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21.3.5 금 17:27
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기자 프리즘
결과에 속아 과정을 무시하지 말 것

지난 겨울, 기자는 충동적으로 영어 스터디를 신청했다. 주변의 어느 누구와도 상의 한마디 없이 스스로 내린 결정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 그곳에서 기자는 다양한 학교, 나이의 사람들과 함께 영어로 대화하고 그들과 일주일을 공유하곤 했다. 항상 정해진 일상과 일정만을 고집하던 기자가 왜 그런 계획에도 없던 일을 선택했는지는 아직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기사를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않았던 영어 스터디를 신청한 ‘진짜 이유’를 솔직히 털어놓고자 한다.

중·고등학생 시절까지 기자의 성격은 사교적이고 활발했다. 남에게 다가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낯선 환경에서도 쉽게 적응하는 적극적인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기자의 뒤를 따라다녔다. 기자의 주변은 항상 시끌벅적했고, 그 사이에서 생활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보면 행복했다. 하지만 그 당시 함께 했던 친구들은 현재의 기자를 보고 “너 성격이 너무 변한 것 같아”라는 말을 많이 한다. 사실 스스로도 느끼고 있던 변화였다. 이전과는 다르게 기자는 낯선 사람에게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 쉽지 않아졌고, 익숙하고 편한 것만 찾으려 했다. 또한, 친구들에게 무심코 건넨 한마디가 그들을 상처받게 하지 않았는지 매일 후회하고 자책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렇게 남의 눈치만 보며 몇 달을 그럭저럭 지내오다 지난 겨울 기자가 확실히 깨달은 것은, 이런 성격의 변화가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무언가 일상에서 벗어난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다.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고 낯선 분야에 도전하는 것이 절실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눈에 들어온 것이 영어 스터디였다. 주변 사람들에게는 영어 공부가 하고 싶다는 뻔한 핑계를 댔지만, 결국 이 선택의 궁극적인 목표는 성격의 변화였다. 기자는 스터디에 나가기 전, 이전처럼 활발하고 재미있는 성격으로 ‘둔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리고 대망의 첫 스터디 모임 날, 야속하게도 기자는 또다시 낯을 가리고 말았다. 다들 웃으며 아무렇지 않게 대화를 나누는데, 그 대화 속에서 쉽게 입을 떼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또다시 자책감에 휩싸였다. 

그렇게 한 주 한 주 자책감을 느끼며 스터디에 나가던 도중, 스터디 과제였던 전화 미션을 하게 되었다. 미션은 조원과 자신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 당시 조원이었던 한 언니는 낯선 사람이었지만 이상하게도 기자는 그녀에게 기자의 고민을 술술 털어놓았다. 그 당시 언니가 해주었던 한 마디가 기억에 남는다. “과거와 달라진 너의 모습을 바꿔보려고 도전한 그 자체가 이미 조금은 변화했다는 증거야. 만약 나라면 절대 이런 도전을 할 생각도 못 했을 텐데, 너 대단하다” 이 말을 들은 순간 멍해졌다. 그동안 기자는 달라진 결과에만 집착했지 과정은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기자는 언니의 말을 통해 바뀐 성격을 고쳐보려는 이 시도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실 아직 기자는 원하는 바와 같이 성격을 완벽하게 고치지는 못했다. 하지만 요즘 스스로 새로운 도전거리를 만들며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의 모습을 완벽하게 되찾지는 못했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앞으로도 이 여정을 계속할 것을 이 글을 통해 다짐한다.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독자가 기자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면 말해주고 싶다.

“결과에 속아 과정을 무시하지 마세요”

천지예 기자  jiye1108@mail.hongik.ac.kr

<저작권자 © 홍대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