에게 좋은 수입원이 되었다. 

한편, 팝콘의 인기는 전쟁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세계 2차 대전 동안 군대를 위해 설탕이 해외로 반출되며 사탕과 탄산 음료를 만들기 위한 재료가 부족해졌는데, 미국의 주요 설탕 공급지였던 필리핀마저 일본에게 정복당하면서 미국 내의 설탕 공급이 대폭 하락한 것이다. 그러나 소금과 옥수수만큼은 부족하지 않았기에 달콤한 간식의 대체제였던 팝콘의 인기가 상승했다. 이렇듯 팝콘은 가장 오래된 미국인의 ‘소울 푸드’이며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고 할 수 있다. 

영화와 팝콘 사이, 숨겨진 비밀?!

많은 사람들은 입구부터 풍기는 고소한 팝콘 냄새를 맡는 순간부터 자신이 영화관에 있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팝콘 냄새가 없는 영화관을 생각해본 적이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영화관에서 팝콘은 없어서는 안 될 요소이다. 이는 경제학 용어인 넛지(Nudge)와 연관된 치밀한 서비스 전략 중 하나이다. 

본래 넛지(nudge)는 ‘팔꿈치로 슬쩍 찌르다’, ‘주위를 환기시키다’ 라는 뜻을 지닌 단어이다. 이후 경제학에서는 이를 ‘넛지 전략’이라고 부르며 ‘사람들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 이라고 새롭게 정의했다. 이에 대해 분석한 책 『넛지』(리처드 릴러, 2009)에 의하면, 억지로 팔을 잡아 끄는 것처럼 강제와 지시에 의한 억압보다 팔꿈치로 툭 치는 것과 같은 부드러운 개입으로 특정 행동을 유도하는 것이 선택 유도에 더 효과적이라고 한다. 개인의 선택을 유도하되 그 선택의 자유가 보다 더 많이 부여되기 때문이다. 이는 직접적인 명령이나 지시를 동반하지 않지만 설계자 또는 판매자가 원하는 방향 안에서 선택을 유도하는 선택설계의 틀을 의미하는 것이다. 

팝콘 매장의 위치와 영화관 사이에도 이러한 전략이 숨어 있다. 팝콘 매장의 위치를 조정해 사람들이 더 많은 소비를 가능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영화관의 입장에서 팝콘의 소비는 영화 관람료 이외에도 추가적인 수입이며, 간단한 레시피에 비해 대량 생산이 가능하다는 최대 이점으로 인해 마진이 많이 남는 최고의 상품이다. 실제로 소비자단체협의회의 조사에 따르면 영화관 수익의 50%는 팝콘으로 얻는다고 한다. 이에 영화관은 팝콘을 ‘필요한 음식’으로 만들기 위한 전략으로 팝콘 매점을 매표소 옆으로 옮겼다. 팝콘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시선을 끌고, 팝콘의 고소하고 달콤한 냄새로 후각을 자극해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발길을 매점 앞으로 이끄는 것이다. 이러한 매점의 위치는 감각을 통해 사람들을 이끌 뿐만 아니라, 팝콘 소비를 영화 관람의 과정 중의 일부로 인식하게 한다. 팝콘 소비에 독립적인 하나의 소비 행위가 아닌 당위성을 부여한 것이다.

다양한 곳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팝콘’

‘팝콘’이라는 단어는 음식뿐만 아니라 사회의 많은 분야에서 등장한다. 그 예시로는 ‘팝콘 브레인’이 있다. ‘팝콘 브레인’은 현대인들이 강한 자극에는 빠르게 반응하지만, 작은 자극, 즉 다른 사람의 감정이나 느리게 바뀌는 진짜 현실에는 반응하지 않아 현실에 무감각해지는 것을 의미한다. 이 현상에 ‘팝콘’의 이름이 붙은 이유는 팝콘이 터지듯 크고 강렬한 자극에만 우리의 뇌가 반응한다는 뜻에서 붙은 이름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 보급의 폐해 중 하나로 지목되는 현상이다. 

팝콘은 또한 ‘팝콘을 먹는다’라는 말로 활용되어 어떤 상황이나 사건을 직접적으로 겪지 않는 주변인이 ‘이 사건에 관여하지 않고 구경하겠다’라는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영화 관람을 할 때 팝콘을 먹는 것처럼 가볍게 사건이나 상황을 즐기겠다는 의미이다.

 

오랜 역사를 통틀어 사랑받고 있는 음식인 만큼 팝콘에는 사회의 흐름이 녹아 있다. 오늘날 사람들에게는 그저 간단한 간식일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주식이 될 수도, 또 어떤 사람에게는 팝콘이 하나의 전략으로 사용되는 모습까지 볼 수 있듯이 말이다. 이렇듯 팝콘은 우리 옆에 알게 모르게 항상 존재해왔다. 가볍게 즐겼던 팝콘, 이번에는 팝콘이 어떤 역사를 거쳐 왔는지 생각하면서 즐겨보면 어떨까. 

김채원 기자  won6232@mail.ho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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