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강노빈(국어교육11) 동문

특별하지 않아도 괜찮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자는 주목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기자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타인에게 드러내며 인정받고 관심 받는 느낌을 즐긴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듯 관심과 주목에 대한 갈증도 끝이 없기 마련이다. 때문에 기자는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면서도 ‘이 활동이 미래에 어떤 도움이 될까?’, ‘내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이 시간 낭비는 아닐까?’ 등의 고민을 하며 현재와 미래의 시간을 저울질하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같은 과를 졸업한 강노빈 동문을 만나러 가기 직전, 기자의 마음이 평소보다 더욱 무겁고 긴장이 됐던 이유는 재학 당시 학생회장까지 맡았던 동문의 이야기를 들으면 스스로 자존감이 낮아질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서였다. 서울시립대학교의 교정에서 강노빈 동문을 만나며, 기자는 이러한 불안감을 잠시 접어두고 학과와 교수님 근황 전달과 함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2015년도 국어교육과 학생회장을 맡으며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동문은 잠시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는 듯 했다. 동문이 생각에 잠긴 동안, 기자는 학생회장이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이루어 낸 영웅담을 예상했다. 하지만 그의 대답은 여러 의미로 기자를 놀라게 했다. 당시 대동제에서 최고 수익을 올렸었다며 그 수익금으로 학생회실의 시설을 모두 새것으로 교체했다고 자랑스레 말하는 동문이 모습에 예상과는 달리 소탈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학생회장으로서의 경험을 묻는 질문에 본인의 거창한 업적보다 과 사람들과 함께 이루어 낸 활동을 언급한 것을 보며 동문의 깊은 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학생회장으로 재학 중이던 당시를 떠올리며 회장직이 끝나고 자신에게 도움을 요청하거나 고민 상담을 하는 등 의지하는 후배들과 동기들의 모습에 뿌듯함을 느꼈다고 전했다. 기자가 계속 ‘학생회장’에 대해 언급하자, 쑥스러워하며 학생회장으로서의 기쁨은 무엇보다도 과의 학우들과 모든 일정을 함께 계획하고 진행하고 마무리하는 시간들에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대단하고 거창한 것을 하는 것보다도 함께 하는 그 시간과 추억에 의미가 있다고 보는 동문의 모습에 어느새 기자는 동문에게 느꼈던 거리감이 사라지고 있음을 느꼈다. 

함께 한 시간이 중요할 뿐 특별한 활동이 필수적이지는 않다고 말하는 동문은 그에게 가르침을 받은 학생들이 훗날 어떤 사람이 되기를 바라냐는 질문에 ‘피해주지 않는 사람’이라고 대답하여 또 한 번 기자를 놀라게 했다. ‘꿈을 이루는 사람이 되세요’, ‘세상을 이끄는 주인공이 되세요’라고 말하는 세상과는 달리, 동문은 어떤 곳을 가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그저 제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가치관은 교사로서 학생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지켜봐주며 학생의 길을 응원하는 동문의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동문은 누구에게나 남들보다 특별하고 우위에 있어야 한다는 부담감을 덜어주려 노력했기 때문에 수많은 후배들과 동기들, 지금의 학생들에게 존경받는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인터뷰가 끝나갈 무렵, 동문은 긍정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그에 따르는 책임감과 성실성 등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일단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하세요.” ‘막연한 긍정’이라는 말에 모든 행동과 계획 하나하나에 전전긍긍하는 기자의 모습을 반성해 보았다. 기자는 막연하게 긍정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한 번이라도 있었던가? 오히려 미래의 불안을 지레짐작하며 현재의 행복을 유예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모든 면에서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어쩌면 스스로를 끊임없이 검열하게 하는 욕심일지도 모른다. 인터뷰가 끝나고, 기자는 인터뷰 전에 접어두었던 불안감을 영영 다시 꺼내지 않아도 될 것 같다고 생각하며 힘차게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었다.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신기사

하단영역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