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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로 보는 우리의 100년

〈자화상自畵像 - 나를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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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00년 전 우리가 사는 이곳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조상들은 우리를 억압하는 일제와 다양한 방식으로 맞서 싸우고 있었다.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에서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서화를 통해 뜻깊은 역사를 되짚어 보며 우리로 하여금 그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든다. 이번 전시는 ‘예술에 있어서의 독립 문제’를 주제로 대변혁기의 우리 예술을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고자 기획되었다. 또한 독립운동가 겸 저항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 독립운동가 백범 김구의 친필이 일반에게 최초로 공개되는 만큼 의미가 크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판서 하나가 관람객들을 맞이한다. 김성근의 <칠언시>(1871)로부터 시작하는 이 전시는 일제강점기 이전부터 광복 이후 분단 시기까지를 아우른다. 

첫 번째 섹션에서는 육렴부, 오곡상, 예전, 황산수 4명의 화가가 각기 그린 <천심죽재도>가 전시되어 있다. 명성황후의 친정 조카인 민영익이 상하이로 망명을 가 지내던 곳이 바로 해당 작품에 표현된 천심죽개이다. 서로 다른 네 사람이 그린 <천심죽재도>는 같은 곳이지만 각각 다른 곳인 듯 오묘한 느낌을 내뿜는다. 

두 번째 섹션에서는 고종의 <정헌(正軒) 편액>을 볼 수 있다. 이는 1907년에 고종이 아들인 순종에게 호를 내려주면서 쓴 글이다. 고종은 “임금이 바르면 바르지 않음이 없으니, 이제 ‘정(正)’으로 호를 내려주어 힘쓰라는 뜻”을 순종에게 내렸다. 또한, 해당 섹션에서 볼 수 있는 <태상황제 사십구세 어용 초본>은 고종이 거울 보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작품명의 태상황제는 고종으로, 이전의 인물화가 항상 정면을 응시한 세밀화였다는 점에서 고종의 뒷모습이 담긴 이 작품은 당시 굉장히 파격적인 그림으로 평가받았다. 이는 대한제국이 서양 화법을 본격적으로 수용한 궁중 미술 변화의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가장 보수적인 인물화였던 어진을 통해 세상의 혁명적인 변화 이면을 말해주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시대의 항거 모습을 보여주는 영상과 한용운 시인이 직접 자필로 옮긴 3·1운동 민족대표들의 옥중 시들이 있는 통로를 지나면, 본격적인 일제강점기 시대 작품들과 광복 이후 작품들에 닿게 된다. 이 시기에 국내 작가들은 더 깊은 미술공부를 위해 일본 유학을 가는 한편, 한 손에는 폭탄을, 또 다른 손에는 붓을 드는 등의 굳건한 독립정신과 자유의지를 더욱 보여준다. 1945년 8월 15일 김구는 판서 <한운야학(寒雲野鶴: 한가로운 구름과 들판 위의 학)>을 쓰며 자신을 한 마리의 학에 비유하고 남한 단독선거 이후 정부수립이 선포되는 것에 대한 좌절감을 표현했다. 이렇듯 전시의 많은 작품에는 나라 잃은 아픔에 비탄하던 사람들의 마음이 깃들어 있었다. 또한 최근까지 작품을 볼 수 없었던 월북 작가인 정종여의 <참새>를 통해 분단의 아픔으로 인한 그리움도 느낄 수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한 올해, 이번 <자화상自畵像-나를 보다>展을 통해 선인들이 서화 속에 담아낸 우리의 역사를 뒤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전시를 통해 현재의 한국이 온전히 ‘우리나라’가 되기까지의 아픈 역사를 되짚어 보며 강인했던 선인들의 마음을 한번 느껴보자. 앞으로 우리가 나아갈 길의 이정표가 되어줄 것이다. 

 

전시기간: 2019년 3월 1일(금)~2019년 4월 21일(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2층

관람시간: 오전 11시~오후 8시

관람요금: 성인 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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