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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에서 가장 바쁜 홍익지구대, 위험으로부터 홍대 거리를 수호하다

‘홍대 지킴이’, 홍익지구대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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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모습 /사진: 이남주 기자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모습 /사진: 이남주 기자

‘삐뽀-삐뽀-’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씩은 반짝이는 경찰차를 타고 범인을 잡는 경찰을 꿈꿔본 적이 있을 것이다. 멋진 제복을 입고 서로 무전을 주고받으며 밤낮으로 뛰어다니는 그들은 자신의 안전을 담보로 시민들에게 편안한 밤을 선물한다. 하지만 아무리 훈련받은 경찰관이라도 일반 시민과 마찬가지로 위험에 맨몸으로 부딪히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그렇기에 최근 경찰의 업무와 삶을 소재로 하는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그들의 인권과 남다른 고충에 대한 이야기가 주목받고 있기도 하다.

경찰관은 지구대 인근을 순찰하며 시민들 사이 일어나는 싸움을 중재하고, 때로는 주취자를 보호하는 등 다양한 사건 사고를 처리한다. 특히 본교 서울캠퍼스가 위치한 서교동과 동교동, 합정동 인근은 ‘클럽 거리’, ‘걷고 싶은 거리’ 등 서울 관광 명소로 밤낮 없이 많은 인파가 몰리며, 매일 다양한 사건 사고가 발생한다. 이러한 이유로 합정동에 위치한 ‘홍익지구대’는 하루 평균 100건 이상의 112 신고가 접수되는 전국에서 가장 바쁜 지구대로 유명하다. 이에 본지는 많은 인파 속에서 시민의 안전과 홍익대학교 학우들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바삐 움직이는 홍익지구대원을 따라가 그들의 일상을 관찰해보았다.

 

우리는 대한민국 경찰입니다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모습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의 모습

민중의 지팡이, 그들은 안녕한가요?

위급한 상황이 생긴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누구일까? 바로 경찰이다. 사람들은 위험한 상황에 닥치면 긴급히 112에 신고한다. 그렇다면 1년 365일 불이 꺼지지 않는 경찰서, 그리고 지구대는 구체적으로 어떠한 업무를 담당하고 있을까? 본지는 합정동에 위치한 홍익지구대를 밀착 취재하며 이를 파악해보았다. 국민의 안전을 위해 오늘도 어김없이 최선을 다하고 있을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보자.

 

우리는 국민의 인권을 지키는 중입니다

작년 5월 14일(월), 경찰청은 일반 국민의 인권 침해 요인을 종합적으로 평가하고 예방하고자 하는 취지로 「경찰 인권 보호 규칙」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이는 경찰의 각종 법령과 행정규칙 및 주요 치안 정책에서부터 집회 및 시위 대응방식까지 시민의 인권 침해 방지 방안을 담았다. 또한 경찰은 현장에서 상대하는 시민의 나이나 성별에 따라 대응방식을 달리함으로써 국민의 인권 존중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월 13일(일), 경찰은 암사동에서 있었던 칼부림 사건에서 칼부림 가해자들이 미성년임을 고려하여 가해자에게 테이저건을 발사하지 않았다. 하지만 경찰이 범행 가해자를 쉽게 제압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자, 경찰의 대응이 소극적이었다는 일부 대중들의 비판이 뒤따르게 되었다. 

더불어 경찰이 여성 취객에 대응하는 지침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지침에 따르면, 경찰은 여성이 노출이 심한 의상을 착용했을 때 담요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술에 취한 여성을 깨울 땐 무릎이나 팔꿈치밖에 건드리지 못하고 부축할 때에도 여성의 어깨에 접촉하지 않은 채 들것에 실어야 한다. 이는 경찰이 여성 취객을 상대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행동이 성추행으로 의심받지 않기 위해 규정된 것이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취객의 성별에 따라 다르게 대응하는 태도가 부적절하며, 해당 지침이 오히려 여성 취객에 대한 경찰의 조치를 늦춘다고 지적했다.

 

경찰관의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요?

