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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다송(판화12) 동문

기자는 수업을 마치자마자 강의실을 나와 홍문관으로 향했다. “또 신문사 일이야?”라고 묻는 친구의 물음에 기자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개강 후 매주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어느 정도 적응을 했지만, 기자는 이런 질문을 받으면 왠지 모를 허탈함을 느꼈다. 신문을 만든다는 것에 대한 설렘은 이미 오래 전에 날아가 버렸고 또 하나의 업무를 껴안았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복잡한 머릿속을 뒤로 하고 기자는 정문 앞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동문을 만났다.

기자는 가장 먼저 동문의 대학생활에 관해 질문했다. 그녀는 판화과지만, 학교생활을 하던 중 디자인에 관심을 가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디자인 전공자가 아니어서 학교 수업을 듣는 데 한계가 있어 아카데미와 디자인 학교에서 공부를 했다고 한다. 이후 동문은 작은 스타트업 회사에서 인턴 생활을 하고 다양한 전시 활동에 공모도 하며 대외활동에 집중했다. 그녀는 학과 내에서 얻을 수 있는 진로 정보도 없고, 학교생활도 맞지 않아 힘들었다고 전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디자인 공부는 하고 싶었지만 방법은 몰라 더욱 답답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누군가 한명이 딱 나타나서 이런 식으로 하면 된다고 명확하게 말해주기를 바랐다”라는 그녀의 말에 기자는 대학을 다니고 있는 학우들 모두가 그녀와 똑같이 생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명확히 정해지지 않은 길을 가며 누구에게서도 조언을 얻을 수 없던 그녀 입장에서는 더욱더 힘들었을 것이다.

동문은 현재 채널A 비주얼 브랜딩(visual branding)팀에서 일하고 있다. 기자는 사실 SNS를 통해 동문을 발견했을 때, 동문의 프로필에 적혀있는 비주얼 브랜딩이란 단어를 인터넷에서 찾아봤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동문은 비주얼 브랜딩은 다소 생소한 분야일 것이라며 그녀 또한 회사에 들어온 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비주얼 브랜딩이란 간단히 말하면 프로그램에 맞는 이미지를 만드는 것으로, 포스터, 타이틀 영상, 자막 디자인, CG 디자인 등이 한 프로그램 안에서 전체적인 통일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동문은 일을 하면서 가장 뿌듯한 순간은 프로그램이 끝나고 스태프 스크롤(scroll)이 지나갈 때라고 전했다. 동문의 SNS에는 그녀가 담당한 프로그램마다 그녀의 이름이 담긴 스태프 스크롤의 장면을 게시한 것을 볼 수 있다. 그녀는 일이 힘들더라도 자신을 버틸 수 있게 하는 것이 이 화면이라고 말했다.

동문은 학우들에게 ‘워라밸이 보장되지 않는 회사에서의 생존법’을 전했다. 그녀는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업무상 야근도 많고, 쉬는 날도 없어 삶이 힘들다고 생각될 때가 많다고 했다. 이 때문에 인간관계가 좁아지고, 잃는 친구들도 많았다고 한다. 동문은 이런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아무리 자신의 일로 바쁘다고 할지라도 인생의 우선순위를 일로 두어서는 안 되고 모든 인간관계에 최대한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기자는 그녀의 말에 무척 공감했다. 신문사 일정으로 바빠진 이후, 기자는 친구들과의 약속을 미루거나 깨는 일이 많았다. 처음에는 친구들에게 미안하다며 다음에 보자는 말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약속을 깨는 일이 당연한 것처럼 느껴졌고 약속을 잡는 일도 귀찮아졌다. 동문은 본인이 얼마나 바쁜지 아무리 설명해도 친구는 이해할 수 있는 것에 한계가 있다며 인간관계에서 ‘타협’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일에 대한 회의감을 극복하고 싶다는 동기의 말에 동문은 회의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고 했다. 기자들이 느끼기에는 본인들의 일에 회의감이 들겠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무척 의미 있는 일로 보일 것이라고 기자를 격려하기도 했다. 기자는 잊고 있었던 것을 알게 된 것처럼 놀랐다. 기자의 눈에 동문의 일이 멋있어 보이듯이, 누군가의 눈에는 기자의 노력이 의미 있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동문과 인터뷰를 한 후, 얼마 뒤 그녀의 SNS에는 새로운 프로그램을 홍보하는 영상이 올라왔다. 프로그램 이름은 ‘굿피플(Good people)’. 아마 동문은 또 다른 디자인 작업을 시작했을 것이다. 기자 또한 다음 주가 되면 또 다른 기사를 맡게 된다. 쳇바퀴에 올라탈 것이다. 하지만 회의감은 갖지 않으리라. 괜한 회의감으로 얼룩진 기자의 삶은 너무나 슬플 것이다. 기자는 그녀가 보여준 긍정처럼, 또 다른 마감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자고 비로소 다짐할 수 있었다.

우시윤 기자  woosy0810@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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