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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 <동색(銅色)의 풍경>, 46.5×60cm, 유화, 196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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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관, <동색(銅色)의 풍경>, 46.5×60cm, 유화, 1964년
남관, <동색(銅色)의 풍경>, 46.5×60cm, 유화, 1964년

홍익대학교박물관이 소장하는 남관(1911~1990) 선생의 <동색(銅色)의 풍경>(1964)은 프랑스 앵포르멜(Informal)의 영향을 강하게 드러내는 작품으로, 서구 추상미술이 수용된 1950년~1960년대 초기 한국 추상미술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작품입니다. 무겁고 어두운 색조가 특징인 이 작품은 세월의 흔적으로 녹이 슨 철물을 연상시키며, 추상적인 문자 형태가 마치 고대 언어가 새겨진 유물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익숙한 김환기(1913-1974) 선생을 포함한 한국의 여러 추상 화가들은 1950~60년대에 걸쳐 프랑스에서 그림을 배우고 귀국하여 국내에 추상미술을 소개하였습니다. 남관 선생 역시 1968년 프랑스에서 귀국 후, 1975년까지 홍익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 추상미술의 발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작가만의 독창적 감성이 느껴지는 앵포르멜 추상으로 유럽과 국내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남관 선생을 비롯한 한국의 초기 앵포르멜 추상 화가들의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 지는 특징은 이성보다 감성 중심의 표현, 우연에 의한 마티에르, 표면의 균열효과, 여백과 텅 빈 공간의 강조, 무겁고 어두운 색채의 사용, 비정형의 얼룩, 문자 추상형태, 두터운 마티에르의 표면, 그리고 동양적인 감성이라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앵포르멜은 제 2차 세계대전 후 프랑스를 중심으로 일어난 새로운 회화운동으로 격정적이고 주관적인 호소력을 갖는 표현주의적 미술입니다. 그것은 과거부터 오랫동안 고정되어온 미적 가치를 파괴하고 새로운 조형의 의미를 만들어내려는 시도였습니다. 1951년 프랑스의 예술가이자 평론가인 미셸 타피에(Michel Tapie, 1909-1987)는 이러한 경향의 화가들을 소개하는 전시를 기획하여 모든 정형을 부정하고 공간이나 마티에르에만 전념하는 이 새로운 미술을 ‘앵포르멜’, 즉 ‘비정형인 것’이라 주창합니다. 

유럽 앵포르멜의 등장 배경은 흔히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서구의 정신적인 풍토와 연결 지어 이해됩니다. 전쟁이 주는 혼란과 불안감이 인간성에 대한 신뢰감을 깨뜨렸고, 그로 인한 부정적인 태도와 허탈감이 비정형을 추구하는 예술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배경과 같이, 서구의 전후 추상미술, 특히 유럽의 앵포르멜 경향이 1960년대 한국 화단의 주된 경향이 된 배경은 한국전쟁과 관련해보기 쉽습니다. 그러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작가의 의지와 가치관이기 때문에 전쟁이라는 공통된 시대적 정황만으로 유럽 앵포르멜이 수용된 배경을 확단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의 제목(동색의 풍경)과 어둡고 무거운 색채에서 전쟁의 풍경 또는 전쟁이 남긴 후유증을 떠올리게 됩니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남관 선생의 초기 추상 작업이 한국미술이 근대에서 현대로 바뀌어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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