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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평면 붙잡기

지금부터 진부한 이야기를 하려 한다. 진부하다 못해 지겨울 것이다.

“홍대신문 기자로서, 학우들이 홍대신문을 읽지 않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죠?” 기자실에 들어온 본지 기자 한 명이 투덜댔다. 수업시간에 위와 같은 질문을 받았다고 한다.

“온라인보다는 지면 위주로 배포되는 매체고...학생자치에 대한 학우들의 무관심 때문일 겁니다.” 기자는 진부한 답변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답변의 기회, ‘보도 기사가 개인이나 단체에 대한 비판적이거나 비장적 내용을 포함할 때에는 상대방에게 해명의 기회를 주고 그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 이는 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제정한 신문윤리강령의 제3조 보도준칙이다. 사건이 터졌을 때, 기자는 그 사건의 중심에 위치한 당사자에게 찾아가 묻는다. '현재 심정이 어떠십니까',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입니까' 그리고, '왜 그러셨습니까?' 기자들이 취재원에게 민감하고 공격적인 질문을 던질 때마다 취재원이 느끼는 감정이 이와 같을까. 당연하게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남의 입을 통해 이를 들으니, 매번 마음 한편이 무너진다.

그렇다. 읽지 않는다. 교내 많은 사건, 사고와 그 현황에 대해 궁금해하는 학우들마저도, 학내 정보를 얻기 위해 ‘신문’을 찾지는 않는다. 한 기자는 말했다. “아무도 안 읽는 신문, 그냥 소꿉장난 같은 일이라면 저희는 뭐 하러 이 고생을 합니까?”라고. ‘홍대생은 모르는 홍대신문?’, 지난 1271호 본지 10 면 코너 <홍대신문을 읽고> 투고 글의 제목이었다. 이는 해당 코너 신설 후 매주의 투고글에서 재차 반복된 주제였고, 그마저도 이내 당연하게 여겨졌다. 신속성, 접근성, 전문성의 한계. 대학신문의 지겨운 한계점들이다. 그러나 편집국에서는 지겨운 주제가 아닌 아픈 현실이다.

기자는 본교 미술대학 회화과에 재학 중이다. 붓과 연필을 평면에 문지르는 중이다. 본지 편집국장으로서의 업무와 미술학도로의 학업을 병행하는 것이 어렵고도 이질적이지 않느냐는 질문을 수없이 듣는다. 그러나 사실 이질적일 것도 없다. 쓰고 그리는 것은 마찬가지다. 회화 작품과 신문의 제작 과정은 굉장히 유사하다. 현실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본인이 본 것을 다른 이에게 다시 보여주기. 복잡하고도 놀라운 세상을 한순간, 한 시야의 평면으로 펼쳐내기.

실기실에서 그림 그리다 옆자리의 학우를 보면 어느 순간 힘이 빠지기도 한다. 많은 이들이 평면회화를 제작하기보단 영상을 쏘고, 오브제를 주워와 설치하고, 소리를 만들어 내보내고 있다. 그렇다. 미술에서도 평면회화란 죽어가는 매체다. 회화과 커리큘럼마저 이제는 회화뿐 아니라 타 매체를 복합적으로 사용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사실 이 글은 그저 한탄이다. 기자는 이 고질적인 문제에 대해 누군가를 탓하지도, 원인을 찾아 색다른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이 글을 읽는 이의 어깨마저 처지게 만들었을까 미안한 심정이다. 그렇다면 기자와 같이 죽어가는 것들을 계속하는 이들의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제작자의 자기만족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한 교수님은 말씀하셨다. 남에게 보이지 않기 위해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없다고. 신문도 마찬가지다. 기자로서의 보람도 중요하지만, 우리의 궁극적인 목표와 이유는 우리의 시각과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다.

이제는 미디어의 시대다. 미술에서 회화보다 미디어를 활용하듯, 신문도 접근성의 개선을 위해 지면보다 온라인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그러나 본 기자의 생각은 다르다. 신문의 본질은 지면이다. 신문의 매력은 그저 회색 종이의 물성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편집하고 그려 한 평면에 펼쳐내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한눈에 우리의 시각과 세상을 볼 수 있게 하는 것. 이토록 유일무이한 평면의 매력과 의의는 어떤 4차원의 매체로도 대체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이 자부하고 있지만, 우리를 둘러싼 현실은 여전하다. 그러나 사실 기자에게 별다른 대책은 없다. 유일하게 할 일이라고는 그저 계속해서 ‘평면’을 제작해내는 것뿐이다. 이 평면이 여기 굳건히 존재한다는 것을 지속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헛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오늘도 기자는 사라져가는 평면을 붙잡고 있다.

편집국장 홍준영  mgs05038@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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