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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 상자를 열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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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 기자의 장래희망은 다양했다. 초등학교 때는 타임머신을 만들겠단 포부를 가지고 과학자란 꿈을 가지게 됐고, 중학교에 들어서서는 홍콩 빌딩들의 모습에 감명을 받아 건축가라는 목표를 세우게 됐다. 글 쓰는 일을 하고 싶단 생각이 처음 든 것은 고등학교 1학년 때였다. 평소에도 시간이 남을 때마다 영화를 보곤 했는데, 당시 <포레스트 검프>라는 영화를 보게 됐다. 지적 장애인 포레스트 검프의 인생을 미국의 굵직한 사건들과 엮어 다룬다는 면에서 주인공의 삶을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와 함께 다루는 <국제시장>과 같은 영화였는데 이 영화를 보고 많은 생각이 들어서 개인 블로그에 나름대로 분석과 감상평을 써놓았었다. 그 이후 어느 날 블로그 알림이 울리기에 확인해봤는데, 누군가가 기자의 글을 보고 댓글을 작성한 것이다. “잘 읽었습니다. 영화 속 사건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셔서 좋았어요”라고.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받아본 첫 반응이었다. 

그 이후로 꾸준히 글을 쓰기 시작했다. 블로그에 영화 관련 글도 주기적으로 작성하고, 소설 공모전에도 응모했다. 그리고 온라인에 글을 쓸 때마다 달리는 댓글을 보고 행복을 얻곤 했다. 그러면서 글과 관련된 직업을 꿈꾸게 되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도 정확한 목표는 세우지 못했다. 글 쓰는 일을 업으로 삼는 직업은 한두 개가 아니기 때문이다. 언론인을 목표로 삼은 때는 고2 겨울방학 때였다. 당시 아버지랑 영화 <1987>을 보러 갔는데, 영화 속 수많은 기자의 진실을 위한 외침은 기자에게 언론인이란 꿈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언론인이 되기 위한 준비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교 입학 후 홍대신문에 들어왔을 때부터다. 수능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 블로그에 작성한 글도 모두 지우고 글쓰기에 거리를 둔 채 입시 공부에 집중한 탓에, 수능 끝난 직후 다시 글쓰기를 시도했을 때 어려움을 겪었고, 수험생 생활이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글을 쓰지 않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홍대신문에 54기 수습기자로 들어오게 되었다. 매주 담당 기사를 작성하고 그것을 피드백 받는 절차는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고 언론인이란 목표를 향해 다시 나아가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이었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주인공의 어머니는 이런 말을 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단다. 무엇을 얻을지 알 수가 없거든” 삶의 불확실성과 유동성을 상자를 열기 전까지 어떤 모양과 맛의 초콜릿이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는 점에 빗댄 대사다. 기자의 인생 또한 지금까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을 때가 많았다. 초등학교 시절만 하더라도 언론인을 목표로 삼게 된다는 건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아직도 확실한 미래를 알 수 없지만 홍대신문에서 경험을 쌓으면서 인생의 모양을 조금이나마 더 확실히 해볼 것이다. 단순히 기사 작성에만 몰두하는 게 아니라 취재 과정을 겪어보면서 기자가 정말 적성에 맞는지 살펴볼 것이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이번에도 생각과 다른 상황을 맞닥뜨릴 수 있지만, 기자의 초콜릿 상자 개봉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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