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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택배산업을 파헤치다내 마음의 횡격막을 울리는 그 남자의 발걸음 소리

내 마음의 횡격막을 울리는

그 남자의 발걸음 소리

- “택배 왔어요” -

 

쇼핑몰 업체에서 광고로 내세운 단편 시이다. 이 광고에 대해 대중은 “공감 백배”, “재치 있다”라며 공감하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가 알다시피 ‘그 남자’는 택배기사를 지칭한다. 이렇듯 택배는 일반적으로 고객들에게 일상의 설렘과 기대를 가져다준다. 그리고 택배기사의 친절한 말 한마디는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기도 한다. 고객에게 물품과 동시에 행복을 전달하는 대한민국 택배산업을 파헤쳐보자. 

 

택배공화국 대한민국 

2000년을 전후해 홈쇼핑 및 전자 상거래 시장의 확대로 성장을 거듭한 택배산업은 현재 ‘생활 물류’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서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2002년부터 2012년도에 이르기까지 택배 접수물량은 연평균 약 17%의 증가율을 보이며 매출액 역시 618억에서 3,230억으로 약 5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여줬다. 그야말로 눈부신 성장이었다. 그 이후의 택배산업은 완만한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물량과 매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지만, 이전처럼 급성장을 이루기보다는 완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 결과로 2017년 우리나라 1인당 택배 건수는 44.8건으로, 미국(34.6건), 일본(29.8건), 중국(29.1건)을 압도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또한 2018년 우리나라 택배 시장은 약 5조 7천억원의 규모를 기록했다. 택배 물동량으로 치면 약 25.5억개인 것이다. 바야흐로 택배공화국의 시대다.

한국기술혁신학회는 이러한 택배산업의 성장요인으로 △소비자 선호의 변화 △무점포판매의 성장 △제3자물류의 발전을 꼽는다. 우선 ‘소비자 선호의 변화’에 대해 살펴보자. 2000년대 들어 소득수준이 향상되면서 소비자들은 개성을 살릴 수 있는 다양한 상품을 요구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이 물류 부문에서 ‘소량다빈도’ 주문으로 이어졌다. 즉, 직접 구하기 어려운 개성 있는 물품들을 구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물류산업에 의존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으로 ‘무점포판매의 성장’이다. 무점포판매는 전자상거래, 통신판매, 홈쇼핑을 일컫는데, 거래비용과 판매비용을 절감시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정보화시대의 도래에 따라 무점포판매가 성장하고, 이는 자연스럽게 택배산업의 확대를 초래했다. 마지막으로는 ‘제3자물류의 발전’이다. ‘제3자물류’란 물류 관련비용의 절감을 위해 제품 생산을 제외한 물류 전반을 특정 물류 전문 업체에게 위탁하는 것이다. 많은 기업들이 타 기업에 대한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이를 이용한다. 기업들이 물류과정에서 운송서비스 전반 전문 업체에게 위탁하여 운영하기 때문에 이는 자연스레 택배산업의 고성장으로 이어졌다.

 

기업들의 치열한 택배 경쟁

‘로켓배송’, ‘당일배송’, ‘새벽배송’, ‘무인택배’. 시간이 지날수록 택배서비스의 질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그 원인은 택배 산업의 성장세가 완만한 성숙기에 이르면서 택배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가 더욱 까다로워지고 있는 것에 있다. 택배산업을 운영하는 기업들은 경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 지속적인 서비스 향상에 몰두하고 있다.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한 치열한 배송 전쟁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그 시작은 온라인 통신판매 업체인 「쿠팡」의 ‘로켓배송’이다. 2014년 「쿠팡」이 도입한 ‘로켓배송’은 소비자가 상품을 구매하면 쿠팡맨을 통해 무상으로 서울·경기뿐만 아니라 전국에 24시간 이내로 도착할 수 있도록 빠르게 배송해주는 자체 배송 시스템이다. 평균 배송일이 2~3일이었던 기존의 시스템을 탈피한 ‘로켓배송’은 소비자의 이목을 끌었다. 이를 시발점으로 배송 전쟁이 본격화되었다.

기존 택배기업들도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시작하며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이때 배송 전쟁에 비켜 서 있었던 백화점과 홈쇼핑 업계도 배송 경쟁에 합류하며 배송전쟁은 더욱 격화되었다. 그 결과, 지금은 ‘당일배송’, ‘새벽배송’은 당연한 서비스로 취급받는다.