그렇다면 국민의 안전과 인권 보호를 위해 힘쓰는 경찰들이 정작 자신의 안전과 인권은 보호할 수 있을까?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자살로 생을 마감한 경찰관은 97명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직한 경찰관 61명과 비교할 때 36명 더 많은 수치다. 경찰의 주된 자살 요인으로는 업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이 꼽혔다. 경찰을 자살에 이르게 한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는 여러 보고서를 통해 입증된 바 있다. 치안정책연구소의 『경찰관 PTSD 실태와 제도적 대처방안』에 따르면, 경찰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TSD, Post-traumatic Stress Disorder)에 노출될 확률이 일반인보다 약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7년 가톨릭대 연구 보고서는 경찰의 스트레스 지수가 일반인의 4배에 달하며, 경찰의 자살률도 일반인의 1.5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덧붙여 2013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는 직업 1위에 경찰이 선정되었다. 특히 경찰관계자들은 인력이 부족한 상황 속 일선 파출소와 지구대 소속 경찰들이 매주 야간 근무를 동반한 3부제 혹은 4부제 형태 교대근무를 서고 있는데, 이와 같은 근무 체계가 경찰관의 업무 스트레스를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찰이 업무 과정에서 범죄자나 취객에게 욕설을 듣거나 폭력을 당하는 일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 예로 울산에서는 순찰 중인 경찰에게 한 행인이 “왜 차 안에서 잠을 자느냐”라며 시비를 걸고 폭력을 행사한 사건이 있었다. 이렇듯 경찰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를 방지하는 대책과 경찰에 대한 폭력을 예방하는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경찰의 인권 보호를 위한 움직임

현재 경찰청에서는 경찰의 정신 건강 보호를 위해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경찰청의 마음동행센터와 경찰 인재개발원 소속 인권감성교육센터는 경찰을 대상으로 상담 서비스 등을 시행하여 경찰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우울증 위험도를 이전보다 42% 가량 감소시켰다. 하지만 2016년 기준, 경찰관 11만4658명을 상대하는 마음동행센터의 심리상담사는 전국 6곳에 1명씩 모두 6명밖에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심리상담사 1명이 경찰 2만여 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찰관의 정신 건강에 대한 적극적인 관리와 치료가 필요하며, 국민이 경찰의 업무상 어려움을 이해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경찰 경력 21년 차, 순찰 1팀장 권오현 경감을 만나다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순찰 1팀장 권오현 경감
서울마포경찰서 홍익지구대 순찰 1팀장 권오현 경감

Q.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순직 경찰관은 61명, 자살 경찰관은 97명으로 순직률보다 자살률이 더 높다. 이러한 실태의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개인적인 견해로는 경찰이라는 직업 특성상 존재하는 스트레스와 개인적 사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 않았나 조심스레 생각한다. 경찰은 밤과 낮이 바뀌는 생활을 이어 나가기 때문에 체력적인 어려움이 분명히 존재한다. 또한 경찰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든 상황들을 겪기도 한다. 몇몇 사건은 큰 충격과 정신적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데, 이 같은 경우가 하루하루 쌓이다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 같다. 

 

Q. 홍대 인근 지역의 치안을 관리하며 받는 스트레스 등을 어떻게 극복하는지 궁금하다.

A. 스트레스 극복 방법은 지구대원마다 각기 다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엔 등산을 즐기는 편이다. 물론 등산을 한다고 스트레스가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지만, 누그러뜨리는 데에는 효과적인 것 같다. 모두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극복법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Q. ‘마음동행센터’ 이외에도 경찰관의 심리 장애 등을 극복하는 프로그램이 운영된다면, 어떤 프로그램이 좋을지 의견이 궁금하다.

A. 개별적인 상담도 좋지만 단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도 효과적일 것 같다. 2박 3일 정도 ‘힐링 캠프’를 시행하여 도심을 떠나보는 것이다. 캠프를 진행한다면 다수가 참석할 수도 있고,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면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다. 고민이나 스트레스 등은 쌓아두는 것보다는 같은 경험을 한 이들끼리 이야기를 하며 푸는 것이 가장 좋을 수 있다.

 

Q. 여성 주취자에 대한 경찰의 소극적 대응이 화제가 된 바 있다. 여성의 경우 신체 접촉 등에서 매우 조심스러울 것 같은데, 구체적인 대응 방식이 궁금하다.

A. 여성의 경우 아무래도 매우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다. 신체 접촉을 할 시 성추행범으로 몰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에, 되도록 여경을 배치하거나 들것에 실어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피하고 있다.

 

Q. 홍익대학교의 특성상 거리에 클럽과 술집이 매우 많아 학우들의 안전이 걱정되는 상황이다. 홍익대학교 부근에서 범죄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곳은 어디이며, 가장 많이 접수되는 신고는 무엇인가? 

A. 홍익대학교 부근은 사람이 가장 많이 몰리는 금요일과 토요일에 가장 많은 신고가 접수되고 있으며, 상상마당 쪽의 클럽 거리에서 범죄가 많이 발생한다. 또한 걷고 싶은 거리에서 진행되는 버스킹으로 인한 소음 신고가 가장 많이 접수되고 있다. 버스킹은 22시 이후 앰프를 사용해선 안되는데, 이를 어기는 이들이 많아 소음 신고가 매우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다. 소음 신고 다음으론 폭행·시비와 절도가 많이 발생한다.

 

Q. 경찰 업무를 하며 지금까지 가장 보람찬 순간 또는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무엇인가?

A. 가장 보람찬 순간은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사건이지 않을까 싶다. 2012년도 안양에서 생활안전계장을 할 당시 한 치매 할머니께서 일몰 시간이 다 되어 산에 올라가셨다. 할머니가 집에 돌아오지 않자 기동대와 헬기까지 동원해 수색했지만 실패했었다. 그러나 다행히도 이틀 뒤 등산로에서 할머니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렇게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었던 사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오늘도 홍대를 지키는 홍익지구대를 따라가다 

서울동교치안센터의 모습
서울동교치안센터의 모습

인파가 가장 몰리는 주말인 토요일 밤, 기자는 직접 홍익지구대원과 동행해 경찰관의 업무를 밀착 취재해 보았다. 본격적으로 순찰이 시작되는 오후 10시, 기자는 경찰관 두 명과 함께 41번 순마(순찰차를 지칭하는 은어)를 타고 서교동과 동교동 순찰을 시작했다. 첫 번째 순찰 장소는 상상마당 인근 거리였다. 주말의 홍대거리는 사람이 북적여 순찰차의 통행이 쉽지 않았다. 등교를 위해 매일 지나치는 거리였지만, 순찰차 안에서 바라본 야밤의 홍대거리는 너무나도 낯설었다. 10시 30분경 거점근무(특정 장소에 대기하며 출동을 기다리는 근무방식) 장소에서 기자는 경찰관과 업무 스트레스와 관련한 담소를 나누었다. “특히 강력계 사건을 다루다가 생기는 트라우마는 견디지 못하는 경찰도 많죠. 그렇기에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것이 경찰에게는 특히 중요한 과제에요” 이야기를 마무리 짓기도 전에 첫 번째 신고가 접수되었다. 주취자가 차도에 있다는 신고였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거리에 앉아있는 주취자를 인도로 옮기고 상태를 확인했다. 다친 곳이 있는지 물어보며 주취자의 안전을 확보한 후, 주취자의 귀가를 도우며 상황은 마무리되었다. 이후 다시 차에 오른 기자에게 경찰관은 “쓰러진 행인을 보면 119가 아닌 112를 부르는 경우가 많아요. 사실 저희는 그저 깨우고 집에 보내는 것 밖에는 못하는데 말이죠”라고 말했다. 잠시 숨을 돌릴 시간도 없이, 다음 신고가 접수되었다. 홍대 ‘걷고 싶은 거리’에서 버스킹으로 인한 인근 주민의 소음 신고가 들어온 것이다. 실제로 버스킹은 오후 10시가 지나면 앰프 사용이 금지돼 있는데, 공연자가 이를 지키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신고 장소에 도착한 경찰관과 기자는 각 버스킹의 앰프 사용을 자제하며 신고 접수 10분 만에 상황을 마무리했다. 홍대거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버스킹은 낮에는 많은 이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주지만, 약속을 어기는 이들 때문에 밤에는 주민들에게 소음을 일으키고 경찰관들의 업무를 가중시키고 있었다. 