한편 택배산업은 일주일 중 오직 일요일 하루만을 휴일로 두고 있다. 택배산업이 일주일 중 하루 이상을 쉬는 것은 자연스럽게 배송 시간의 지연으로 이어지고, 이는 경쟁력 저하를 야기하기 때문이다. 법정 휴일인 근로자의 날에도 택배산업은 쉬지 않았다. 택배기사가 법적으로 근로자가 아니라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특수고용직인 점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택배산업의 치열한 경쟁도 택배산업의 부족한 휴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낮은 택배비 단가도 경쟁의 아주 중요한 부분으로 작용한다. 1997년 4,732원으로 고점을 찍은 택배비 평균 단가는 2015년 2,392원, 2016년 2,318원, 2017년 2,248원, 2018년 2,229원으로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똑같은 조건을 가진 기업들에게 충성도 높은 고객 유치는 최우선문제이기 때문에 택배비를 인하하여 고객을 유인하는 것이다. 20년 동안의 물가수준을 고려하면, 약 2,500원의 평균 택배비 인하는 택배산업의 충격적인 경쟁 과정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 택배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택배시장 점유율 1위 업체가 택배비 가격을 인상한 것이다. 이에 따라 곧 다른 기업들도 함께 택배비를 인상할 수도 있으며, 어쩌면 그 기업만 홀로 택배비를 인상한 것으로 남을 수도 있다. 택배비 인상의 결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며 이같은 결정이 향후 택배산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치열한 택배산업의 경쟁에 숨통이 트이는 것은 분명하다.

 

특수고용직: 택배기사, 치열한 경쟁의 피해자

택배산업의 든든한 기둥인 택배기사는 특수고용직의 대표적인 직종이다. 국내 대부분의 택배기사는 택배기업과 개인 간의 계약을 통해 근무를 하게 된다. 즉 ‘근로자’의 개념이 아니라 ‘개인사업자’의 개념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주52시간 노동제’나 근로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산재보험’, ‘직원 복지 혜택’은 이들에게 적용되지 않는다. 합정동 일대 지역의 배송을 맡고 있는 한 택배기사의 일화는 이 같은 처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합정동에 위치한 많은 프랜차이즈 기업에 배송을 가는 그는 같은 기업계열의 직원이 가끔 택배회사 로고가 그려진 것을 보고 반갑게 인사하며 직원카드를 통해 받을 수 있는 할인정보를 알려준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항상 “저는 여기 직원 아니에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들은 회사로부터 오직 임금만을 보장받으며, 차량 유지비(기름, 보험)와 개인 보험 비용 등 기타 모든 비용은 스스로 부담한다. 또한 퇴직연금도 받지 못하며 개인적인 이유로 일을 하지 못한다면 이는 그대로 임금 손실로 이어진다. 부상을 입거나 질병으로 일을 더 이상 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들을 지켜줄 제도가 없기 때문에 매우 불안정한 고용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살펴본 치열한 배송 전쟁도 택배기사들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로켓배송’과 ‘새벽배송’이 시작됨에 따라 이들의 출근 시간은 더 앞당겨졌으며 근무 강도도 더 세졌다. 기업들의 과도한 경쟁으로 인한 서비스 향상이 택배기사 복지의 저하를 야기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택배기사의 휴일은 일반 근로자에 비해 적은 상황이다. 이들의 휴일이 곧 배송 시간의 지연이고, 기업 간 경쟁에서 기업이 뒤처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속적인 택배비의 인하는 택배기사의 임금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들은 택배비 단가의 일부를 통해 이익을 얻는다. 즉 월별로 택배를 얼마나 배달했는지에 따라 각 택배기사의 수입이 달라지는 것이다. 이러한 수익구조에 의해 지속적인 택배비의 인하는 당연히 이들의 임금감소를 초래한다. 하지만 이러한 불리한 조건의 경쟁 속에서 그들 스스로 개선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택배산업의 경쟁을 넘어 삶의 경쟁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이들은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혹자는 택배산업의 택배기사를 ‘감정 서비스’ 종사자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만큼 택배기사는 고객 응대 과정에서 감정노동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발표한 통계, ‘택배기사 절반 이상이 고객에게 욕설·폭언을 당한 적이 있다’는 결과가 이를 뒷받침한다. 실제로 작년 11월에는 주문한 택배물건을 받고도 못 받았다고 주장한 고객이 택배기사를 폭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같은 통계에 따르면 응답자의 45.4%는 본인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분실한 택배물건을 배상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잘못된 주소지 기재로 고객이 원하는 장소로 다시금 배송한  경험이 있는 택배기사는 응답자의 77.4%다. 응답자 81.6%는 고객의 연락처가 잘못 기재돼 배송에 문제를 겪은 적이 있다고 한다. 대한민국 택배기사는 고객들의 횡격막을 울리며, 고객들에게 행복을 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는 누구도 모르게 그들의 어딘가를 울리고 있지 않을까?

 

참고문헌

박정선 외 1인, 『외직구와 해외직판 증가에 따른 택배산업전망과 장애요인 연구』, 한국경영컨설팅학회, 2017 

박정선 외 1인,『소셜커머스 배송전쟁에 따른 택배업계의 장애요인 : 쿠팡 로켓배송 사례를 중심으로』, 한국경영컨설팅학회, 2016 

이정한,『택배산업의 미래: 빠른 서비스에서 감정 서비스로』, 과학기술정책연구원, 2013

조연상외 1인,『한국의 택배시장 분석』, 기술혁신학회지, 2001

 

박성준 기자  gooood8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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