이후 휴식을 취하며 경찰 근무에 대한 담소를 나누던 기자와 경찰관은 다음 교대 근무를 위해 다시 지구대로 향했다. 교대를 위해 순찰차를 갈아타기 전 한 경찰관은 기자에게 “경찰 일을 하다 보면 다양한 감정을 느껴요. 특히 현장에서 시민들로부터 폭언을 듣거나 심지어 폭력을 당하는 경우에는 직업에 대한 회의감도 들어요”라고 말했다. TV나 영화 속에서만 일어나는 줄 알았던 일이 실제로 있는 일이라는 것이 놀라웠다. 11시 50분경 지구대로 도착한 기자는 잠시 휴식을 취한 후 45번 순마로 갈아타 다음 교대 순찰을 동행했다. “홍대거리는 술과 관련된 신고가 정말 많아요. 이제 곧 확인하실 수 있어요” 경찰관의 말이 끝나기도 전 주취자 보호조치 신고가 접수되었다. 그렇게 밤 12시 이후부터의 순찰은 계속 접수되는 신고로 잠시 쉴 틈이 없었다. 그렇게 기자는 경찰관을 따라 새벽 4시까지 주취자와 소음 신고 등 다양한 신고에 출동하여 사건 처리 과정을 지켜보았다. 잠시 쉴 틈도 없이 바쁘게 움직이는 경찰관들이 대단해 보였다. 특히 기자는 본교 홍문관 앞 쓰러져있는 20대 남성 주취자 보호조치 출동이 매우 인상 깊었다. 낮에는 대학생들로 북적이고 활기차던 학교가 밤에는 주취자로 인한 신고 장소가 된 것이 낯설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후 현장에 출동한 경찰은 몸도 가누지 못하던 남성 주취자를 부축하고 안전을 확인한 후 귀가를 도왔다.

주취자 신고가 접수된 본교 홍문관 앞을 지구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주취자 신고가 접수된 본교 홍문관 앞을 지구대원들이 수색하고 있다

순찰을 마치고 지구대에 도착한 기자는 지구대 내부에 누워있는 한 여성 주취자와 도난 사고로 진술서를 쓰고 있는 사람을 보았다. 기자의 시선은 그들 옆에서 다양한 사건을 처리하느라 분주한 경찰관들에 머물렀다. 약 7시간 동안 지구대의 업무를 지켜보니 순찰 중 스쳐 지나간 한 경찰관의 말이 떠올랐다. “경찰의 일은 매우 광범위하고 상상 이상으로 알아야 할 것들이 많아요” 매일 밤낮으로 홍대거리의 안전을 위해 애쓰는 홍익지구대 경찰관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저절로 들었다. 아마 안전을 지키는 홍익지구대의 불은 오늘도 내일도 밤새 꺼지지 않고 반짝일 것이다.

 

본지는 국민을 보호하고 안전을 책임지는 경찰의 역할부터 정작 보호받지 못하는 그들의 인권 등 어두운 이면까지 살펴봤다. 더불어 현직 경찰관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밀착 동행 취재를 통해 생생한 현장까지 담아 보았다. 만약 당신이 오늘 하루도 평범하고 무탈한 하루를 보냈다면, 그 뒤 어디선가 우리의 안전을 위해 힘쓰고 있을 ‘경찰’에게 고마움을 전해보는 건 어떨까.

 

이남주 기자(skawn1791@mail.hongik.ac.kr)

천지예 기자(jiye1108@mail.hongik.ac.kr)

박주형 기자(timpark0912@mail.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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